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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Jun 11. 2023

돌아보니 외롭다

수호천사의 메시지 ㅡ 무의식연구소

#.

누가 날 너튜브에 중독되게 했나.

눈을 뺏긴 시간을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래도 가끔 좋은 것을 무료 나눔으로 얻곤 하니, 도저히 등 돌리고 멀어질 수가 없다.


그중 나의 애호 세 개를 꼽으라면ㅡ :


하나는 돌비공포라디오.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말해도 '그게 뭐지?' 하며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혹은 '공포'란 단어로 대강 짐작했을 수 있다.

공포 소재 이야기는 학식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며 예부터 구전이나 문헌으로 전승되어 왔다. 돌비라디오는 구비전승은 전승이되 옛날이야기가 아닌 요즘 것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점은 실제 경험자 혹은 그 경험이야기를 가깝게 전해 들은 이가 해당 이야기를 라디오 진행자에게  말해 주듯이 풀어내는 방식이다.

공포를 내세웠다하여 한사코 귀신 혹은 흉악범죄만 다루는 건 아니다. 가끔씩 생사를 넘나드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든지,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동물이나 식물의 존재라든지 신비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매력은 돌비라는 별명의 진행자. 첨엔 너무 매끈한 남자 얼굴이 의심쩍었다. 흥미위주로 구독자수에만 왔다 갔다 할까 봐서... (당신도 한번 들어가  돌비 씨 얼굴을 봐라. 내가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조금은 이해될 테니...)

결론부터 말하면 의심쩍어했던 건 순전히 내 기우였다.  여기에는 어쩌면 보통 얼굴의 여자가 보통 이상의 미남을 보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경계부터 하고 보자는  그런 심리가 작용했을지도 모르겠다.  하. 하. 하


두 번째는  무의식 연구소이다.

내 즉흥적 안목에서 여기 연구소장은 돌비 씨와 반대로 한눈에 신뢰가 갔다.  매끈하지 않은 목소리며   인상이며 그가 밝힌 학력과 인생의 대전환, 그런 요소들이 조합하여 그라는 사람이 드물게 진지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는 드문드문 그가 들은 수호천사의 메시지를 방영해 준다. 수호천사는 매번 다르다. 왜냐하면, 그의 연구소를 방문해 최면 치유를 받은 방문자들이 매번 다르니까. 수호천사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한다. 내 생각이지만 수호천사란 사람 비슷한 이미지일 수도 있고, 우리들 각자 본연적으로 지닌 생명의 지혜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들이 무의식 속에 구술하는  생명 저 아래에서 우러나온 목소리. 그게 탁! 하고 우리들 가슴을 울릴 때가 있다.


어제도 그랬다.


... 힘들었지?

세상에 너 혼자인 것처럼

그래.

본래 넌 그렇게 외롭고자 했던 거야.

너는 그냥 외로워야 해.

외로워야 해.

외로워야 겸손해지고

외로워야 너를 한번 더 돌아보고

외로워야 너 자신을 만날 시간이 많아져...


세 번째는 럭키보이즈, 방탄소년단, 그중에서도 지민의 영상이다.

인간 지민은 무한히 겸허한데 아이돌로서 지민은 소년다운 야망을 구기지 않고 단단하고도 원대하게 끌고나간다. 머나먼 별빛을 쫓는가 싶더니  어느 사이 지민은 도달점에 있곤 한다. 거듭되는 그런 실현성이 누가 보아도 환상적인데 돌아보는 지민의 얼굴은 다시 이웃집  청소년인듯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런 양면적 어우러짐이 야망 속에 인간미를  잃지 않으그 자체가 참으로 놀랍고 아름답다. 


누구나 소년소녀의 마음과 몽상이 있고 어떤 식으로든 자기 길을 가지만, 내가 접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 중 지민이 품은 "소년의 야망"에 대하여 그의 성취과정에 대하여, 모르면 몰랐지 한번 듣게된 이상 자꾸 보게 된다.

내 코가 석 자이면서도 차마 아니 보겠다고 할 수가 없는 이 중독이라니.


#.

이 세 가지 외에도  나는  너튜브의 영상노예로서  덜컥 덜컥 문을 열고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게 중엔 고양이 영상, 판다 푸바오 영상,  법련스님 공개상담, 정회도의 타로 이야기, 선녀보살 무슨 보살의 점괘도 가끔.. 아, 그것도 꽤 자주 봤다. 혜은이 나오는 같이 삽시다.


지난달에는 지인의 추천으로 최진석 교수의 장자 강의를 여러 회차 들었다. 오늘은 이백과 두보의 한시 세계를 켜두고 반만 듣고 남겼다. 지적으로나 감성적 갈증이 많은 날엔  양자역학이라든지 톨스토이 소설이라든지 끌리면 켜고 길면 중단하고를 반복한다.

외국어는 더 자주 켜고 더 빨리 끈다. 공부라고 생각하면 피로감이 엄습해서 내처 듣기가 힘들다.


내가 이렇게나 끈기가 없는 사람이었던가.

너튜브는 나이 지긋한 어른도 조급증에 채널을 가만히 놔두지 못하는 십 대 애들로 만드는 뭔가가 있다. 약인지 독인지 모르고 자꾸 먹게 되는 무엇이다.


그래도, 어제 수호천사의 소리는 내 마음을 여는 한 편의 잠언시였다.

"외로워야 겸손해지고

외로워야 너를 한번 더 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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