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아가”
아가
엄마 젖꼭지를 물고서
잠든 아가는
우유병을 물려도
놓치지 않고
꼭 물고 잔다
이불을 걷어차고는
고추를 다 내놓고도
창피한 줄 모르는 아가
자면서도 아가는
손을 더듬는다.
다른 젖꼭지를
만지려는 듯…
나는 가만히
아가 볼에
뽀뽀를 해 주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글을 끄적이게 된 것은 아마도
중학교 1학년 때 교내 백일장에서 써낸 시가 상을 타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우윳빛 침묵~”
이라는 첫 줄이 생각나는 걸 보면
그 당시 엄청 멋있다고 생각해서 적어 냈던 것 같다.
어딘가에 소풍처럼 전교생이 나가서
백일장이 숙제처럼 느껴졌으니,
무슨 주제의식을 갖거나, 수미상관을 이루거나 등등과 상관없이
빨리 적어 내는 목표를 달성했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선생님께서
시를 엄청 멋있게 해석을 해 주시며
잠깐 동안 문학반에 특별활동시간마다 갔던 기억이 있다.
(글쓴이의 의도보다는 어린아이의 겉멋 든 치기였는데,
좋은 해석과 추억을 주신 선생님께는 감사드린다 - 성함과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 죄송하다)
위의 시 “아가”도 아마 그 이후에 집에서 그냥 끄적여 본 글일 것 같다.
메모지가 무려 ‘사계절 출판사’의 것이고
198 . ~ 이렇게 시작하는 날짜가 위에 박혀 있는 걸로 봐서는 중학교 무렵이 맞을 듯하다.
그런데, 이런 시를 왜 적었는지는 떠오르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연필로 그린 모유수유 장면의 그림 낙서가 같이 있는 걸로 봐서는
혹시 당시 유행하던 "시화"를 노렸던 건 아닐까. 잠시 추억해 본다.
이렇듯 모든 시작은 우연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우연으로 지금 이렇게 내 메모들을 정리할 수 있고 남길 수 있어 참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