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강연 도서 서포터즈 1기 두 번째 도서
월요일에 책이 배송되기 시작했다는 단톡방 소식에도 내 핸드폰에는 배송 문자가 날라오지 않았다. 주소를 정확히 입력했는지 다시 한번 카카오톡을 열어 보았다. 단톡방에 날아드는 도서 인증 사진을 보며 하루가 여러 장 지나갔다.
‘고객님의 상품이 배송 완료되었습니다.’
문자와 함께 토요일 저녁 7시에 책은 문 앞에 도착했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겉 비닐을 벗기고 하드 외장으로 소중히 담은 사연들을 펼쳐 보았다. 프롤로그부터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마음을 간질여 주었다.
고등학교 시절 천둥 치고 비가 내리던 날 레코드 가게에서 들었다던 ‘Greatest Love of All’ 노래를 휘트니 휴스턴의 음성으로 찾아서 들었다. ‘푸른 햇빛’ 카페에 들어가서 듣는 장면을 읽으며 나도 함께 음악을 듣고 있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의해 휘트니 휴스턴의 다른 노래가 연이어 들려왔고 내 눈은 ’석이‘ 부분의 말미를 읽고 있었다. 나의 이유 없는 일탈이 떠 올랐다. 고등학교 방송부였던 시절, 자율학습 시간에 방송실에 몰래 들어가서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잠시 스쳤다.
‘운수 좋은 날’을 읽으며 잠시 책을 덮었다. 그 글에서 잠시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차 옆 자리 손님으로부터 받은 요구르트와 택시기사로부터 받은 우유는 사람 사는 향기가 담긴 선물이다. 그 향기에 푹 빠질 수 있는 그날의, 협상을 위해 새벽부터 긴장을 안고 달려온 하루를 클래식 음악처럼 잔잔히 달래주는 그날의 특별한 선물이다. 그날을 저자는 운수 좋은 날로 정하고 있다. 나에게 운수 좋은 날은 언제였을까 돌아보게 된다.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가 떠 올랐다. 부끄러움으로 고개가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글은 마침내 마지막 글로 달려갔다. 저자의 아침 방송에서 마지막에 이름을 불러주는 시간이 있는데, 그 이유와 의미를 알려 주고 있다. 130 여 명의 이름을 부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데 매번 거르지 않고 불러주고 있다. 몇 초가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지만 이름이 불리는 그 찰나에는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줌 화면이 꺼지고 나서도, 작가의 목소리는 한참 동안 은은한 여운으로 남는다.
내 삶의 여정에서 구석구석 삼켜두었던 눈물을 기억나게 하는 책이다. 서툴게 넣어 두었던 울음보를 터뜨려 비우게 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마음가짐이 따뜻하게 녹아 있어서 읽는 내 마음도 덩달아 데워지고 있다. 사진으로 찍은 듯 묘사해 내는 글솜씨를 보며 에세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배우게 된다. 한 번씩 다시 펼쳐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