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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엘 Aug 16. 2023

동쪽 끝에서의 외침



벌써 작년이라니! 꽃피는 계절 4월에 4박 5일 동안 울릉도 여행을 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 배를 타고 가야만 하는 울릉도! 생각만으로 마음이 일렁거렸다. 다녀온 후 여러 기사를 보니 지금은 공항을 건설 중이라고 한다. 다음에 갈 땐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으려나 설레다가도 그만큼 아름다운 청정 자연을 훼손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안타깝고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도, 울릉도에 갔던 제일 중요한 목적은 바로 독도에 발을 내딛고 싶어서였다. 직접 가서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처럼. 하지만 단순히 직접 보고 싶은 곳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라는게 더 크다.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부푼 기대를 안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바다를 가로질러 독도를 향해 갔다. 울릉도에서 최적의 날씨와 시간을 검색해 독도에 들어갈 타이밍을 신중하게 잡았다. 울릉도의 모든 스케줄을 독도 가는 일정에 맞출 정도로. 그렇지 않으면 배를 타고 독도 앞까지 갔다가 내려 보지도 못하고 선회하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에. 꼭 독도에 입도를 하고야 말겠다는 일념뿐이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지만 독도에 입도할 수 있다는 정설이 있을 만큼 1년 365일 중에 50일만이 독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바람불고 궂은 날이 많아서 날씨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왔다. 날씨가 허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것으로.

사실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다른 섬들은 아무리 날씨가 궂어도 하루 이틀이면 배가 뜨기 마련인데, 왜 꼭 가 보고 싶은 독도는 홀로 분쟁의 모진 세월을 견디고 서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발길을 품지 못할까. 이런저런 잡념에 잠기다가 이내 수긍해 버렸다. 독도가 지형이 험하고 바위 때문에, 파도가 높고 기상이 좋지 않으면 배가 접안하기 어려워서 그렇다고.

 


멀미약을 단단히 챙겨 먹고 아이들과 태극기 머리띠를 구입했다. 날씨가 좋았음에도 파도에 춤을 추듯 몸을 맡긴 채 한 시간 반을 내달렸다. 정말 우리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덕을 쌓았는지, 너무 간절했는지 바라던 소망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배가 멈추고 내리자마자 폴짝폴짝 뛰었던 거 같다.

독도 경비대에게 인사를 건네자 웃음으로 답례를 해주니 나도 모르게 뭉클하고 애틋함이 밀려왔다.

언제부터 이렇게 여기서 지키고 있었을까. 아들만 둔 엄마로서 경비대원의 엄마가 되어 마음속으로 토닥거렸다.


태극기 머리띠가 펄럭거리다 벗겨질 거 같은 바람 따라 동도에서 서도로 구석구석 눈에 담고 사진에 담았다. 뜨거운 무언가가 차올라 발로 그 땅을 더 꾹꾹 눌러 밟았다.

때 묻지 않은 순정의 눈부신 자연이 그곳에 있었다.

찰나 같은 30분이 지나고 다시 배를 타고 울릉도로 돌아와야 했지만, 아직까지 선명하게 우리 땅 독도가 머릿속에 가슴속에 남아있다.


여행하는 동안 이동하면서 블루투스로 [홀로 아리랑], [독도는 우리 땅]을 들으며 외쳐댔다.


1.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87K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2.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동경 백삼십이 북위 삼십칠
     평균기온 십삼도 강수량은 천팔백
     독도는 우리 땅

3. 오징어 꼴뚜기 대구 홍합 따개비
    주민등록 최종덕 이장 김성도
    십만 평방미터 799에 805
    독도는 우리 땅

4. 지증왕 삼십 년 섬나라 우산국
    세종실록지리지 강원도 울진현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조선땅
    독도는 우리 땅

5. 러일전쟁 직후에 임자 없는 섬이라고
    억지로 우기면 정말 곤란해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독도는 우리 땅

- [독도는 우리 땅]의 가사 -


보통 1,2절은 익숙하지만 나머지는 생소한 5절까지인 독도는 우리 땅을 목청껏 불렀다. 가사 중 다른 색은 바뀌었다고 우리 집 2호가 자세히 콕 집어서 가르쳐줬다. 이백리 아니고 87K, 남면도동 일번지 아니고 울릉읍 독도리, 십이도 천삼백 아니고, 평균기온 십삼도 강수량은 천팔백으로 기온이 1도 오르고 강수량이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명태 거북이가 아니고 홍합 따개비라고 말해주는데, 그래서 따개비밥이 유명하구나 싶었다. 나는 아이에게 배우는 게 재미지고 아이는 엄마를 가르치니 신나서 재잘재잘 거렸다. 따개비밥을 먹으며.


날씨마저 내내 독도에 꼭 입성하길 두 팔 벌려 염원하고 나니 한나절 쉬어가라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오전, 잠시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에 방문했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원래는, 얼마든지 독도에 접안시설을 건설해서 맘만 먹으면 어느 때나 언제든지 독도에 드나들 수 있는데 아직까지도 일본 때문에, 일본에 눈치를 보며 접안시설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 게 아닌가. 분노와 함께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에 오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사실이었다. 독도에 다녀온 우리에게 독도가 알려주고 싶었던걸까.

날씨와 지형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듯한 기분이었다. 왜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 땅인데, 우리나라의 섬인데 왜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는 건지, 왜 일본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건지 애석하기 짝이없다.

오후 내내 뿌연 하늘처럼 마음이 가라앉았다.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이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일제강점기의 잔해가 남아있는 건 아닌지, 일본은 왜 독도 소유권을 주장하며 우리나라를 그 파렴치한 골동품 같은 사상으로 아직도 속국인 양 대단한 착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소소하지만 꿈틀대던 애국심이 발동한건 어쩌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억지로 우기면 정말 곤란해.
독도는 우리 땅, 우리 땅!!


*이 글을 빌어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삶을 바친 순국선열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독립 유공자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동그란 표지석에 태극 문양과 '대한민국 동쪽 땅끝' 이라고 새겨져있다.
독도에 무사히 데려다 준 배와 2호.
일명 '삼형제굴바위'
관광객 사이 늘 언제나 그 자리에서 지키는 독도 경비대.
다녀와서 1호가 그린 그림.
옛날 독도에 살았던 '강치' 바다사자. 쓰담쓰담.
독도로 향하는 배 안. 이때만 해도 전부 마스크 필수. 태극기 머리띠 장착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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