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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l 31. 2023

탄탄면 & 콩국수

인연을 이어가다.

 하노이 탄탄면 공방


 하노이 미딩 메너아파트 단지상가에 탄탄면이 개업을 하고, 줄을 서서 먹을 정도? 아니 대기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30년 경력의 탄탄면 명장이 만드는 세계최초 한국식 탄탄면이 입소문이 타면서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지만 갈 기회를 몇 번이나 놓쳤다.


탄탄면은 중국출신 일본요리라고 한다. 오묘한 맛? 땅콩기름을 쓰며 국물이 좀 텁텁하다. 싱싱한 파채가 듬뿍 올려진 모습을 젓가락으로 휘젓고 나면 속 안에 숨겨진 탄탄면이 뜨거운 국물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역시 비가 오는 날엔 뜨근한 국물이 생각난다. 빨간 우산을 쓰고 나타난 비상계단에서 만난 그녀(전에 쓴 299번째 글 참고)와 처음 점심 약속을 하고 탄탄면을 먹게 되었다. 우리의 관계를 탄탄하게 지켜 줄 예정이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시간이라 식당엔 손님이 별로 없었다. 난 탄탄면이 처음이다. 후루룩 쩝쩝 야무지게 맛을 음미한다. 라면 맛도 나고, 고기맛도 나고, 식감도 나쁘지 않았다.

탄탄면 & 튀김 만두

비가 오는 동안 우리는 탄탄면을 비우며 길게 수다 한 그릇을 추가했다. 입안으로 들어온 탄탄면은 금세 뱃속으로 들어가 든든 함을 주었고 함께 나온 튀긴 만두도 속이 꽉 차고 맛이 좋았다.


아마도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탄탄면으로 인연을 이어가라는 뜻으로 미소가 번졌다. 그녀도 나도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손가락으로 셀만큼... 7월을 핫하게 보내며 나도 그녀도 새로운 만남을 즐겼다.


탄탄면 들어가는 입구





꽁시꽁시 중국집 콩국수


 탄탄면 먹은 후 일주일이 지났다. 대접을 받았으니 대접을 하고 싶었다. "오늘 점심 콩국수 어때요?" 물었다. "잠시만요~" 1시간 후 답장이 왔다. "좋아요 함께 가요." 비상계단에서 만난 그녀와 네 번째 만남을 가졌다.


나이도 비슷하고, 세대공감도 잘되고, 말도 주거니 받거니 잘 통했다. 같은 아파트에서 유일하게 만나게 된 그녀와 나는 서로 위기 속에서 함께 했기에 이상하게 끌렸다. 만남을 원할 때 NO보다는 Yes를 했다.


미딩 빅시 가든 근처 떼떼본 (TT4)에는 오래된 꽁씨꽁시 중국요릿집이 있다. 하노이에 처음 왔을 때 짜장면을 즐겨 먹던 곳이다. 그 옆으로 자금성과 북경이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꽁시꽁시 중국요리 집에서 만드는 콩국수가 맛있다. 그릇 사이즈가 정말 크다. 역시 차이나(중국)스럽다. 부서진 조각 얼음이 살짝 꽃소금처럼 바닥에 깔렸고, 그 위에 올려진 진한 콩국물과 토마토, 당근, 오이, 삶은 계란이 세팅되어 나왔다.

꽁시꽁시 콩국수

소금과 설탕은 기호에 맞게 넣으라고 나란히 따로 주었다. 난 소금과 설탕을 반씩 넣었다. 달콤 짭짤하게 숨겨진 면을 풀어내느라 좀 고생했다. ㅎㅎ 양이 너무 많았다.


쫄깃한 면발이 얼음 속에서 엉겨 있었다. 현란한 젓가락 손놀림에 풀어졌고 시원함과 고소함이 입안으로 들어와 신나게 요리조리 춤을 추고 목을 타고 내려가 만족감을 주었다.


새로운 만남이 콩국물처럼 진하고 고소했다. 하노이 여름 별미 콩국수는 역시 꽁시꽁시다. 면 끊기 하면서 정 도 나누고, 사랑도 나누며, 가늘고 긴 면처럼 그리 살아가련다.


푸짐한 콩국수를 먹고 우리는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잘 보내고 있다. 새로운 만남의 설렘을 즐기며 말이다.



 

 사실 새로운 만남을 갖기보다는 지금까지 알고 지낸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는 일이 의미 있다.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보여주는 일은 쉽지 않다. 속마음과 겉모습이 차이가 날 수도 있느니 말이다.


아마도 그녀도 나도 조금은 어색하게 만남을 이어가려 했는지 모르겠다. 우연히 비상계단에서 만난 것처럼 우리는 비 오는 날 탄탄면을 뜨겁게 먹었고, 더운 날 시원하게 콩국수를 먹었다.


우연과 인연사이를 오가며 면발처럼 탄탄하고 길게 좋은 만남을 유지하려 한다. 어떻게 지내시나요? 좋은 사람과의 인연을 면과 함께 하시는 건 어떨까요?


7월을 마무리 하는 날, 8월을 새롭게 맞이합시다.   

후식으로 커피와 코코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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