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행
순천을 다녀온 생생한 기억은 결혼 전이었다. 친구 녀석의 차를 타고 그의 사랑하는 여인과 나의 사랑하는 여인, 총 4명이 당일치기 전라도 여행으로 순천과 보성을 갔었다. 시간이 흘러 친구 녀석의 그녀는 아내가 되었고, 나의 그녀는 소식을 알 수 없다. 임팩트 있는 글의 시작이군! 시간이 흘러 사람은 변했지만 그때 그 장소는 쉬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랜만에 순천으로 답사여행을 떠난다. 토요일이지만 아침 일찍 오토바이를 몰고 추위를 느끼며 버스 출발 장소로 향했다. 도착했을 땐 대부분의 답사팀이 도착해 있었다. 편하게 리무진 버스 1인석에 자리를 풀고, 선배가 준비해 온 김밥을 나눠주고 자리에 앉아 김밥울 먹는다. 아침에 챙겨 마신 레몬꿀차가 속을 데워줘 김밥이 잘 넘어간다. 2시간은 이동해야 한다. 아침에 못 잠 잠을 차에서라도 자자!
대구에서 순천까지는 2:30 거리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으나 깨지 않고 계속 잠을 청한다. 지난번 폭설기간 동안 저 산에도 눈이 내린 모양이다. 그렇게 자다 깨다를 반복하니 어느덧 버스는 순천만 습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십 년이 넘어 방문한 순천만 습지는 작은 부분 부분을 제외하곤 그 모습 그대로를 지키고 있었다. 답사팀이 섭외해 놓은 해설사분의 설명을 들으며 순천만 습지 탐방이 시작되었다. 크게 철새를 관찰하는 탐조와 습지를 뒤덮은 갈대숲을 탐방하는 것으로 나눠진다.
해설사님을 따라 다양한 철새들의 생태에 대해 들으며 탐조 센터로 들어갔다. 탐조센터는 주로 순천 뜰 쪽, 수확을 마친 논을 탐조했는데 다양한 철새들이 먹이 활동 후 추수를 바친 논에서 쉬고 있는 모습과 그 지역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1월 마지막 날 하루 전임에도 불구하고 순천만은 아직 가을을 간직하고 있었다. 탐조와 순천만 탐방을 마치고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다.
조용히 따라가서 조용히 먹고 오자!!
조용히 막걸리 2병을 마시고, 선배를 따라온 둘째 딸내미에게 지갑에 고이 세팅해 놓은 5만 원권 한 장을 건네며 ‘아빠는 훌륭한 사람이다!’를 시전해 주었다. 서로서로 주고받고 하는 거 아닌가? 우리는 어느 분야든 하나라도 훌륭한 사람이니까~^^
근데, 밥을 안 먹고 막걸리랑 맛난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다. 오후 촬영은 부끄럼 없이 할 수 있겠다. 점심을 먹고 낙안 읍성으로 이동한다. 이동 시간에 이렇게 글을 쓰는 건 너무 좋다. 버려진 시간에 난 뭐라도 하는 듯 한 느낌적 느낌!!
버스는 또 다음 목적지인 낙안읍성으로 향한다. 가을이지만 강렬한 태양을 가려주던 나의 선글라스는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도착한 낙안읍성을 십여 년 만에 다시 둘러본다. 바뀐 게 거의 없지만 다시 한번 찾을 만큼 볼거리가 많다. 음성 내부를 걸어 이동하며 객사와 동헌, 서헌을 거쳐 읍성 위로 올라가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읍성 위에서 보는 낙안읍성 안과 밖 초가는 시간을 거스른 듯한 느낌을 준다.
떠나보낸 선글라스는 일단 잊고 읍성을 둘러보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마지막 갈 곳은 순창 선암사!! 오늘 답사 코스 중 처음 가보는 유일한 곳이다. 낙안 읍성에서 20여분 거리에 있어 이동 간 글을 쓴다. 머릿속엔 잃어버린 선글라스 생각뿐이지만 잊고 평정을 유지하며 이동하자!
선암사 주차장에 버스가 멈췄다. 항상 제일 먼저 내리는데, 뒤에 사람이 내리길 기다리는데, 선글라스가 떨어졌다며 주워 주는 게 아닌가? 그렇게 찾아도 없더니 어디서 나타난 것이냐? 감사를 표하고 내렸다. 시간이 늦어 왕복 2.2km 거리 이동을 포함하여 한 시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고프로를 들고 영상을 찍으며 조계산 아래 위치한 산암사를 계곡을 따라 이동했다. 낙엽이 지고 앙상한 가지의 길 위에서 녹음이 펼쳐진 길을 상상하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맛이다. 짧은 시간이라 급하게 사찰을 둘러보았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단청을 새로 하지 않아서인지 고찰의 느낌이 난다는 것이었다. 18세기 새롭게 지어진 사찰임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을 보는 듯했다. 오르내릴 때 보인 아치교도 상당히 아름다웠고, 목조 건물로 지어진 화장실이 ‘뒷깐’으로 명명되어 있었는데, 그 건물도 산사와 어울려 아름답게 느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름다운 사찰이었다. 녹음이 우거졌을 때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곳이라 다짐하며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17:00 버스를 타고 이제 대구로 향한다. 밖엔 벌써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순천기행 유튜브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