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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통돼지 바베큐라고요?

3.1절에 중등부 수련회

by 아이리스 H Mar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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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3월이 시작되던 날!


하노이 날씨는 며칠째 꿀꿀합니다.

회색빛 도시는 언제쯤 햇살을 보여줄지?

몸도 마음도 물 먹은 솜처럼 무겁기만 합니다.

겨울방학중? 뭐? 신나는  없을까요?

중등부 선생님들은 회의를 했습니다.


먹구름 한데 모아 건조기에 말리고 싶을 정도

부슬부슬  내리는 안개비는 어쩔?

축축하고 눅눅한 날씨에 수련회를 하자고요?

중등부 아이들을 어떻게 참가시킬지?

걱정이 가득합니다.


으악 ~ 통돼지 바베큐 라구요?


베트남 사람들은 큰 행사에 돼지를 통째로 구워  

여럿이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긴 합니다. 

중등부에서 이런 환영식은 30년 만에 처음?

중등부 아이들을 수련회에 참가시키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과연 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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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를 만들고, 신청서를 만들고

광고를 3주 전부터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통돼지 바베큐 미끼가 통하긴 했나 봅니다

50프로가 넘는 참가 인원 반은 성공입니다.

나머지 50프로는 선생님들의 기도뿐입니다.


디데이는 점점 다가오는데...


여전히 미지근한 반응에 참석여부 결정을

미루며  속마음을 숨긴 아이들...

"수련회 안 올사람 손 들어봐?" 일주일 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이건 긍정?

우리 반은 7명 참석을 예상했습니다.


7학년을 위한 환영식을 격하게 해 주자는 

차원으로 통돼지 두 마리를 예약한 상태입니다.

잉? 우리 반 아이들이 한 명도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았으며 단톡방에 톡도 보지 않은 상태로

참가인원 명단에 없습니다.


세상에... 어쩌면 좋을까요?


신청서에 체크도 하지 않았으며,

오지 않겠다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오겠다는 확답도 미정인 상태로

개인 톡도 답장이 없으니...

마감접수가 임박해졌음에도

느긋한 우리 반 아이들이 궁금합니다.


3월 1일 토요일 10시~오후 5시까지

하루종일 너무 긴 스케줄 때문일까요?

학원이나 공부를 하기 위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그냥 날씨 탓으로

그들의 알 수 없는 마음에 애가 탔습니다.


소통은 먹통으로 끝날지도 모릅니다.ㅠㅠ


중등부 단톡방에 실시간 올라오는 접수현황!

꼭 참석할 만한 아이들의 부재를 파악하고

학부모님들과 소통을 시작한 후, 갑자기

한 명씩 두 명씩 이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휴우~~ 막바지 접수확인 후, 안심입니다.

7명 예상인원을 채우고, 친구 한 명을 초대한

우리 반 에이스 덕분에 8명이 오게 되었습니다.

기다림, 답답함이 단번에 해소되었으며

마음속은 화창한 봄날이 되었습니다.






2025년 3월 1일 오전 9시~


비가 부스 부슬 내립니다.

갈까? 말까? 망설이던 마음에 마침표를

찍은 우리 반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중등부행사는 처음이라 어색합니다.

그럼에도 열심히 봉사 중입니다.


아직은 해맑은 7학년이 제일 많았고,

언니야 오빠야 같은 8학년도...

제법 성숙미가 뿜뿜 풍기는 9학년까지

오늘은 모두가 쉐키쉐키 섞여 하나가

되어 중등부 수련회를 하려 합니다.


아침부터 차운행과 식사준비, 매트 깔기,

등록 접수로 바쁘게 아이들을 맞이하고

예배를 드립니다. 지루하고 긴 설명이 아닌

마음속에 속속 들어오는 영상으로...

은혜로운 찬양으로 마음이 정화됩니다.


짠~~~ 옴마야! 어떡해~~~~

브런치 글 이미지 3


놀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합니다.

비주얼이 생각보다 오싹합니다.

상추로 몸과 얼굴을 조금 가렸습니다.

꾹 다물었던 입들이 미소로 번집니다.

삼삼오오 웅성웅성 시끄럽네요.


혹시나 비유가 약해서 못 먹을 수도 있으니

소시지와 컵라면. 김치까지 준비했고,

꿀떡과 간식 등등 부족하지 않게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상추와 깻잎, 쌈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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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된 통돼지는 벳남아저씨의 전문적인

해체로 살과 뼈가 잘 분리되었습니다.

프라이팬에 한번 더 작게 잘라 구워 냅니다.

프라이팬 3개 정도에서 집게로 더 굽고 나니

 맛 좋은 돼지고기가 되었습니다.


굽고 뒤집고 애쓰신 선생님들의 수고가...


손가락과 손목이 힘이 풀릴정도였으나...

다행히 점심배식은 아이들 모두 즐겁고

맛있었다며 엄지 척을 해주었습니다.

시장이 반찬 이라더니 꼬르륵 배꼽시계가

요란합니다. 나도 맛나게 식사를 했습니다.


자유시간을 지나 아이들끼리 조별모임은

선배와 후배의 숨바꼭질로 이어져 흥미진진

했다고 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서로 웃으며

오가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기만 합니다.


잠시만요~ 선생님들도 모이세요~


점심식사 후, 선생님들도 신입 선생님과 기존

선생님들의 자기소개와 교사를 하게 된 이유?

어쩌다 봉사부터 엄마의 마음으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중등부 교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믿음의 분량대로 부족함을 알고 겸손하게

아이들을 대하는 사랑이 넘치는 교사들...

꺼끌꺼끌한 모래알이 아니고,

설탕처럼 부드럽고 고운 마음으로 달달하게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

미래의 주인공들을 이곳에 모아 말씀과 기도와

찬양과 게임으로 거듭나게 하는 수련회는

무탈하게 잘 마치었습니다.


보이지 않게 섬긴 손길들 감사합니다.


100명 분을 떡으로 후원하시고, 찬조금 으로

음료수로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섬겨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서

할 수 있었던 일 봉사의 기쁨을 알아갑니다.


"재미있었다."

"굿~~"

"또 했으면 좋겠다."

"맛있었다. 진짜!"

"좋았다 너무너무~~~"


불통은 소통을 이끌어 냈으며

느리지만 조금씩 스며드는 아이들

그들이 있어 미래는 밝습니다.

통돼지 한 마리씩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길...


3월 1일 , 베트남 하노이에서

통돼지 바베큐 환영식을 추억하며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중등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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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베트남 하노이 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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