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훈육>을 읽고
요즘 육아서를 보면서 작게 고민이 되는 부분이 생겼는데, 아이가 안 볼 때 봐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엄마가 잘 안되니까 책을 보는 건데, 왜 엄마는 책을 봐도 모르는지 의문을 갖는다는 걸 자꾸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뒤집어 두었는데 그걸 보던 딸이 물었다. "엄마, 나도 이게 궁금해." 아이가 궁금해하는 건 위의 세 가지 질문 중 마지막 질문이었다. 지금보다 더 어렸던 시절, 엉덩이를 맞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진심으로 궁금해졌던 것 같다. "너는 어떤 것 같아?" 하니까 자기는 모르겠다고, 엄마는 알고 있냐고 물었다. 자기는 엄청(?) 맞았다면서.
솔직히 아주 억울했는데, 이제는 때리지 않고 있고(엄마가 화났다는 것 자체를 많이 무서워하기 때문에) 그 당시에 엉덩이를 때린 건 말로 상황을 설득하려고 시도하는데 아이가 안 들리는 척하고 심지어 자는 시늉을 천연덕스럽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역시나 아이는 자기가 맞은 것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은 엄마가 그 당시에 다른 방법을 알았다면 엉덩이를 때리지 않을 수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아는 방법이 없어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아이가 물었다. "엄마 그럼 이제는 그 방법을 알아?"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하니 아이가 말했다. 책을 읽는데 왜 모르냐고.
마침 내가 읽은 부분을 알려주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상황도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그 모든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야 하는 거라서 정답이 딱 있는 게 아니라고. 그랬더니 조금 수긍을 하는 것 같았는데 얼마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그동안 내가 오늘따라 아이에게 내 말이 안 먹힌다고 생각했던 상황들이 사실은 내가 제대로 된 방법을 선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오은영 박사님의 향기가 아주 물씬 풍기는데, 그래서 더 천천히 읽고 배워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괜스레 찔리는 마음이 들다 보니, 아이가 자꾸만 나에게 이 책을 기준 삼아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너무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궁금증은 심지어 문제 행동도 아니다. 나이에 걸맞은 행동일 것이다. 이젠 읽기 독립이 되었으니, 아이는 글을 읽고 궁금한 걸 나에게 물어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질문을 받는 내가 떳떳하지 못할 뿐이다.
오은영 박사님의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훈육은 혼내는 게 아니라 가르치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은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의 기분이 좋아져야 행동도 좋아진다고 말한다. 사실 아이의 행동이 어긋나거나 과격해지는 순간을 돌이켜보면 늘 컨디션이 떨어져 있거나 기분이 상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갑자기 잘 놀다가 화가 나는 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의 고집을 꺾어야만 하는 것으로, 저 잘못된 버릇을 고쳐놔야 하는 것으로, 아이와 함께 대립하고 싸우고 있는 날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돌아본다. 물론, 나도 어린 시절 맞아보기도 하고 억울하게 혼난 일이 있었어도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뭔가 앙금이 남아있거나 하지 않기는 하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컸다고 해서 내 아이에게 수치심과 죄책감, 반항심을 키워줄 필요는 없다는 걸 생각한다.
가장 위대한 자녀 양육은 잠들기 전의 포옹이나 말싸움 뒤의 눈물, 나란히 일하며 나누는 웃음처럼 대개 일상적인 순간에 이루어진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무조건적인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부모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자녀가 알고 있다면 부모로서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긍정의 훈육>
이 문구가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 모른다. 그리고 한편으로 부담도 되었다. 분노에 사로잡힌 채 아이를 닦달하다 잠드는 밤마다 느꼈던 죄책감의 무게가 새삼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죄책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건 스스로도 죄책감에 매여있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고른 이 책의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육아서에서 이렇듯 양육자를 향해 자기 자신을 돌보라는 말이 있다는 건 너무 따뜻한 위로가 된다. 아이도 기분이 좋아야 행동이 좋아지는 것처럼 나도 기분이 좋고 컨디션이 좋아야 충분한 인내를 가지고 반응할 수 있다. 아이를 양육한다는 건, 퇴근시간이 없는 24시간 근무의 연속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 기를 쓰고 나의 시간을 지켜내자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충전된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오늘도 아이를 안아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