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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May 10. 2023

찜통더위에 재래시장에 ?

하노이 쭝화 재래시장

"언니. 오늘은 날씨 너무 더워요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집콕하셔야 해요"


"나 지금 남편과 나들이 가는데..."


"어디로?  "


"우리 생새우 사러 재래시장으로~ "


"아이고, 큰일 나요! 언능 들어가요~"

"새우 먹으려다 쪄죽어 ㅎㅎ"


에어컨 빵빵한 마트도 백화점도 아닌 재래시장으로 정말 오랜만의 외출이다. 훅 ~~ 체감온도 40도를 넘긴 찜통더위에 뭘 먹겠다고 ...


핫핫 헥헥 으메 더운 거 어쩔꺼야 진짜루??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덥다는 그날 우리는 찜질방에 온듯한 아니 온풍기를 돌린듯한 재래시장에 갔다. 바로 하노이 쭝화 재래시장이다.



오!  마이갓뜨!!


"괜히 나왔네 진짜?"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후끈 달아오른 공기가 다르다."역시 베트남이야!" 새끼 돼지 한 마리가 기다란 봉에 걸려 빙빙 온몸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선풍기는 뜨거운 바람에 무용지물이고, 새끼돼지는 귀엽지만 불쌍했다. 젊은 청년은 뙤얕볕에서 돼지를 익히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봉을 손으로 돌리고 있다. 이 더위에 훈제 돼지 통돌이 구이라니...


삼삼오오 모여 구경을 하고 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새끼돼지가 갈색빛을 내며 익어가고 있다. 훈제돼지고기맛이 궁금했지만 사는것은 망설여 졌다.오늘은 생새우만...

2023년 5월 5일 시장

 어머나??어쩔꺼야? 진짜?


과일과 야채도 바닥에 누워 태양과 한바탕 맞짱 뜨고 있다. 손님도 없고, 속이 새카맣게 타고 있을 상인들은 물을 뿌려 놓거나. 천을 덮어두기도 했고, 간간이 오가는 손님을 겨우 응대했다.


뜨거운 태양을 겨우 천막에 의지하고 장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불편하고 힘겨운 곳에서 삶을 살아내는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그럼에도 미소를 짓고 있다. 삶의 열정을 배운다.


찜통더위쯤이야 ~껌이지...


가지런히 정리된 과일과 야채들... 순박한 사람냄새가 나는 재래시장 좋다. 바구니도 제각각이고, 이곳저곳  삐뚤빼뚤, 삐쭉 빼쭉 무질서 속 질서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사람들은 이곳에 거의 오지 않는다. 백화점이나 마트를 선호하고 배달의 민족답게 모든 것들을 배달을 통해 구매하거나 식당에 가서 사 먹는다.


억지로 냉장보관하거나 냉동시킨 식자재보다 자연스러운 상태로 익어가고 시들어가는 재래시장만의 매력이 허술하게 틀 안을 빠져나온 내모습 같기도 하다.


과일을 정확하게 그람수를 재어 판다. 500그람, 1키로, 2키로... 베트남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때 큰돈과 잔돈을 몰라서 돈을 부채처럼 펼쳐서 가져가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몸짓, 눈짓, 표정으로 흥정을 했던 우스운일들이 생각난다. 그이후 베트남어 공부를 6개월 하고 7년을 버티며 살고있다.참 용하다.

야채와 과일가게

생고기를 냉장고도 없이 노천에서 팔고 다.

그날그날 고기들을 신선하게 잡아서 판다지만

냉동보관도 압축팩도 없이 고기를 팔고 산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괜찮을까?싱싱해 보이기는 하나

고기는 마트에서 사는 걸로 탕탕!!

노천 정육점


어릴 적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면 구경거리도 많았고, 먹을 것도 많았다. 시장에 가면 사려던 물건보다 엉뚱한 물건에 꽂히거나 다른 걸 사기도 했고, 이것저것 구경 하는 맛이 쏠쏠했는데... 이곳도 마찬 가지다.


꽃 가게도 있고, 옷가게도 있고 볼거리가 다양하지만 40도가 넘는 더위에 우리는 제정신이 아니다. 그나마 생선가게에 오니 수족관에 살아있는 생선들이 너무 시원해 보였다.


나도 퐁당 들어가고 싶을 정도다.

펄쩍펄쩍 뛰는 생새우를 드디어 샀다.

이더위에 몸보신 하려다 큰일나는거 아닌가?

어여 가자 어여~~


이것은? 무엇인고?


고소한 냄새가 발길을 잡았다.

흠 ~길가에서 찹쌀가루 반죽에 잡채 속을 넣어 프라이팬에 굽고 있다. 앙금 팥? 속을 넣어 동굴 하게 빚는 아줌마도 이 더위에 고생이 많다.


생김새는 그리 예쁘지 않았지만 겉은 바싹 속은 촉촉 속재료는 잡채와 앙금팥이고, 찹쌀 반죽이라 도넛 같은 느낌이다. 기름냄새에 바잉 뚜라는 베트남 간식이다. 충동구매다.

베트남 간식 도넛?

너무 뜨거워서 집에 돌아와 살짝 김 뺀 후 먹었다. 2만 5천동 (한화 1400원쯤 ) 먹을 만했다. 오래간만에 찜통더위를 뚫고 다녀온 재래시장에서 땀은 줄줄 났지만 재밌고 즐겁고 유쾌했다.




깔끔하고 세련된 백화점이나 마트와는 다르게 좀 지저분하고 정신없어 보이며 투박하고 엉성하지만 재래시장에 다녀오면 내 안에 감사와 행복이 채워진다.


찜기에 새우를 쪘다.

새우는 나의 소울 푸드다.

큰새우는 쪄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좀 작은새우는 양념하여 냠냠

더위 잡기위한 몸보신을 했다.


돌아오는 길 미딩 길거리 시장에서 앵두같이 작은 빨간 자두를 한 아름 사들고 왔다. 자두를 한입에 쏙 집어넣고 오물오물 혀로 씨를 발라내며 시원한 에어컨 속 거실이 천국이 되다니....


새콤달콤 자두향이 집안 가득 퍼진다.

5월 행복과 감사가 주렁주렁 열리길...


에어컨 없는 재래시장에서 찜통더위와

맞서 한나절을 보내는 벳남 상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찜통더위에 사온 새우를 먹으니 힘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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