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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사람 있어요?
아닌가?
ㅡ 담배 있어요?ㅡ 던가?
첫 문장이 물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자였고 밤이었고 담배를 사려고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랬다. 어디쯤에서 "사람? 아니면 귀신? " 묻는 대사, 여자는 귀신이었다.
얇은 책이었고 세로줄 인쇄였다. 어디서 샀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어둠 속에 담배를 찾는 미인, 슬픈 비밀을 안고 세상을 떠도는 귀신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책 제목도 잊었다. 아슴한 채로 분명한 사실 하나는 홍콩영화의 원작소설이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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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가다 보면 주인공이 바로 내 앞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바로 내 이야기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이야기만 풀린다면 사람이 아닌 주인공이라도 상관없다. 귀신 이야기여도 상관없다.
ㅡ 이럴 시간에 첫 문단이라도 시작하지?
나는 이러이러한 책을 쓰고 싶어요라고 여기다 써 놓는다는 것이 우습다. 언젠가 이러이러한 책을 만들겠어요.라고 써 놓다니!
유치하지 않은가. 세월이 천 년 만 년 기다려 줄 리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