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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 썰기

칼 밑에 손만 넣지 않으면 된다.

by 가을웅덩이


아들이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가끔 만들어 준다.


야채와 저염스팸으로 볶음밥을 만든 후 계란을 얇게 편 프라이팬 위에 볶음밥을 얹고 피자치즈를 뿌린다. 접시에 모양을 내어 담으면 맛있는 오므라이스가 된다. 볶음밥을 만들기 위해 야채들을 잘게 썰어야 하는데 칼질을 하다 보면 아슬아슬하게 손가락을 피해 갈 때가 있다. 어떤 때는 손톱을 약간 스칠 때도 있는데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한다.


다치지 않으려면 칼 밑에 손만 넣지 않으면 된다. 살면서 위험요소는 여기저기 늘어져 있다. 그것을 지레 겁먹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위험요소에 빠지지만 않으면 된다. 아니다 싶으면 나오면 된다. 남편이 우렁각시처럼 칼을 잘 갈아 두었는지 야채들이 쉽게 썰어진다. 칼질을 하다 보면 칼날이 무디어졌을 때 오히려 다치게 된다. 잘 갈아진 칼은 미끄러지지 않아서 야채 썰기가 수월하다.




누군가의 말이나 글에서 상처를 받았다면 그 말이나 글은 무딘 것이다. 예리하고 멋진 말이나 글에는 결코 상처를 받지 않는다. 잘 갈아진 칼날처럼 말이다. 글쓰기에 진심이다 보니 무딘 글보다는 예리하고 멋진 글을 쓰고 싶다. 무작정 울음이 터져 나오는 글보다 잔잔한 여운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글을 쓰고 싶다. 교훈이나 설교같은 글보다는 자연스럽게 말해주는 편안한 글을 쓰고 싶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고 잔잔하고 편안하게 읽히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마음과 생각을 잘 다듬어서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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