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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미 윰글 Apr 09. 2024

'작사가의 노트'를 읽고

'가사, 멜로디, 이 둘의 조화'


노래를 들을 때 이 세 가지를 느낀다. 이렇게 해야 그 곡에 대해서 속속들이 파악하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그래서인지 가사의 의미를 모르는 외국곡은 잘 듣지 않는 편이다.


"작사가는 어떤 마음과 상황에서 이 가사를 썼을까."

'대중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걸까'


작사의 과정이 궁금했다. 그래서 서점에서 책을 찾아서 읽기로 마음먹었다. 심현보 작가님은 이름으로는 내게 생소했지만, 그가 지은 곡은 익숙했다. 제목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곡명이 이 책에 빽빽이 적혀 있다.


'사랑해도 될까요'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심현보 작가는 작사가, 작곡가, 싱어송라이터다. 현재는 작사로 알려져 있지만, 1997년 모던 록밴드 '아일랜드'로 데뷔한 가수 출신이다. 위의 곡을 포함해서 400여 편의 노래를 작사, 작곡했다. 맥주와 벤치, 공원과 몽상, 타자기 소리와 여행을 좋아하며 가끔 라디오 디제이나 게스트, 가수로도 활동하고 틈틈이 글도 쓴다고 심현보 작가가 자신을 이 책에 소개하고 있다.  


어떤 곡의 가사는 공감과 눈물을 일으킨다. 곡이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멜로디, 가사, 가수의 음악적 표현력이 어울려야 했다. 이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진다면 그 곡은 소히 '히트'를 할 것이다. 이미 이런 경험을 수없이 했을 심현보 작가의 노트를 들여다보았다.


'일상이 노래가 되는 마법 이야기'


'글과 음악의 어디에선가'라는 말이 와닿았다. 음악이 첨가된 글이 가사가 아닐까. 단독으로 다니지는 못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다. 글을 읽을 때 첫 줄만 봐도 느낌을 얻는다. 물론, 이는 노래의 가사에도 적용될 것이다.  


'언어와 단어, 그리고 감성을 무기로 매일매일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곳. 그곳에 작사가라는 직업이 존재한다.'(15쪽)


작가는 다소 생소한 작사 용어를 풀이하는 것으로 이 책을 시작했다. 곡이 완성된 상태에서 작사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데모곡'에 든 가이드 보컬을 듣고 가사를 입히는 것이 작사가의 일이다. 악보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건 난감한 일이지만, 그걸 해내는 것 또한 작사가의 능력이다.  


글쓰기와 가사 쓰기의 다른 지점은 역시 멜로디의 유무이다. 얼마 전 끝난 '싱어 게인'이라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작사가 '김이나'님이 심사위원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가사를 쓰는 사람이 가수의 오디션을 본다는 사실이 어색했다. 하지만, 작사는 가수의 음색, 성향, 표현력 그리고 시청자에게 주는 이미지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작업이라는 걸 알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수정에 또 수정'


심현보 작가는 가사 또한 글쓰기 작업 중의 하나이니 끊임없이 문장을 재구성하고, 의미 있게 끊어 쓰라고 말한다. 불필요한 것은 제거하고 줄이자. 가사도 역시 초고는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여기에 너무 평범해도 안되고,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특별해도 공감을 주지 못한다고 하니 그 경계선을 찾는 것이 작사의 관건이다. '익숙함과 참신함의 경계'(101쪽)라는 표현이 와닿았고, 작사가의 감각은 이래서 남달라야 하는 건가 싶었다.


'머릿속으로 문장을 만들고 부숴라.'(145쪽)


가사 쓰기 연습 방법을 4단계로 제시하고, 작가가 작사한 곡을 소개해서 이 과정을 독자가  이해하도록 돕는다. 곡의 동영상이나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읽으니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마치 음악 감상을 하는 듯했다. 대중 노래 가사의 대부분은 '사랑과 이별'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비슷할 텐데 내가 쓴 가사에 대중을 몰입시키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평범한 일상의 세밀한 관찰자'


시인이 같은 사물을 일반인과 다르게 느끼며 시구를 떠내려가듯, 작사가도 같은 감성이지만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이것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방법일 것이고, 심현보 작가는 이 노하우를 책에서 안내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러하듯 작사도 이에 맞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적힌 심 작가의 비법을 익힌다면 적어도 '작사'를 특별한 사람에게만 한정된 작업이라고는 여기지 않고, 한 번쯤 도전해 볼 용기를 낼 것이다.


'사람들이 각자의 일상에서 끊임없이 경험하는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고 세밀한 관찰과 소재로 끌어낼 때 대중은 그 가사에 동화되고, 좋아하며, 찾아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주위를 둘러보자.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보자. 각자의 하루를, 각자의 동네를, 각자의 사람들과 각자의 이야기를, 그 안에 우리가 쓰고 싶은 듣고 싶은 가사가 전부 녹아 있을 테니 말이다.'(195쪽)


그의 가사가 그러하다. 쉬운 말로 우리의 감성을 이끌어내고, 마음 안에 묵혀둔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 이상의 이야기를 가사에 녹였다. 그런 '작사라는 작업'의 과정을 우리에게 잔잔히 소개하는 이 책에 난 빠져들었다.


자신만의 언어로 '작사'에 도전하고 싶은 모든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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