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한송로에서 만난 의자
아티스트 웨이 책을 읽으며 모닝페이지를 매일 적고 일주일에 한 번씩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갖는다. 5번째 아티스트 데이트 장소는 무풍한송로에 있는 작은 카페로 정했다. 무풍한송로는 소나무 그늘이 있어서 더운 날에도 걷기에 좋은 장소다. 중간 지점에 송수정이라는 카페가 있는데 평소에는 지나치기만 하는 곳이다.
개울과 소나무 사진을 폰에 담으며 통도사 산문 입구부터 펼쳐 있는 황톳길을 걸었다. 양쪽으로 소나무가 서로 의지하며 늘어서 있는 길이라 한 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다. 소나무향까지 더해서 걷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해주고 있다.
정자 모양으로 지어진 송수정 카페에 들어서니 두 팀의 손님들이 개울가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무풍한송로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했다. 통유리 창너머에는 소나무 한그루와 그 주위에 울타리처럼 둘러 선 의자가 보였다. 둥글고 낮은 칸막이가 있는 나무의자다. 걷다가 지친 이들에게 쉼을 나누어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빈 의자를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나의 글도 의자의 마음을 닮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르치려고 하지도 말고 재촉하지도 말고 그저 편안하게 다독일 수 있는 글이어야 하겠다.
의자에 마음을 얹고 생각에 잠기는 동안 지나온 시간들이 영화의 필름처럼 지나간다. 해를 거듭할수록 한 단계씩 자라고 있음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나의 속도대로 하루하루 자라고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최선을 다해준 나에게 토닥이는 동안 마음이 노곤노곤해졌다.
한 시간 정도 흐른 후에 아이패드와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카페를 나왔다. 개울을 따라 걸으며 산책을 한다. 멧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가지도 않고 소나무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에도 개의치 않는다. 평화가 느껴진다. 각자의 길을 존중해 주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것이 평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