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팡을 끊기 위해 시작한 성경 타자와 묵상글이 전자책으로 태어났어요
13년 전 일이다.
신앙생활에서 떠나 지내던 방황을 마무리하고 동네에 있는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다. 방황의 후유증으로 폰게임인 애니팡에 빠져 있었다. 그저 가끔 하는 수준이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되고 불안하거나 마음이 심란할 때도 이 게임을 찾게 될 정도였다. 중독이라는 단어가 어울렸다. 멈추어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핸드폰이 항상 손에 들려 있는 필수품이다 보니 더욱 끊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혼자 성경필사를 시작해 보았다. 한 달이 고비였다. 필사는 나와 맞지 않았다. 쓰기에 급급하여 말씀을 깊이 깨달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다니던 교회에서 성경묵상동아리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혼자보다는 함께 한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묵상이라는 키워드에 마음이 닿았다.
10구절 전후로 읽고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적은 후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적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나는 컴퓨터에 성경 전문을 타자도 해야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신약부터 시작된 묵상동아리는 10개월 동안 진행되었다. 그 당시에 엑셀을 자주 사용하고 있어서 한 주의 글을 한 시트에 모았다. 애니팡이 생각날 때마다 묵상글을 적었는데, 일주일에 4~6편을 남겼다. 6개월 정도 진행되었을 때 애니팡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깨달았다. 생각도 나지 않았고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신나게 참여하던 묵상동아리 프로그램이 종료되었을 때 묵상글은 신약전서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었다. 묵상은 혼자 계속 이어나갔다. 신약이 마무리되고 나서 잠시 쉼을 가졌다. 구약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계속 두드렸고, 느긋한 마음으로 이어나가야겠다는 결심이 서자 묵상을 시작했다. 8년에 걸쳐 성경 전체를 타자로 남기고 사이사이에 묵상글도 남기며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작년 겨울, 무전기(무조건 전자책 출간하기)를 진행하면서 묵상일기를 전자책으로 내야겠다는 생각이 떠 올랐다. 마음에 와닿는 구절로 묵상한 글이 1000편이 넘었다. 100편 전후로 10권의 전자책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엑셀에 적어 두었던 글을 한글 프로그램에 옮겨 적으며 글을 조금씩 다듬었다.
올해 1월, '가을웅덩이 묵상일기 1' 전자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하나님을 만난 첫사랑의 기록이라 퇴고를 하는 내내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제 2편과 3편에 걸쳐 신약을 완성하여 전자책 출간으로 이어가려고 한다. 느슨해진 신앙생활에 새로운 활력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