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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Mar 01. 2022

나도 자연인

봄이라서

#.

나는 늘 눈에다 호기심을 장착하고 산다.

학교에 입학하여 문자를 해독하고 난 뒤부터 생긴 버릇.

이 세상에 읽을 게 많아서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이야기책을 얻어 읽고부터 맛보게 되었던 그 쫄깃쫄깃함을  잊지 않고 있다.


요즘 아이라면 볼거리를 스마트폰 영상에서 찾았을 텐데. 아니 내가 원래의 출생년도에서 한 십 년만 늦게 태어났더라도 티비 영상에 눈을 꽂고 살았을 것이다.


눈으로 보는  재미를 글자나 책에서 찾았던 건 순전히 때를 제대로 맞춰서 이 세상에 온 덕분이었다.

 

그 점을 새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면,  젠가부터 머리 맡에 빌려온 책을 하냥 덮어놓은 채 틈만 나면 스마트폰  영상을 보고 있는 나이니까 하는 말이다.


#.

점점 빠져드네, 이만하면 중독 수준이지.

오늘도 혼잣말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알고리즘의 영향권 안에 흡수된다.  요즘따라 계절적 기분이   작용하여선지 그 유명한 '나는 자연인이다' 시리즈를 하나 하나 넘기고 있다.


#.

자연인으로 불리우는 사람들에겐 공통적인 특징이 있구나!


그 첫번째가 자연인들이 보여주는  창의력이다.ㅡ 인간에겐 잠재적 창의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도시의 획일화된 생활패턴에서는 그 잠재력이 억눌리기 쉽지만 대자연과 호응하며 지낼 땐 아주 자재롭게 발휘되는 것 같다.


그 두 번째는 자연인이 품고 있는 대자연에 대한 감사ㅡ 그 감사에서 나오는 겸허하고  검박한 생활태도이다. 자발적 고립이라해도 어쩔 수 없는 불편들과 마주치면 당황도 했을 텐데 불평거리보다 큰 자연의 혜택에 감싸여 거기에서 오히려 충실감을 느낄 줄 아는 지혜가 감동스럽다.  


세 번째는 홀로서는 정신. 제일 먼저 인간본위의 도시공간을 떠나는 용기부터가  독립심에서 나오는 것이겠다. 거기에 더해 홀로 강산에 파묻힌 것에 슬픔보다는  낙관을 터득하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조바심을 떨치고 일어난 그 모습들이  참으로 '인간영웅'이다.


얼마나 많이 봤으면 이렇게 조목조목 공통점을 나열하나.  연휴를 핑게로  잠자리에 파묻혀 산이며 강이며 바다며  자신을 품어줄 자연을 찾아 새 삶을 일구는 이야기들에 빠져든다.  

영상 가득 펼쳐진 푸른 배경 속에서 거대한 숲에 겨우 나무 한 그루 정도일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부피가 왜 조금도 왜소해 보이지 않는지, 어쩌면 이제는 그 답을 알  것도  다.


#.

어제로 2월이 끝났다.

남들처럼 주중의  피로를 핑게로

주말 아침엔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자고 또 자면서 일면 남루하고 일면 안락한 일상으로 2월의 네 주를 흘러보냈다. 그러한 28일간의 반복 속에 누가 뭐래도 나는 너무나 평범한 도시 사람임을 증명했다랄까.


#.

도시의 귀퉁이에 조용조용 살아가는  , 내 자그마마음 귀로 스며들어온 자연인의 말들. 그 말소리 덕분에 인간 본연의 추구대하여 조금쯤은 사색하기도 했다. 아무리 도시화되어도 사람들이 마음 속에서 자연을 그리워하는  원천적 이유 같은 것을.


어쨌거나 영상 속 자연인이 보여주는 푸르름은, 사람들이 굳이  털어놓고 말을 안 해 그렇지 많든 적든  가슴 속 한켠에 자신이 대자연의 자식임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나 역시 그렇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잊은 척할 뿐 어떻게 DNA의 기억을 완전히 지우겠는가. 대자연이란 어머니의 품을.


#.

3월 첫날, 늦잠 끝에 문을 여니 한낮의 봄햇살이 말간 비웅덩이를 말리고 있었다.

3월이라 봄이구나.

그렇게 여기고 보아서인지, 멀리 뒷산 등허리에도 새잎 푸른 안개가 한줄기 걸쳐 있는 듯하다.


굳이 홀로 산을 찾아 떠나지 않더라도

비록 옹색한 하늘 조망권이라도

지금 나 서 있는 곳에서  문득이나마 누릴 수 있는 이 바람, 이 햇살!

소중하고도 행복하여라ㅡ 순간 새겨지는 뿌듯한 실감, 이것이 나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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