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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년대길 김부장 Dec 09. 2021

영업소장 2. 다달이 부치는 손편지

관계 맺기의 중요성

영업소장은 부임 조회를 마치고 나면 이제 정말 시작이다. 새로 만난 영업소 식구들과 하나둘씩 사귀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 모두 다 면담을 해서 가정상황도 빠삭하게 파악하고... 고민도 들어주고..."

거창한 결심과 함께 한 두 명 만나다 보면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든다. 

그래도 열심히 듣고 적는다. 


"별 기대 없어요..."

"소장님도 몇 년 있으면 가실 거잖아요. 그냥 편하게 내버려 두시면 좋겠어요..."

"밥이나 잘 사 주세요..."

"아침에 조회(상품교육, 정신교육 등)를 잘하시는 소장님이면 좋겠어요..."

"차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공평한 따뜻한 소장님이면 좋겠어요..."

"소장님이 알아서 하세요..."


참 다양한 의견이다. 

좋은 말도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는 의견도 있고... 

늘 실행에 대한 고민의 연속이다. 


그러던 중, 첫 급여날이 돌아왔다. 지난달 실적에 다한 수당(수수료)이 지급되는 날이다. 내가 없었던 전달에 일한 부분에 대한 대가이고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건 기본적인 부분만 있던 터라. 혹여 물어보시는 분이 있으면 성실히 답변해 드리겠다는 맘으로, 다시 한번 지급규정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본인이 이 달에 받는 시상금이 얼마인지 계산해 달라는 사람이 한 둘 생겼다. 소득이 제법 되시는 분들이고 일을 잘하시는 분들이라 역시 궁금해하시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문제는 '시상금'은 기본적인 소득과 달리 때마다 달라지고, 내가 오기 전 이미 입력이 완료되어 오늘 지급만 된 상태라, 입력이 잘 되었는지까지는 내가 알 수가 없어 조심스러웠지만, 확인해서 답을 드렸다.  


그렇게 첫 달 마감을 마치고 다음 달을 맞이하면서 우리 영업소 식구들이 내가 함께한 첫 달의 소득을 받아가는 날이 돌아왔다. 전산에서 개인의 소득명세를 조회할 수 있다. 그런데, 기본적인 소득 외에 '시상금'등은 명세에서 세부 내역을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지난번처럼 몇몇이 내게 문의를 하였다. 

이렇게 답을 달라고 하는 사람이 한 두 명이면 그럴 수 있겠구나 하겠는데, 자꾸 물어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물을 때마다 일일이 찾아서 답하다 보니 너무 공수가 많이 들었다. 


'그래, 보험은 인지(人紙) 산업이라 하지 않았던가?! 사람 빼면 뭐가 있겠는가?!' 


보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을 전달하는 일이라 '인지(人紙) 산업'이라고도 한다. 즉, "사람과 종이가 전부"라는 말이다. 디지털로 급변하는 세상에서 종이도 전자문서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건, 바로 "사람"이다. 그 사람이 중요하다 보니 영업소에 새 사람을 늘리는 것도 기존에 함께하고 있던 사람이 더 좋아지게 하는 것도 모두 이 '사람'의 영역에 관한 일일수밖에 없다. 특히, 보험영업에 첫 발을 내딛는 새내기들에겐 이 낯설고 황량한 환경에서 누구를 의지하고 버텨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나에게 이 길을 알려 준 사람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나만 케어해 줄 수는 없는 일. 내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항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럴 때 바로, 영업팀장이나 영업소장이 나서면 더할 나위 없다. 


그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은 "손편지를 써보자"였다


시상내역과 한 달 동안 고마웠다, 고생했다, 그리고 기대한다.....


매달 많은 인원에게 손편지를 매번 다른 내용으로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라. 

(결국, 나중엔 프린트물로 출력해서 주게 되었다.)


정말 놀라운 일은 이 편지들을 보관하고 어쩌다 한 번씩 읽으면서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말을 그 영업소를 떠난 한참 후, 그때 영업소 식구를 만나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가방에 고이 접어 놓았던 편지 한 장을 내게 보여주었다. 

(신인 때 이 편지 받고 많이 힘이 되었다며...)

새삼 그때의 일들이 떠 올라 흐뭇했다. 


영업소장의 임무는 회사가 부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목표라는 것이 영업매출실적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관리할 지표들도 많다. 모든 지표관리는 영업목표 달성이라는 하나를 향해가는 여러 가지 보조수단일 수도 있다. 나날이 영업환경이 어려워지고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관리해야 할 지표들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람 관리"이다. 사람을 관리한다는 말 자체가 말이 안 될 수 있으나, 영업조직과 함께하는 관리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모든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제는 세상이 정말 많이 변해서 카톡이나 메신저 등으로 대화하고 얘기하는 게 기본이 되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편지를 받는다면 힘이 나지 않을까?!


나는 요즘도 어쩌다 우리 부서원에게 손편지를 줄 때가 있다. 

그도 좋게 기억하면 좋겠다. 


관계를 잘 맺기 위한 방법 중에 

상대를 생각하며 손편지를 써 보고 전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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