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늘로만 걷자.
그러고 걷는데, 물방울무늬.
앞에 걷는 두 여자의 등에서, 줄무늬보다 물방울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그 두 개의 등이 화판画板 같다고 생각했다.
뒤따라 오는 내 생각은 아랑곳없이, 두 여자는 연신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
가끔은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혹은, 일부러 들어가지 않아도 그림에서 파동이 일어 내 귀에 닿는 소리가 있다. 어쩌면 내 안에서 그림의 입자와 마주치면서 나오는 나의 목소리 같기도 하지만.
고흐의 화첩에서부터였다.
#.
<빨강 양산 아래 노란 옷의 여인>
참, 어젯밤 말이지요.
가슴이 아른아른했어요.
공부하느라 아무 딴생각도 안 했는데.
문득 말이지요.
언젠가 창을 열 때, 작은 봄바람이
창가에서 살포시 내게 안기려 할 때처럼,
아주 아련하고 부드럽고
그만큼 희미하게
가슴속이 풋풋한 물기로 일었어요.
이게 뭐지?
모른 척하지는 않을래요.
침묵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래서 당신한테만 살짝 말하는 거예요, 지금.
그냥 내 마음이 그랬었다고.
20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