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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킴 Nov 01. 2020

욕실, 습식과 건식 사이

여자들의 욕망의 공간, 욕실

나는 욕조에 뜨거운 물을 하나 가득 받아 놓고 턱밑까지 몸을 깊숙하게 푹 담그고 누워서 온몸 근육이  노골노골 풀어지게 만드는 거창하고 헤비 heavy 한 목욕 스타일을 좋아한다. 컨디션이 좀 안 좋을 때는 한여름이라도 따뜻한 욕조 목욕이 기분전환에 큰 도움이 되는데 적당한 스트레스나 약간의 몸살기 정도는 긴 시간에 걸친 정성스러운 욕조 목욕만으로도 가볍게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집에서 즐기는 ‘욕조 목욕’은 일 년에 한두 번도 실천하기 어려운 미션이 되어버려서 욕실 가득 자리를 다 차지하는 욕조들은 아까운 공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한다. 정작 목욕을 즐기는 시간보다 물 받아 준비하는 시간과 끝난 후 마무리 청소시간이 더 길고 번거로운 과정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헤비 한 욕조 목욕을 무척 좋아하는 나도 가끔 피곤해서 혈액순환이 급 필요해지는 저녁 시간에 열심히 목욕물 받아 거품입욕제 풀고 음악이랑 향초도 켜놓고 와인 한잔 따라서 반신욕부터 시작해보려 하면 음악 한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지근해지는 물 온도에 김이 확 빠지게 된다. 야심 찼던 나의 목욕 계획은 결국 퀵 샤워로만 간단히 마무리되고 욕조에 물 빼고 청소하고 건조시킨 후 목욕용품 정리까지 끝내고 나면 내 황금 같은 저녁시간은 아쉽게도 다 지나가 버리고 말아서 피곤이 풀리기는커녕 짜증스러운 기분으로 ‘욕조 목욕 따위는 애초에 뭐하러 시작하려 했을까' 후회가 밀려오며 웬만하면 다음부터는 공중목욕탕을 이용해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내가 어릴 때 살던 옛날 아파트의 욕실은 통풍 설비가 잘 되어있지는 않았지만  욕조 위에 창이 나 있어서 한겨울 추위만 빼고는 창문을 열고 선선한 바람과 풀냄새를 맡으며 목욕을 즐길 수 있었는데  4층이었던 우리 집 욕실 창 밖은 다행히 간섭되는 다른 건물이 없었고 키가 큰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서 파티션이 되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도 나는 가끔 시원하면서 따뜻했던 그 통풍이 잘되는 기분 좋은 목욕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내가 항상 상상 속에 꿈꾸는 가장 사치스럽고 행복한 목욕은  야외 온천에서처럼 몸은 따뜻한 물 안에 있고 머리와 얼굴은 시원한 상태로 신선한 바람과 자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목욕이다. 따뜻한 햇살이 눈부신 오후에 테라스로 통하는 욕실 창밖으로 파란 하늘이 내다 보이는 욕조에 누워 행복한 노곤함에 잠길 수 있는 목욕시간, 내 집 안에 그런 욕실을 갖는 것은 도시생활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욕망이지만, 나도 ‘언젠가는’ 꼭 그런 욕실이 있는 집에 살아 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있다. 영화 <프리티 우먼>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욕조 안에 거품을 잔뜩 풀어놓고 긴 다리를 꼬고 누워서 와인을 마시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장면을 떠올리는, 그 시절 그 영화를 본 적이 있는, 나를 포함한 많은 여자들은 항상 내 집에서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사치스러운 목욕을 꿈꾸며 사는지도 모른다.


습식과 건식 사이

어린 시절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을 때 접하게 된 서양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들은 내게는 모두 낯설고 신기하고 근사했지만 그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습식과 건식의 공간이 분리된 화장실 사용법이었다. 지금은 한국도 많은 집들이 욕실을 건조하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인테리어를 하지만 샤워 커튼도 생소했던 내 어린 시절 대부분 가정집들은 화장실과 욕실 바닥이 항상 축축하게 젖어 있어서 고무로 된 욕실 슬리퍼가 꼭 필요했다. 축축한 느낌을 극도로 싫어해서 습식의 목욕실과 건식의 화장실을 하나로 묶어 놓는 분류법에 불만이 많았던 나에게는 화장실 바닥에 러그를 깔고 뽀송하게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사는 서양사람들이 라이프스타일이 너무나 부러웠다. 공간 효율상 유리로 샤워부스를 따로 분리해 주지 못해서 욕조와 샤워호스만 있는 욕실은 언제나 젖어 있고 습하기 마련이라 다른 사람이 샤워를 하고 난 직후 화장실 사용을 위해 조심성 없이 휙 들어갔다가 축축한 바닥 때문에 양말이 젖어 불쾌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습식과 건식의 공간 분리는 누군가 욕실을 쓰는 동안에도 다른 사람은 자유로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으니  생각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보통의 욕실은 샤워룸(bathroom)과 화장실(toilet)이 한 공간으로 합쳐져 있는 형태가 가장 흔한데 분명 배수, 배관의 위치를 같이 쓸 수 있어 공사가 용이하다는 이유 때문이고 또 누군가에겐 한 장소에서 배설과 청결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사용상의 편의도 장점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배설과 청결은 조금 다른 느낌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배설이 삶의 가장 원초적인 행위이며 굳이 드러내어 강조하고 싶지 않은 은밀하고 개인적인 행위라면 청결을 위한 ‘목욕’은 좀 더 성스러운 ‘의식’ 같은, 삶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받는 힐링의 시간이기에 가능하다면 이 두 가지를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분리하고 싶다(난 목욕을 할 때 몸에서 노폐물을 벗겨내며 안 좋은 기분까지 씻어내어 져서 몸도 마음도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은 느낌을 즐기곤 하는데 시각적으로 배설을 위한 용변기가 그런 내 기분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이렇게 욕실과 화장실을 분리하게 되면 건식 공간은 물때 관리와 습한 곳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세균 등을 걱정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유지 관리할 수 있으니 청소의 부담도 줄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나는 집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욕실과 화장실을 과감하게 분리해 보기를 자주 권한다.

만약 욕실과 화장실을 완벽하게 따로 분리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유리 파티션으로 샤워부스를 만들거나, 습식 공간을 시각적으로도 분리해 주도록 조적 벽을 쌓아서 반건식 하이브리드형을 만드는 방법도 괜찮다.  반건식 정도로의 분리 만으로도 관리만 잘하면 축축하지 않은 뽀송뽀송한 욕실을 만들 수 있어서 욕실 수납이나 욕실가구 사용에 대해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집을 아예 새로 지을 때는 습식 공간들의 방향과 배치도 무척 중요한데, 아무래도 거실과 침실을 해가 가장 잘 드는 방향으로 두어야 하다 보면 화장실이나 욕실, 주방등 물을 많이 쓰는 공간이 북쪽을 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욕실을 어쩔 수 없이 북향으로 두어야 한다면 더욱이 창문을 만들어서 통풍이 잘되게 해주어야 한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공간은 결로도 안 생기고 곰팡이 냄새도 안 나게 잘 관리하기가 쉽다.


진화하는 욕실 인테리어

욕실과 화장실은 여자들에겐 주방 공간에 이어 또 다른 욕망의 대상인 공간이기에 요즘은 욕실 인테리어의 끝은 대체 어디쯤일까 싶을 만큼 마감재나 수전 액세서리 등도 다양하게 화려해지고 있다. 최근에 새로 생기는 주거공간들의 욕실이나 화장실은 예전처럼 집의 구석진 코너에 숨어있지 않고, 주방이나 다이닝룸처럼 집 안에서 장식적인 분위기를 가지는 공간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듯하다. 공간에 여유가 있는 집은 화장실과 드레스룸 사이에 티룸 tea room 같은 세컨드 거실을 만들기도 하고 세면대의 경우는 아예 오픈된 복도 공간으로 독립해 나와서 화려한 조명이나 거울과 함께 집안 인테리어의 중요한 요소로 장식적인 효과를 더하기도 한다. 화장실은 아무래도 침실보다 더 공식적으로 오픈되는 곳이기도 하니 집 안에서 그 위치와 함께 지위도 상승시켜 주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욕실의 인테리어 마감재는 습기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은 잘 깨지지 않는 자기질 타일을 마감재로 많이 쓰는데 요즘은 내구성 좋고 디자인까지 예쁜 타일들이 워낙 많아져서 선택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천연대리석은 물과 불에 약해서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내추럴한 컬러와 질감을 지닌 엔지니어드 스톤이 대체재로 많이 쓰이는데, 타일 사이에 물때가 끼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면서 관리도 용이하고 고급스러운 천연소재의 감촉을 가진 신소재로 최근 지어지는 고급 주거 공간의 욕실 마감재로 인기가 많다. 타일이나 스톤 소재들이 기능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욕실과 화장실도 덩달아 고급스러운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집안 전체의 컬러나 디자인 흐름과 지나치게 따로 가면 곤란하겠지만 욕실은 다른 공간에 비해 훨씬 독립된 환경으로 되어 있으니 이렇게 다양하고 예쁜 마감재들로 화려하게 멋을 부려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패션에서나 사용하는 카키톤이나 그린 컬러 계통의 타일들과 블랙의 수도꼭지, 욕실 액세서리들의 매치는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해 주고, 퀄리티가 좋은 우드 패턴 프린트의 타일은 마치 진짜 원목 나무를 잘라서 만든 듯 나뭇결무늬가 살아 있어서  욕실 바닥에 전체에 깔아주면 원목의 나무 바닥을 밟는 듯 편안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요즘은 블랙 컬러의 타일이나 양변기도 많이 쓰는 추세지만, 나의 개인적 취향으로는, 욕실 벽타일은 특히 벌거벗은 채 살갗과 바로 부딪히는 소재라서 너무 시커멓고 무시무시한 패턴이나 컬러, 지나치게 거친 질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블랙 타일은 물때가 끼면 금방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정성스레 닦아 광을 내주어야 하고 블랙의 플라스틱 소재 양변기 커버도 잔 흠집이 생기면 눈에 잘 띄어 금방 낡은 것 같아 보이니 블랙 컬러 욕실 인테리어는 유지 관리에 자신 있는 부지런한 사람들에게만 권하고 싶다.      

눈부시게 하얗고 반짝거리는 흰색 타일이나 대리석, 유리, 스테인리스 같이 반사율이 높은 소재들도 넓은 면적에 사용하기는 무척 부담스럽다. 이렇게 반사율이 높은 컬러나 소재들은 세련돼 보일 수는 있지만 긴장감이 높아져서 마음에 안정감을 주기가 힘들다. 특히 욕실처럼 릴랙스하고 힐링해야 하는 공간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긴장이 풀리는 따뜻한 느낌이 드는 컬러나 질감의 마감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욕실 마감재는 사람의 피부 감촉처럼 부드럽게 느껴지는 반사율이 낮은 소재나, 보드라운 감촉의 누드 컬러톤 타일, 뽀얀 우윳빛의 비앙코 컬러 대리석 같은 소재들이다.

또 타일 사이사이를 메꿔주는 타일 메지, 줄눈재들도 화려하고 다양한 컬러들이 많고, 세균이나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 특수한 기능의 수입 줄눈재까지 그 종류와 시공 방법이 다양해져서 선택의 폭이 넓다. 타일 컬러와 줄눈 컬러를 잘 어울리게 매칭 하면 특별한 컬러 배색의 패셔너블한 욕실을 만들 수도 있다.   


욕실도 다른 특정 공간들처럼, 집안에서 용도가 강조된 기능적인 공간이다 보니, 청소나 유지관리가 중요하고 그런 만큼 수납이 잘 되어야 하는 곳이라 수납가구의 소재와 배치 등도 마감재만큼 신경 써서 결정해야 한다. 

욕실 수납가구의 대표주자는 세면대와 그 주변 집기들인데 세면대는 또 욕실의 얼굴마담처럼 공간의 콘셉트를 좌우하기도 한다. 세면대와 수납장, 거울과 수전 들이 어떤 디자인인지에 따라 욕실 전체가 화려하거나 심플해 보이기도 하는 등 공간의 성격을 잘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또 이 세면대 주변의 수납이 어수선하고 지저분하면 욕실 전체를 아무리 깨끗이 쓸고 닦아도 깔끔한 인상을 주기가 어렵다. 

공간이 좁은 욕실일 때 세면대의 밑부분이 노출로 오픈되어 있는 것이 시원하게 넓어 보여 더 좋겠지만 욕실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세면대 하부 수납장을 포기할 경우 수납할 곳이 턱없이 부족해질 수 있다. 거울 안쪽으로도 상부 수납장으로 만들어 주어 간단한 생활용품들을 수납할 수 있게 해 주면 좋다. 안 그러면 세면대 상판 위에 온갖 종류의 물건들을 늘여놓게 되어 아무리 치워도 깔끔하지 않은 공간이 되고 습기 때문에 곰팡이 냄새가 진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세련된 느낌으로 욕실에 멋을 부려 보고 싶다면 세면대는 카운터와 매립형 탑볼을 써서 하부 수납장을 만들고, 노출형 볼 타입 탑볼로 마감하는 것이 안정감이 있고 수납도 여유로워진다. 하부장이 있어서 수납이 충분하고 세면대 근처에 오픈 수납공간이 널찍하다면 거울장은 없애고 다양한 디자인의 액자형 거울로 장식 효과를 높여주면서 거울 주변에 벽 조명이나 펜던트 조명을 매달아 더욱 분위기 있는 욕실을 만들 수도 있다. 또 세면대 카운터 위나 수납용 거울장 외에도 샤워부스 안에 선반을 만들면 오픈 수납을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생활 용품들(베쓰 용품이나 화장품, 비눗갑과 칫솔 거치대 등)을 깔끔하게 수납 하기가 편리해진다. 


치유와 힐링의 공간 

샤워부스 앞에 스툴을 두면 갈아입을 속옷이나 베쓰 로브를 살짝 걸쳐 놓기에도 좋고, 몸에 물기가 남은 상태로 아로마 오일이나 바디로션을 듬뿍 바르고 피부에 다 스며들어 뽀송해질 때까지 스툴에 앉아서 머리도 말리고 음악도 들으며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욕실에 창이 있으면 환기도 좋고 습도도 관리가 잘돼서 좋겠지만 밖에서 보이지 않는 특수한 창호가 아니라면 사용 중일 때는 물청소가 가능한 알루미늄 메탈 블라인드로 프라이빗하고 아늑하게 창문을 마감해 주는 게 좋다.

그 외에도 욕실을 리모델링할 계획이 있다면  또 하나 꼭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는데 내가 해외여행 중에 호텔에서 사용해보고 첫눈에 반했던, 따뜻한 열선이 들어오는 수건걸이이다. 평상시 욕조 수건걸이에 걸린 수건은 한 번만 사용하고 걸어 놓아도 축축한 상태로 마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한번 쓰고 나면 다시 쓰고 싶지 않은 찝찝함이 늘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 열선 수건걸이는 수건을  사용하고 걸어 놓은 동안에 바짝 말려서 처음의 보송한 느낌을 되살려 주니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또 평소 워낙 추위를 잘 타서 겨울에 따뜻한 수건을 사용하고 싶은 이유도 있고, 작은 온기라도 욕실이 따뜻해지는데 도움이 되니 그것 또한 좋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건이 축축한 채로 걸려있으면 박테리아나 세균에 쉽게 노출될 것 같은 느낌은 내 오랜 스트레스 중 하나였기에 열선이 나오는 수건걸이는 나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가 되었다. 


욕실과 화장실은 내가 주거공간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이다. 특히 욕실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로지 나 혼자만을 위하고 휴식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니, 최대한 럭셔리하고 멋지게 만들고 싶다. 그 공간 안에서 스스로를 대접하듯 느리고 우아한 목욕을 하고 나면 상처 받은 마음도 회복되고 우울했던 기분도 좋아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화장실 공간 또한 아주 잠깐 머무는 곳이긴 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모습으로 경험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의 편안함이 얼마나 큰 위로와 힐링이 되는지 모른다. 많은 여자들이 여행지의 숙박시설 중 화장실의 품질에 유난히 집착하는 이유이며, 숙박이 아니더라도 식당이나 카페를 예약할 때 음식의 맛 다음으로 화장실의 청결도를 꼽는 건 절대 지나친 오지랖이 아니다. 주거공간 중 꼭 한 군데만 내 마음대로 고칠 수 있게 해 준다면 난 주저 없이 욕실을 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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