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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도 끓고 있는가

계란을 삶으며 나의 글도 삶고 있다

by 가을웅덩이 May 17. 2023


아들이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인 삶은 계란을 만들기 위해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얹고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냄비를 보고 있자니 한참을 기다려도 물이 끓지 않는다. 다른 일을 할 때는 금방 끓어 넘치는 것이 냄비물인데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보란 듯이 튕기는 거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둔 계란을 하나 둘 넣기 시작한다. 끓는 물방울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계란은 잘 익어가고 있다. 끓는 물과 익어가는 계란을 보노라면 내 글도 잘 끓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요리조리 불필요한 단어들은 잘 피하고 있는지, 주제를 중앙에 잘 담고 있는지, 여기저기 터지지 않고 매끈한지 조목조목 되짚어본다.


삶은 계란은 12분 동안 삶은 후 찬물에 넣고 식히면 가장 맛있는 반숙 계란이 된다. 요리에는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 조금만 빨리 꺼내도 노른자가 물처럼 흘러서 맛이 덜하고 조금만 늦게 꺼내면 노른자가 푸석거려서 맛이 덜하다. 노른자가 얼마나 잘 익었는지가 삶은 계란의 맛을 좌우한다.




생활 속에서 글감이 훅 떠 오를 때가 있다. 그때는 무조건 자판 위나 메모지 앞에 앉아서 써야 한다. 생각지 않은 글들이 유성처럼 마구마구 쏟아지기 때문이다. 어디에든 써 놓고 나서 여유가 있을 때 다시 다듬으면 뜻밖의 글이 탄생한다. 오늘처럼 계란을 삶다가도 이렇게 글이 떠 오르게 될 때는 하루의 고단함이 어디론가 달아가게 된다.


글을 쓰는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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