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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Jul 17. 2024

여름 나기

복숭아

#.

복숭아 한 상자.

몇 알인지 세어 보지는 않았다.

하루에 두 개도 씻고  세 개도 씻고 바로 먹기도 하고 냉장고에 넣었다 먹기도 하니 딱 일주일 걸렸다.


무더위에 체열까지 높아지면 과일이 방법이다. 물론 수박이 좋지만 요즘 수박덩이는  크기가 다르다. 오다가다 사기엔 살짝 부담스럽다.


씻기에 까스러워도 복숭아가 낫지.


마침 골목 어귀에 야채트럭이 늦게까지 있었다.


언제 이렇게 여물었을까.


호기롭게 한 상자 옮겨 실으며 소리 안 나게 물었더니 복숭아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똑같이 땅 위에 살아도 저 사는 거 나 모르고 나 사는 거 저 모르고 이렇게 만났으니 그런 거지. 무엇보다 먹고 크는 생체시간이 서로 다른 탓이다.


잘 사 온 것 같아.


옥에 티라면 껍질을 뽁뽁 문대며 헹궈야 하는 절차와 과즙으로 베어 물 때 손까지  젖성가심.  그래도  복숭아를 먹을 때는 영락없이 기도하는 맘이다.


이걸로 나 나라의 삼복더위를  버텨 수 있게 되기를.


아들을 가졌을 때 복숭아가 간절했다.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야 살 것 같아 가게 앞 탐스러운 수밀도를  보기만 했다. 무언가를 그리 간절하게 쳐다보기도 첨이었다.


한국 여름이 원래 이렇게 더워요?


십오 년쯤 떠나 있던 한국에서  다시 여름을 나게 된 아들의 문자다. 


한국 여름은 특별해! 여름 나기로 복숭아 강추.


아들에게 보내는 엄마의 처방, 부디 효험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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