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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Apr 08. 2023

롯데호텔 68층 Top of HANOI

결혼 기념일...

결혼 어케함? 대단!

자식 어케낳음? 대단!

31년 차 부부 어케함? 대단!


큰아들이 결혼기념일에 남긴 톡이다.

취업하고 직장인 되자 인생에 대해 고민 중

하하하 호호호 우리웃고 말았다.


특별한 날이었던 4월 5일 식목일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사랑심었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


혼자서 사는 세상 보다

둘이 살아가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자식은 때가 되니 둘이나 선물로 받았다.


어찌어찌 30년이 지나고 나니

그저 평범하고 보통의 날이 또 왔구나! 싶다.

대단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아들이

그렇다고 하니 대단한 거 아닌가?


평일 수요일 바쁘다던 남편이

타이빈(회사)에서 하노이(집)로 달려왔다.

일과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남자

은근 로맨틱함 인정한다.

나름 기념일도 잊지 않았다.


작년 백신 부작용으로 남편이 많이 아팠다.

몸도 마음도 허약해져 힘들었다.

1년 후 회복되어 내 옆을 잘 지키고 있다.

그리고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비가 온 후 땅이 더 기름지고 단단해진다더니

우리는 31주년을 함께 보내고 있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견디고 버티다 보니 사랑은 기적을 낳았다.

건강해진 몸과 마음에 깃든 사랑은

나풀나풀 날아가는 꽃잎처럼 아름답다.




저녁 7시 

우리는 베트남 하노이 롯데호텔 루프탑

탑오브 하노이(Top of hanoi)에 갔다.

그래도 기념일인데...

김치찌개를 먹기엔 좀

너무하다 싶어서....


차가 막히는 저녁 시간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길을 나섰다.

커다란 케이크대신 조각케이크를 한 개만

사려다가 4개나 샀다. 골고루 맛을 보고 싶어서


롯데호텔에서 엘베 타고 65층으로 올라갔다.


65층에 내려 오른쪽 계단 위 엘베를 다시

갈아타고 68층 루프탑까지 잘 올라갔다.

올라가는 입구쪽 65층 & 올라와서 68층 모습

탁 트인 전망에 놀라고, 하늘로 쏘아대는

파란 조명에 놀라고, 감미로운 노랫소리에

이끌려 직원의 안내를 받아 테이블에 앉았다.


'여기까지 둘이서 잘 왔구나!' 


기념일엔 특별한 추억 하나 만드는 것도 

아들아 ~~ 보고 있나?

여자는 이런 거 좋아한단다. 

나만 그렇 수도...

68층 공연 무대와 하노이 전망 (2023년 4월 5일)


아~~ 멋진 하노이 시내가 다 보인다.

레드와인 한 모금에 혀가 알싸해지며

기분 좋은 바람이 내 얼굴을 쓸고 지나갔다.


쨍~~

우리는 와인잔을 기울여 부딪히고

둘만의 기념일을 축하했다.

둘이서 셀카로 사진을 찍으며 즐겁다.


우리의 사랑은 대단했어ㅎㅎ 몰랐네.


딸기맛, 커피맛, 블루베리맛, 달콤한 맛

작은 케이크와 알싸한 와인이 조화롭게

입속에서 신나게 춤을 춘다.

작고 앙증맞은 케이크는 롯데마트 지하 베이커리에서 공수했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노래가 감미롭다.

기타반주가 밤하늘에 울려 퍼진다.

해물 스파게티를 나눠 먹으며

남편에게 더 큰 새우를... 양보했다.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고, 기분도 좋고...


30년을 살았는데도 사랑 이란 로고가

쑥스럽다.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포토존을 먼발치에서 찍으며 미소 짓는다.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도 못하고

그저 함께 있음에 감사하며 말이다.


사랑은 은밀하게 ~~

너무 티 나지 않게 ~~


와인 어떻게 마심? 대단!


와인 맛은 정말 좋다. 그렇지? 동감

몇 모금 마시고 나니 취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귓속말로

서로 김치찌개 생각난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공감 ㅎㅎ




루프탑을 내려오며 올라갈 때 스치고 지난

글귀가 이제서야 선명하게 들어온다.


어머낫! 이 글귀는 맘에 쏙드네 ~~



이만큼 살고 나니 우리가 대단했구나!!

당신도 나도 참 많이 애썼네...

마음도, 생각도,  삶도, 칭찬하고 싶어졌다.


와인 한병도 아니고, 한잔도 아니고,

반잔쯤에 취한 우리는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ㅎㅎ 호텔 대신 집을 택했다.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몸을 깊숙이 밀어 넣고 영화를 본다.

아~~~ 이 편안함 ~~


기념일 어케 지내야 하는 거?


사랑은 그리 비싼 걸 주고받지 않아도

표현하면 되는 거고 대단하지 않아도

평범한 일상을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끌고 가는거였다.


탑오브 하노이 그곳은 오후 6시부터 9시

가볼 만한 곳이니 하노이 여행 시 추천해 본다.


**어케는 어떻게를 표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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