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뜨거운 북콘서트 현장에서

이정훈 & 박환이 작가 부산 북콘서트 다녀왔어요

by 가을웅덩이

부산에서 북콘서트가 열린다고 해서 일주일 전에 신청한 북콘서트다. 더구나 장소가 모교인 경성대학교 근처에 있는 부산예술회관이라 더 마음이 동했다. 직행버스와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하니 1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지각을 한 셈이다. 가장 뒷자리에 남은 책상에 가방을 얹었다. '더 로드'의 박환이 작가의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질문으로 시작된 강의는 청중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책 속에 있던 내용들과 함께 편집된 이야기, 그리고 비하인드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작가의 강의 속으로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챗지피티를 사용해서 한국 평균 나이 기준으로 자신이 죽을 날의 시간까지 알아보도록 했다. 질문을 던져 보니 정확한 날짜와 시간까지 알려주었다. 2055년 7월 29일 2시 7분. 이 시간을 책상이나 노트북에 붙여 놓으면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게 된다고 한다. 집에 가서 붙여 놓아야겠다. 마지막에 언급된 뇌과학에 관한 세 가지 키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책에도 있는 내용이지만 작가의 설명과 함께 들으니 한결 쉽게 와닿았다. 신경 가소성, 망상 활성화계, 해마 작가만의 간결한 해석과 적용은 정확하게 세 단어를 뇌에 인지하도록 이끌어주었다. 신경 가소성이란 뇌는 변한다는 뜻이고 망상 활성화계는 무언가를 계속 보여 주면 뇌는 그것을 완전히 기억하고 친근해진다고 한다. 시각화가 주는 결과물의 과학적인 근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해마는 장기 기억창치역할을 하는데, 무엇이든 한 달만 지속적으로 진행하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서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된다.


15년간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던 작가의 보물지도의 시각화와 그 결과물을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인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작가의 질문에 따라 당장 1년 후 내가 가지고 싶은 물건을 생각해 보았다. 새로운 핸드폰으로 바꾸는 일이 떠 올랐다. 폰으로 영상 제작과 카드뉴스를 만들고 있다 보니 용량이 가득 차서 메모리를 자주 비워야 한다. 거기에다 배터리 수명도 줄어서 자주 충전을 하고 있다. 며칠 전 검색해 보니 갤럭시 25시리즈 중 메모리 용량이 큰 제품이 거의 이백만 원이었다. 아직은 달래 가며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1년 안에는 꼭 새 핸드폰으로 바꾸어겠다는 다짐을 해 보았다.


이어서 이정훈 작가의 북콘서트가 진행되었다. 잔잔한 목소리로 어린 시절의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시작으로 그 과정을 이겨낸 힘찬 강의는 점점 그의 삶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나도 감동 깊게 읽었던 '운수 좋은 날'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그때 느꼈을 작가의 감정이 강의실에 가득 옮겨 왔다. 작고 사소한 일에도 감사와 감동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세심함을 읽을 수 있었다.


편집된 비하인드 이야기를 들으며 작가의 무뚝뚝해 보이지만 진심 어린 위로가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질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들으며 특히,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 친구는 어떤 기준인지 살펴보기도 했다. 자주 만난다고 해서 절친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쩌다 한 번씩 얼굴을 보기도 하고 때로는 전화 통화로 안부만 묻는 친구도 절친인 경우가 많다.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만나지 못해도 오래된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절친이 된다.


책과 강연 도서 서포터즈 1기에 참여하고 있어서 이정훈 작가와 박환이 작가의 책을 이미 제공받았고, 책도 모두 읽었다. 도서 서평도 마무리하였기에 마지막 숙제는 작가의 사인을 받는 것이었다. 이번 부산 북콘서트는 이 숙제를 마무리하게 하는 참관이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위로가 필요한 동생을 만나서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를 건네주었다. 말로 위로할 수 없을 때 그냥 건네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책,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가 아닐까 싶다.

keyword
이전 22화'값진 동그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