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뉴스~~

오 마이 갓~~~

by 아이리스 H

안녕하십니까?

주말은 잘 지내셨나요?

하노이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아무도 묻지 않고, 궁금해하지 않지만

'제발 이제 그만...'애타는 사연을 하나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따끈따끈한 뉴스 속보입니다.


2023년 8월 20일 오전 9시


길었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이곳의 학교들은

개학을 하였고, 한국에서 방학을 지내거나

또는 다른 나라에 다녀온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오랜만에 한 곳에 모였습니다.

예배가 시작되면서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8월 찬양 '사랑을 표현할래요~~'곡을 여러 번

반복하여 부르고 율동도 하며 초등부 예배의 문을

열었답니다. 긍휼이라는 뜻과 의미를 전하는

전도사님의 말씀에 귀가 쫑긋, 눈빛이 초롱초롱

겨우 아침잠을 깨운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함께 있었습니다.


창문에 흐르던 빗줄기가 점점 세차 지더니

천둥과 번개까지 친구 되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평온한 마음으로 예배를 잘 마쳤습니다.


교사모임을 위해 아지트로 갔습니다.

누군가의 손길로 정리정돈된 아지트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습니다. 사실 아지트는 공간이 부족하여

창고처럼 사용하던 곳을 회의 장소로 변신을 시켜

그곳에서 초등부 교사모임을 갖게 되었답니다.




오! 마이 갓...

쩌이어 이!

세상에나~~


창밖을 내다보며 놀라고 말았습니다.

어제의 하늘이 절대 아닙니다.

하늘이 분명 펑크가 났습니다.

장대비를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13명의 선생님들은 '오 마이 갓' 합창을...

어머나 이게 웬일입니까?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풍경입니다.

주차된 차들이 물에 잠기고 있습니다.


이거 실화입니다.

2층 교회에서 바라본 풍경


어머 어떡해~~


그 와중에 교사모임에 전도사님의 생일파티는

조촐하게 시작되었고,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끄고 맛있는 케이크를 나눠서

먹고 있었습니다.


김천의 맛 좋은 샤인머스캣 포도를 공수해 온

선생님, 꽃무늬 손수건, 귀여운 곰돌이 양말,

예쁜 레이스 앞치마, 한 땀 한 땀 뜬 수세미까지

갖가지 선물을 받아 들고 즐거워했습니다.


서로에게 전하는 선물입니다. 하노이를 지킨

감사함을... 한국을 다녀온 마음을....


이럴 때가 아니고,

탈출을 시도할 때인데 말입니다.


도로를 점령한 빗물이 빠지지 않고 불어나기

시작했고, 인도까지 차오른 상태입니다.

발가락이 골절되어 깁스를 하고 의료 보조

집게발까지 가져온 선생님을 바라보니...

내 상황과 처지는 무척 양호했습니다.


늘 즐겨 입던 원피스 대신 오늘따라 캐주얼한

복장 흰 티에 검정바지를 선택한 탁월 함까지

갑자기 바지를 걷고 빗물을 헤치고 걸어가거나

헤엄을 쳐서 갈 수 도 있다는 상상을 잠시 하며

스스로 안도감을 가졌습니다.


오래전,

교회가 물에 잠겼다는 전설이 전해왔지만

설마 설마 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초등부 예배 후 2부 예배가 시작되기 전

폭우는 그칠 줄 모르고 내렸고, 차들은 물속을

헤엄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빗물이 파도치는걸 처음 보았습니다.

오 마이 갓!


보랏빛 고구마 케이크의 단맛에 풍덩 빠져

배고픔을 일단 달래며 평온한 척했지만

불안감이 업습했습니다.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랐고, 집중호우로 고립되거나

실종되었다는 어머어마한 일들이 떠올라

급 겁쟁이 모드로 돌변했습니다.


2부 예배를 드리러 오다가 돌아가기도 했고

2부 예배 시작 전 차를 멀리 세우고

종아리까지 차오른 물길을 걸어 예배에 왔다며

어깨며 옷이 젖고 양말을 벗어 짜내던 아이들과

엄마를 화장실에서 마주 했습니다.


1부 예배가 끝나고 가는 길도...

2부 예배를 드리러 오는 길도...

심상치 않은 현황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일단 침착하게...

교회로 오고 있는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든지 교회 앞에 오지 말라고....


그 후로도 비는 계속 내렸습니다.

11시, 2부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내 안에 겁쟁이가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지금이라도 이곳을 빠져나가는 게 옳을까?

아니면 이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갈등이 되었습니다.

빗속을 뚫고 갈 용기도 없으며

빗물이 허벽지까지 차오른 물길에 들어설

생각을 하니 어질어질합니다.


차가 물에 잠기니 오지 말라 부탁했거늘...

차오른 물길 위로 남편이 나타났습니다.

돛단배를 띄운 듯 차가 헤엄쳐서 왔다며

예배도중 나오라는 긴급연락을 받고

기도하는 도중 미안했지만 교회를 빠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비는 계속 내리고 교회 카페 앞까지

찰람찰람 빗물이 들어와 차를 세울 수 없을 정도

빗물이 파도처럼 넘실 거립니다.

겁쟁이를 구하러 온 착한 남편은 나를 차에

태우고서야 긴 ~~~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어봅니다.


빗물 위를 차가 잘 지나갈 수 있을까?


견인되는 승용차와 물에 잠긴 오토바이

비옷을 입고 가는 베트남 사람들...

우산을 쓰고 바지를 허벅지까지 걷어올린

사람들... 불어나는 빗줄기를 보며...

'제발 이제 그만...'혼잣말을 했습니다.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걸어가는 행인들...

차를 타고 가며 찍은 사진


갑자기 불어난 빗물로 고립이 될뻔한 상황에서

어쩜 이리도 평온한 건지? 믿음이 부족한 나를

강하게 연단하는 하루였습니다.



고마운 내 사랑 짝꿍님

30년을 살고 나니 애틋함이 묻어납니다.

오지 말라고 기다리라던 내 말에도

물길을 뚫고 나타난 짝꿍님 고맙습니다.

달달한 팥빵과 종이컵 속에 샤인머스캣 몇 알을

담아 비상식량을 챙긴 수재민 아이리스가 전하는

긴급했지만 평온했던 어제의 일입니다.


폭풍우 속에서 춤출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나 떨고 있니?


성경이야기 중~

바닷물이 둘로 갈라지는 홍해의 기적도 없었고

노아의 방주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물길 위를 걸으라는 기적도...

현실에서는 사랑하는 남편과 애마 (자가용)

그리고 겁쟁이모드 말고 담대함, 의연함이

필요했노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하노이의 변화무상한 날씨만큼 아이리스 h의

삶은 좌충우돌, 오르락내리락 포물선을 그리며

이곳 하노이에서 살아내고 있습니다.

폭우를 헤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폭우를 견디어낸 꽃들이 나를

맞이합니다.


장대비에도 꼿꼿하게 내 집 앞을 지키낸 꽃을

보고 나서야 긴박했던 하루일상 쉼표를 찍습니다.

그 후, 선생님들도 무사히 탈출했다며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동영상을 보내왔습니다.


한바탕 폭우로 흔들릴뻔한 나의 삶은

평온함을 찾았다는 뉴스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