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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Jan 27. 2024

완주군 조촌면의 시네마천국

내 나이 열 살 때

#.

저녁 어둠이 그날처럼 '문화적'일 수 있을까? 마을 안마당에서 영화를 보던 그 날처럼?


영화를 보는 일이 그처럼 행복하고 그처럼 평화롭고 그처럼 다채로운 일인 줄은!


무슨 영화였더라... <섬 마을 선생님>?

맞아. 그 영화거나 아니면 그런 류의 영화였어. 보는 내내 마음이 건전한, 내 나라 내 이웃을 위해 뭔가를 계획하고 일어서는 남주인공 여주인공이 화면 가운데 있었던.


그 밤 마을 마당에  앉아서 뚫어질듯 바라봤던 스크린. 화면 위로 음표처럼  흘러가는 스토리.


돌이켜 보면 모여 앉은 이웃들 저마다의 가슴에 특별하게 담겨지던 멋진 시간이었어.  그날 마당에 모여 함께 영화를 보았던 마을 사람들...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동시성이 일어나고 있었던 시간이었어, 그 공간 속으로 입장할 때 우리들 ㅡ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우리 모두는 공통적인 계약을 맺었던 거였어. 함께 영상 스토리에 도취하기로.   


그럴 수 있음을 나는 인간세상에 태어난 행복이라고 일컫고 싶어.  돈이나 식물食物이나 탐욕 같은 게 아니어도  사람들은 얼마든지  평화와 행복이 가능한 거야.


그날 저녁의 조화로운 공기가 우리를 감싸고 속삭여 줬어. 오늘 당신은  두고두고 기억할 아주 소중한 순간에 당도하셨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탈이 안 나는, 아니 먹을수록 더욱 마음 풍요해지는 솜사탕 속으로 들어간 거야!

가장 감명깊고 가장 기억하고 싶은 영화로 남는 거야. 제목조차 어렴풋한, 오래 전 내 나이  살 적에 보았던, 마냥 행복하고 마냥 맑았던  그날 밤의 영화!


마치 시네마천국의 소년처럼.


#.

마을 어느 집도 Tv 가 없던 그 시절 누군가 보내준  커다란 서프라이즈 보따리를 함께 끌러보는 순간, 나는 열 살 꼬마였지.


이사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교외 지역, 전주 중심부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거기서부터 펼쳐지조촌면이었어.


농촌이라는 본래의 넉넉함이  소녀와 소녀의 가정을 품어줬던 거야. 직전까지 장사에 바쁘던 엄마, 항상 도시생활에 불안을 느끼하던 아버지, 두 분아 그때만은 안정과 휴식을 갖추고 자녀를 돌볼 수 있었어.  


빨랫줄에 앉은 제비, 화단의 과꽃과 포도나무, 마당 구석에 닭장이 있어 낮이면 닭들이 걸어나왔지, 뒷마당 울타리 너머로 누군가는 마를 길렀고 그 너머 푸른 벼논이 마음을 상쾌하게 해줬어. 벼논이 보이는 툇마루에 앉아 먹었던 호박죽... 달큰하고 깊은 그 맛이 지금도 생각 나. 엄마는 드디어 오롯이 가족들만을 위해 저녁을  지을 수 있었어.


거기서 1년쯤이나 살았을까, 그곳의 초가지붕은 정녕 스위트홈이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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