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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Nov 30. 2024

순천기행 | 순천만, 낙안읍성, 선암사

답사기행

순천을 다녀온 생생한 기억은 결혼 전이었다. 친구 녀석의 차를 타고 그의 사랑하는 여인과 나의 사랑하는 여인, 총 4명이 당일치기 전라도 여행으로 순천과 보성을 갔었다. 시간이 흘러 친구 녀석의 그녀는 아내가 되었고, 나의 그녀는 소식을 알 수 없다. 임팩트 있는 글의 시작이군! 시간이 흘러 사람은 변했지만 그때 그 장소는 쉬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랜만에 순천으로 답사여행을 떠난다.  토요일이지만 아침 일찍 오토바이를 몰고 추위를 느끼며 버스 출발 장소로 향했다. 도착했을 땐 대부분의 답사팀이 도착해 있었다. 편하게 리무진 버스 1인석에 자리를 풀고, 선배가 준비해 온 김밥을 나눠주고 자리에 앉아 김밥울 먹는다. 아침에 챙겨 마신 레몬꿀차가 속을 데워줘 김밥이 잘 넘어간다. 2시간은 이동해야 한다. 아침에 못 잠 잠을 차에서라도 자자!

차 안에서 차창 밖을 바라보다 이내 잠이든다.

대구에서 순천까지는 2:30 거리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으나 깨지 않고 계속 잠을 청한다. 지난번 폭설기간 동안 저 산에도 눈이 내린 모양이다. 그렇게 자다 깨다를 반복하니 어느덧 버스는 순천만 습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십 년이 넘어 방문한 순천만 습지는 작은 부분 부분을 제외하곤 그 모습 그대로를 지키고 있었다. 답사팀이 섭외해 놓은 해설사분의 설명을 들으며 순천만 습지 탐방이 시작되었다. 크게 철새를 관찰하는 탐조와 습지를 뒤덮은 갈대숲을 탐방하는 것으로 나눠진다.

탐조센터에서 본 순천 뜰과 선착장 갯골

해설사님을 따라 다양한 철새들의 생태에 대해 들으며 탐조 센터로 들어갔다. 탐조센터는 주로 순천 뜰 쪽, 수확을 마친 논을 탐조했는데 다양한 철새들이 먹이 활동 후 추수를 바친 논에서 쉬고 있는 모습과 그 지역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1월 마지막 날 하루 전임에도 불구하고 순천만은 아직 가을을 간직하고 있었다. 탐조와 순천만 탐방을 마치고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다.

조용히 따라가서 조용히 먹고 오자!!

조용히 막걸리 2병을 마시고, 선배를 따라온 둘째 딸내미에게 지갑에 고이 세팅해 놓은 5만 원권 한 장을 건네며 ‘아빠는 훌륭한 사람이다!’를 시전해 주었다. 서로서로 주고받고 하는 거 아닌가? 우리는 어느 분야든 하나라도 훌륭한 사람이니까~^^

양대 구이 및 꼬막 정식(인당 2.0민원)

근데, 밥을 안 먹고 막걸리랑 맛난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다. 오후 촬영은 부끄럼 없이 할 수 있겠다. 점심을 먹고 낙안 읍성으로 이동한다. 이동 시간에 이렇게 글을 쓰는 건 너무 좋다. 버려진 시간에 난 뭐라도 하는 듯 한 느낌적 느낌!!

 버스는 또 다음 목적지인 낙안읍성으로 향한다. 가을이지만 강렬한 태양을 가려주던 나의 선글라스는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도착한 낙안읍성을 십여 년 만에 다시 둘러본다. 바뀐 게 거의 없지만 다시 한번 찾을 만큼 볼거리가 많다. 음성 내부를 걸어 이동하며 객사와 동헌, 서헌을 거쳐 읍성 위로 올라가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읍성 위에서 보는 낙안읍성 안과 밖 초가는 시간을 거스른 듯한 느낌을 준다.

낙안읍성 갹사와 성벽 위에서 본 읍성 전경

떠나보낸 선글라스는 일단 잊고 읍성을 둘러보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마지막 갈 곳은 순창 선암사!! 오늘 답사 코스 중 처음 가보는 유일한 곳이다. 낙안 읍성에서 20여분 거리에 있어 이동 간 글을 쓴다. 머릿속엔 잃어버린 선글라스 생각뿐이지만 잊고 평정을 유지하며 이동하자!

 선암사 주차장에 버스가 멈췄다. 항상 제일 먼저 내리는데, 뒤에 사람이 내리길 기다리는데, 선글라스가 떨어졌다며 주워 주는 게 아닌가? 그렇게 찾아도 없더니 어디서 나타난 것이냐? 감사를 표하고 내렸다. 시간이 늦어 왕복 2.2km 거리 이동을 포함하여 한 시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고프로를 들고 영상을 찍으며 조계산 아래 위치한 산암사를 계곡을 따라 이동했다. 낙엽이 지고 앙상한 가지의 길 위에서 녹음이 펼쳐진 길을 상상하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맛이다. 짧은 시간이라 급하게 사찰을 둘러보았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단청을 새로 하지 않아서인지 고찰의 느낌이 난다는 것이었다. 18세기 새롭게 지어진 사찰임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을 보는 듯했다. 오르내릴 때 보인 아치교도 상당히 아름다웠고, 목조 건물로 지어진 화장실이 ‘뒷깐’으로 명명되어 있었는데, 그 건물도 산사와 어울려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치교와 뒷간인 화장실 건물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름다운 사찰이었다. 녹음이 우거졌을 때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곳이라 다짐하며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17:00 버스를 타고 이제 대구로 향한다. 밖엔 벌써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순천기행 유튜브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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