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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l 09. 2024

호랑나비 애벌레의 습격

나 좀 살려줘~~

이런 이런 일이...


벳남 아파트는 베란다 창이 반만 있다.

펜션느낌이다. 직접 하늘을 볼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벌레나 곤충들의 들고 남이

자유로우니 그들과 더불어 사는 거다.


웬만한 곤충들은 이제 좀 괜찮아졌다.


하노이 도시 한복판으로 이사를 했건만

숲이 있어 그나마 자연친화적?이다.

안방 쪽 베란다에 개운죽과 작은 금귤나무만 

남아있다. 굿모닝? 아침인사를 하려는데


오잉?


뭔가 다녀간 흔적이...

으스스하고 오싹했다.

바람까지 불고, 비가 오는데...

베란다를 난장판 해놓고 숨어있는 곤충은?


어머나? 세상에?


넌 누구냐?

바로바로 꿈틀꿈틀 작은 애벌레였다.

특별히 해를 입히지 않는 한 난 내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잠시 쉬었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곤충들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하루살이가 아닌 듯 보였다.

금귤나무 잎에 티도 안 나게 자리 잡았다.


연둣빛을 뛴 애벌레는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집을 비운동안

조금씩 몸이 통통해지고 있었다.

징그럽기도 했고 귀엽기도...


게다가 애써 키운 금귤의 새순을

다 먹어치웠고, 아래쪽으로 내려와

큰 잎들도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갈아먹어 버렸다.


우야꼬?


살려달라고 한마디도 못하고 금귤은

애벌레에게 자신을 포기한 듯 휘청거렸다.

'아니야 아니야  건 아니야'

금귤 나무를 살려야 해!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기엔

마음이 허락지 않았다.

며칠 만에 4년째 키워놓은

금귤 나무는 앙상하게 가지만 남았다.


애벌레를 살릴 것인가?

금귤 나무를 살릴 것인가?

 

당연히 금귤나무를 살려야지!

잠시 고민을 끝냈다.

애벌레를 잎사귀와 함께 날려 보내기로 했다.

누가? 남편이...


2021년 선물로 받은 금귤이 심한 몸살 후에

뿌리만 남았다가 다시 살아나 연한 초록빛

잎을 달고 다시 살아났고, 잎이 마르고

시들어 죽을 뻔하다가 또 살아났는데...


애벌레의 밥으로 주기엔 너무 아깝다는

수북했던 잎들이 하나씩 없어졌고

밤사이 금귤 잎사귀는 또다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옴마야!


몸통 통한 초록 애벌레가 두 마리?

서울태생 남편과 충청도 태생 아내는

급기야  애벌레를 보내기로 했다.

남편은 가위로 금귤 잎사귀를 싹둑!!


금귤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는 혹시 다시 올지도

모르니 금귤나무를 세탁실이 있는

베란다로 급히 옮기는 거였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금귤 나무를

한 잎 한 잎 소중히 닦아주었다.

물도 흠뻑 주었다. 그리고

강한 생명력을 선물 받았다.


"너 정말 괜찮니?"


빨래를 널 때마다 물어본다.

뜨겁고 훅한 바람결에 온몸을 흔들며

살려줘서 고맙다고 한번 더 잘

살아나 보겠다는 다짐을 하는듯 보였다.


애벌레가 찾아와 친구 되었던 때가

좋았으려나? 자신의 잎을 내주면서도

온통 아수라장을 만든 안방베란다에서

이사 온 세탁실이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홀로서기 중인 금귤을 바라본다.

적당히 내어주고, 너도 살아야지!

뜻하지 않게 애벌레의 습격은 험난했다.

알고 보니 호랑나비의 애벌레였다.


한국에서는 귀해서 돈 주고 산다고?

조금 더 지켜볼걸 그랬나? 아쉬웠다.

베란다에 동글동글 흙덩이를 말아두었던

꿈틀꿈틀이는 사라졌다.


야호야호!


금귤나무는 새순을 이곳저곳에 달았다.

강한 생명력과 희망을 보여주었다.

베트남에서 산다는 건 예기치 못한

일들이 나를 공격해 오기도 한다.


어쩌면 손해 보는 일이...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는 일이 힘겹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로움이

필요함을 금귤나무를 지켜내며 알았다.


금귤나무잎사귀를 먹고 간

호랑나비 애벌레의 작품입니다.

잠시 감상해 보세요

글감을 주고 간 호랑나비 애벌레


살아있어 새순을 보여준 금귤나무에게

살이 있음이 기적이고 희망임을 배운다.

오늘도 그렇게 베트남에서

살아감을 감사한다.

애벌레의 작품
습격 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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