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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처럼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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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아이리스 h
Aug 25. 2023
파파야~ 옴마야!
속을 알 수 없다.
노란 참외도
아니고, 초록
수박도
아니다
.
참외보다
조금
크고
수박보다는
쪼끔
작다
.
**충청도 사투리
버전**
당채 무르겠슈~뭐 당가유?
증 말
(전혀 모르겠다. 뭘까요? 정말)
긍께 과일이긴 한거쥬?
(그러니까 과일 맞나요?)
먹을 순 있대유? 없대유?
(먹어도 되나요? 안 되나요?)
허우대는 멀쩡 하구먼유~~
(겉모습은 괜찮아 보인다)
근디 맛도 속도 까봐야 알지유~~
(속을 알 수 없다는 뜻)
하노이에서 1시간 30분쯤 떨어진 의류공장에
가다가 무심코 올려다본 나무 그 위에 옹기종기
파파야
(
처음엔 이름을 모름)가 달려 있었다.
키가
큰 파파야 나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잠시만... 차에서 내려서 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남편은 창문만 스르르 열어준다.
날도 덥고, 벼랑길이 좀 위험하다며...
난 괜찮다며 때를 쓰는 어린아이처럼 차에서
내려 나름 각도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옹기종기 매달린
초록빛 열매 모습이 새롭다.
익어가면서 노란빛 띠를 굵게 나타내는 이것은
과연 식물인가? 과일인가? 갸우뚱 거린다.
궁금함과 호기심이 발동하는 순간이다.
길 가장자리 움푹 내려간
지점에서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고 자연이 주는 빛과 비와 바람을
맞으며 열매를 달고 있음에 감탄했다.
나무의 큰 기둥이 사라지고 두 줄기가 보인다.
쑥쑥 자라 폼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아이리스 h 사진
남편의 롱 팔 사진
파파야
주인은 과연 있을까?
훔칠 수도 없는 위험한 비탈길에
서
있다.
게다가 계곡물까지...
사진 찍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
다.
삐질삐질 땀내는 내 모습에
차 안에서 웃고 있던
남편이
내렸다.
나보다 조금 긴팔을 가졌다며 본인이
찍어보겠다더니...
굴러 떨어질 뻔했던 아찔한 상황에서
우리는 하마터면 껴안을 뻔했다.
파파야~
너를 찍으려다.... 우리 둘이
옴마야!
그날의 웃음이 사진 속에 남아있다.
아는 게 힘
!
아는 만큼 보인다던 말이 실감 났다.
그날부터
파파야
가 자꾸만 보인다.
마트에
...
시장에...
시골길에...
열대과일인데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폭풍검색을 하고 난 후 한번 맛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집으로
가는 길 주변에 과일트럭에서
아주 앳된 모습의 과일 장수를 만났다.
여러 가지 과일들이 보였고
길바닥에 있는
파파야
를 발견했다.
옴마야! 진짜 파파야?
트럭위에 과일들
파파야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우지 않고
정확하게 셈을 하고 가격을 부른다.
하노이
7년 차 눈속임이나 바가지 씌우면
숨소리만
들어도 눈치채는 주부 9단이다.
어쨌든 새로운 맛
파파야
먹기 도전!
길쭉한 수박에 동그란 배까지 포함하여
과일값 총액은 십만 동 (오천 원쯤 ~~)
부자가 된 듯 바리바리 들고 집에 왔다.
일단 물로 깨끗하게 씻겼다.
통통 두드려 말을 건다.
파파야? 파파야라고?
반 가르기가 무섭다.
왜? 검색을 해보니 검정씨가 가득 들어있다.
구글폼에서
떨려? 내가 자를까?
남편이 용감하게 나섰다.
속을 알리 없는 남편은
흥부가 박을 썰듯 슬금슬금
칼을 들고 금 나와라 와라 뚝딱!
어허! 겉은 반질반질 딱딱했는데
칼을 대고 자르니 칼이 쑤욱 빨려 들어간다.
반이 순식간에 잘렸다.
그.
리.
고.
정지화면이 되었다.
우리 둘이 서로 푸하하하 웃고 말았다.
1.
2.
3.
오잉????
속이 그냥 텅텅 비었다.
과일을 판 주인도 몰랐을 거다.
속이 텅텅 빈 파파야
옴마야 ~세상에...
검정 씨를 파내고 먹는 과일인데...
파파야 ~존재감 뿜뿜에 정말 어이없다.
끈적임도 있었고
숟가락으로 살짝 속을 긁으니
덜 익은 듯 풋과일 냄새가 났다.
어디 맛 좀 볼까?
이 맛은?
웩~~~~~
윽~~~~~
"미안하다 너를 받아들일 수 없다 ㅠㅠ"
파파야는 옴마야! 맛이었다.
나이가 들 수록 가볍게 살라 한다.
무게 잡고 진지하게 사는 거 힘들다.
내려놓고 속도 비워내고 살아야 편하다.
목숨 걸고 그 높은 곳에 매달려 살고
있었을 파파야를 너무 일찍 따버렸나 보다...
겉모습만 보고 익었으려니...
청춘들은 좀 더 익어가도록 내버려 두고
속을 채울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함을
청춘
파파야를 통해 깨달은 하루였다.
파파야 덕분에 파하하하 가볍게 웃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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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야
과일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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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처럼 살기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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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이걸 진짜 어떻게 먹어??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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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처럼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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