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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Oct 11. 2022

 합창단원을 모아 모아

호흡하라 ~~ 이렇게!

그녀가 나타났다.

광채를 두른듯한 반짝이는 외모는 옵션이다.

영롱한 눈빛에 살포시 볼우물을 지으며 미소 짓는다.

원피스를 입고 짠 ~~ 첫눈에

어쩌라고? 반했다.


그녀는 너무 열정적이다.

카펫 바닥에 배를 눕힌다.

두 팔을 허공으로 두발을 허공으로

복식호흡을 선보이며 엎드려 시연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녀의 약력은 화려하다.

이탈리아 , 미국, 독일에서 유학을 했으며

오페라(마술피리, 사랑의 묘약, 나비부인 라보엠..)등

주역을 맡을 정도로 훌륭한 성악가이며 교수님 이였다.

어머나? 놀라워라!


그녀는 이런 모습이다.

라면을 풀어놓은 듯 꼬불꼬불 파마머리에

반짝이는 나비모양의 핀을 꼽았다.

하얀 피부에 오뚝한 코

가녀린 몸매에 매력적인 목소리다.

그럴 수가? 그럴 수도 있다.


그녀는 너무 상냥하고 밝다.

그녀를 만나려고 베트남에 내가 온 걸까?

그녀가 나를 만나려고 베트남에 오게 된 걸까?

ㅎㅎ 운명적인 만남을 생각지도 못했는데...

두둥 정말? 이럴 줄 몰랐다. 




2022년 9월부터  아이리스가 바람이 났다.

가을 바람결에 나비처럼 나타난 그녀와 함께

합창 연습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월요일 글쓰기를 화요일로 옮길 정도다.

연습 후, 맛난 점심도 먹으며 정을 쌓아가고 있으니

어쩌지? 그러고 싶어 진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에 반했다.

청아한 목소리에 귀가 호강한다.

코로나 이후 남자 지휘자님이 캐나다로 떠나고

존폐위기의 하노이 여성 합창단은

귀국하거나 빠져나가서 10명 남짓

남아있었다. 우리는 부활을 꿈꾸었지만

코로나의 위세에 밀려 눈치만 보고 있었다.


새로운 지휘자님을 모시고 새로운 마음으로

합창단원 모집공고를 이곳저곳에 올렸다.

나도 모르게 내 모습이 이곳저곳에 실렸다.

그녀의 등장은 조용했지만 카리스마는

뜨거웠다. 입소문을 타고 2주, 3주, 4주 만에

40명 가까이 합창단원이 늘기 시작했으며

기적처럼 하노이 한인 여성 합창단은 살아났다.


심폐소생술로 회생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한마디, 한숨, 한가락으로

우리는 날숨, 들숨, 복식호흡과 성악의 기초를 다시

배우며 첫사랑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발성법도 호흡법도 성악의 모든 노하우도 아낌없이

내놓으시는 그녀의 모습에 우리는 힘을 얻었다.

늘 새로움은 가슴을 뛰게 한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낡은 기계에 새롭게 기름칠을 하듯

멈춰있던 자동차에 기름을 빵빵하게 채우듯

죽어가는 나무에 새순이 돋고 꽃을 피우듯

그녀의 지휘에 따라  음을 교정받고

음 탈락하는 부분을 10번 이상 계속 부르며

디테일하고 섬세한 터치에 호응했다.


호흡하라 이렇게~~

배꼽 아래 힘을 주는 법, 빼는 법을 체크했다.

이이이 아아아 우우우 에에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칭찬은 서비스다.

실수해도 좋고, 틀려도 좋다고 하신다.

마음이 편안하고 참 좋았다. 레슨 받는 대학생이

된 이 느낌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음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나는 이렇게~~

분주하고 바쁘게 사느라 잃어버린

웃음과 행복을 이곳에서 새롭게 충전 중이다.

첫사랑 곡이 그렇다.

30년  부부로 살아온 끝사랑을 

가물가물 기억 속에서 먼지 털고 나온 첫사랑의

감정을 꺼내어 노래로 풀어내고 있다.


그대를 처음 본 순간이여~~
설레는 내 마음에 빛을 담았네
말 못 해 애타는 시간이여
나 홀로 저민다.

그 눈길 마주친 순간이여
내 마음 알릴세라 눈빛 돌리네
그대와 함께한 시간이여
나 홀로 벅차다....

내 영혼이여
간절히 기도해
온 세상이여
날 위해 노래해
언제나 그대에게 내 마음 전할까~~
오늘도 그대만 생각하며 살다.
.....

(김효근 시/곡)




첫사랑 (First Love) 곡의 가사를...

음미하며 우리는 연말 공연 준비로 뜨겁다.

누가 뭐래도 새 지휘자님의 등장은 핫하다.

매주 월요일 10시 그녀를 만나러 간다.

9시 50분까지 미리 가야 한다.

어느새 5년째 합창단원으로 살아남았다.

소프장으로 부족함이 많지만

실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 그저 조화롭게

합창단원으로 봉사하는 중이다.




10월호 한인 소식 잡지에...

양갈래로 머리를 따고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실렸다. 추억의 여고시절이 떠올랐다.

식당에서 우연히 가져온 한인 소식지에 우리의

모습이 모집공고와 함께 실려 있었다.


50대 중반을 달려가는 지금

쨍한 햇살처럼 뜨겁게 호흡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쨍한 나라에서 여럿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말이다.

베트남 한인회 월간소식


새로 오신 김윤지 지휘자님을 모시고

합창단원을 모아 모아 9년째 합창단을

이끌어 오신 하희선 단장님의 애씀과 수고가

있었기에 우리는 코시국을 잘 보내고 다시 부활했다.


합창단원으로 새롭게 합류하신 분들과

풋풋하고 싱그러운 30대부터~

노을처럼 아름다운 70대까지

입을 모아 모아 한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

타국에서 한국의 멋을 노래하고

추억을 만들어가는 하노이 여성 합창단으로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글을 마무리하련다.


지나간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그땐 그랬었지...

추억을 돌아보며
함께여서 좋았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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