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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를 잠재운 골프라니...
4박 5일 하노이 골프여행
by
아이리스 H
Dec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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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웠던 하노이 날씨가
그녀들이
온다니
따뜻한 봄날이 되었다.
무슨 일이지?
게다가 비행기가 30분 일찍 하노이 공항 도착
전광판에 빨간불이 신기할 정도였다.
용감한 그녀들이 골프여행을 왔다고
?
부채를 들고 나타난 그녀는
사춘기를 이긴다는 갱년기에 접어들었다.
어쩐대유?
아들 딸 잘 키워놓고 이제 좀
쉬어가려니
갱년기가
친구 하자며
훅 ~들어왔단다.
몸무게가 늘어나고 짜증도 많아졌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땀이 흘렀고 만사가
귀찮고 외출하기도 싫었다고 한다.
아뿔싸~~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친구와 베트남으로 원정골프를 오겠다고?
전화가 왔고 난 흔쾌히 그녀들을 승낙했다.
그녀는 20년 전 운전면허 학원에서 우연히
만났고, 그 후
인연이 되어 친해졌으며
아들은 논술 제자로 내 수업을 받았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살던
그때
그 시절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이 회사원이 되었다
.
세월이
쏜
화살같이 빠르게
흘렀다
.
풋풋했던 그녀와 나도 이제 중년이 되었고
서울로 이사하고 하노이에 오게 되면서
바쁘게 살아가느라
소식이
뜸했다.
갱년기 아줌마로 변신하고
6개월 차 골퍼가 되어 하노이까지
나를
찾아오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여전히 하얀 피부에 앳된 모습이지만 세월을
막을 수는 없었나 보다.
갱년기를
먼저 보낸
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와 라운딩을 하게 될 줄이야
~
~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
내가 골프를 치게 될 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것처럼 그녀가
골프채를
들고
용감하게
이곳에 나타날 줄은 예상 못했다.
남편과 친한 친구 한 명 그렇게 셋이서 말이다.
도착 첫날은 베트남 음식과 마사지를 즐기고
호텔로 돌아가 일찍 쉬었다.
다음날, 골프 치기에 딱 좋은 흐린 날씨다.
새벽 6시 20분 차가운 하노이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골프장으로 고고~~
피닉스 골프장 주말이라 좀 비쌌다.
어쩌다 고향이 ♡산, ♡산,♡산, 우연치고는
인연이 깊다. 산으로 끝나는 여자 셋과
골프를 좋아하는 그녀의 남편은 함께였다.
역시 용감함과
자신감이 장착된 갱년기 골퍼들이다
.
사실 올해 4월, 어깨
부상으로
골프를 못 쳤다.
3개월을 쉬고 , 연습을
다시
시작한 지 4개월쯤
필드 2번이 전부여서
실력발휘를 못했다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중이다.
골프를 쉬어간 날이 많았지만
체면유지는
드라이버가
해주고 퍼터는
영
~내 마음을
알 리가 없이
제멋대로였다.
설마? 6개월 초보들에게 질 수는 없는데...
그녀는 그린 위에서
퍼신(퍼터를
잘 친다)이다.
공이 쏙 쏙
홀컵으로 빨려 들어간다.
퍼터를 어찌나
잘하는지? 땡그랑
소리가
경쾌한데.., 내
속은 타들어 갔다..
오 마이
갓! 그녀의
친구는 급기야
생애 첫 버디까지 거머쥐었다.
난 급 소심해졌지만
최선을
다했다.
새공 한 개로 18홀까지 공 안 잊어버렸으니
잘하고 있다며 셀프칭찬을 해본다.
버디펏을 놓치고 유지했던 내 멘털은
완전히
사정없이 무너졌다. 더블더블더블
양파다.
그렇게 라운딩이 끝날 무렵 그녀들은
나이스 샷 을
날리며 신이 났다.
용감한 그녀들과의 라운딩은
18홀까지
명랑골프로 끝이 났다. 버디는
그녀의
친구와
그 남편이 해냈다.
5년 차 골프인생에
구력은
어디로 갔는지? 그녀들에게 웃음이 되었다.
골프 정말 내 마음대로 안된다.
갱년기를
지낸 나는 갱년기를 보내고 있는
그녀들을 보며 대견했다.
그녀와 친구 초보골퍼에게 박수를 보낸다.
골프 6개월 된 용감한 그녀들
.
.,
5년 차 골퍼 아이리스를 납작 엎드리게 했다.
어쨌든 갱년기를 이겨 내려고 골프를 선택한
그녀들의 미래는 맑음이다.
배가 고프다!
피닉스 19홀(식당이름)에 들려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로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그리고 난 말 안 듣던 내 퍼터에게 새로운
커버를 사주며 말했다.
다음 라운딩에서는 제발 잘 쳐주길...
(다음 라운딩에 퍼터를 기대하시라)
하루가 긴 듯 짧았다.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으니
추억은
아름다운 거 바로 그런 게 아닐까?
갱년기를 지혜롭게 이겨내는 방법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거나 배우는 일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하는
시간들을 즐기는 일
무엇이든 열정과 땀을 쏟아내는 일
홀컵에 공을 넣는 아주 단순하고 어려운 일을
해내며
활기차게 세상과 맞서는 일이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니 잠시 쉬어가며
여행하듯 삶을 즐겨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갱년기를 잠재운 신나는 골프는
하노이를 뜨겁게 달구었다.
힘차게 뛰어오른 사진은 아쉽게 마음속에 저장!
2024년 12월 21일 피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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