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니까, 나답게 인테리어 하기
남편은 재택근무, 대학생 딸은 사이버 강의,
나는 원래 집순이로...
세 식구 모두 집안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닮은 구석이 유난히 많은 우리 세 식구는 모두 집콕 체질이다.
셋 모두 아담한 공간에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불편함을 전혀 못 느낄 정도이다.
어느 날 사무실에 다녀온 남편이 직원과 나눈 대화 내용을 말해주었다.
"요즘 집에서 와이프랑 오랜 시간 있으니까 잔소리 안 해요?
왜 이리 잔소리가 많은지.... 휴....."
"집사람은 잔소리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
왠지 내 어깨가 올라가는 듯했다.
사실 내 칭찬한 것도 아니고 별 얘기도 아닌데.....
'남편은 집에 있는 것이 싫지 않구나....'
오히려 집에 있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남편이 고맙기까지 했다.
주로 낮시간 동안은 각자의 공간에 있다가 식사 때 함께 모이는 우리 집은 영락없는 일터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은 멀티공간이 되어있었다.
각자의 일터, 식당, 카페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할 때 딸은 자기 방에,
남편은 거실 책상에,
나는.....
원래 내 자리는 거실이었다.
남편이 거실에 자리하면서 내 자리를 자연스레 내어주게 되었다.
남편이 차지한 것이 아닌 내가 남편 자리를 마련해 준셈이다.
내 자리는 소파가 되었다.
그렇게 며칠을 지냈다.
어느 날 남편이 내 자리를 따로 마련해 준다는 것이었다.
"어디에?"
"베란다 있잖아. 베란다 안쪽에 아늑하게 만들어 줄게."
홈카페로 만든 베란다 안쪽에는 원형 테이블을 갖다 놓고 커피 마시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었다.
종종 분위기 따라 그곳에서 작업을 하곤 했었는데 아무래도 오랜 시간 머무르기에는 초록이들을 위한 햇빛도 너무 강하고 초록이들의 통풍을 위해 창문을 열어놓아야 하니 춥기도 했다.
그곳은 오로지 초록이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아늑함도 없었다.
"내 책상 갖다 놓고 커튼도 달면 아늑해질 거야. 난로도 피워줄게.
벽 쪽으로 붙이면 사이즈도 딱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럼 자기 책상은...?"
"내가 원형 테이블 쓸게.
거실 자리도 안 차지하고 괜찮을 것 같아."
"왜.....?"
"그냥... 눈에 보이는 한 공간에 있으니..."
"왜, 신경 쓰여...?"
"응... 좀...."
웃음이 나왔다.
"크, 이해해"
본인 책상까지 내어주면서 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남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사실 나도 그랬으니......^^
전에 혼자 집에 있을 때가 너무 익숙했던 터라 일할 때만큼만은 집중하고 싶었다.
더욱 귀가 솔깃했던 것은 난로였다.
추운 겨울 따듯한 난로 위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주전자는 나의 로망이었기 때문이다.
남편 말대로 책상을 벽으로 붙이고 커튼까지 다니 딱 내 스타일의 너무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거기에 난로까지...
여기 있다 보니 아쉬운 점이 있다.
시간이 너무 슝 가버린다는 거.... ^^;;
이렇게 오롯이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또한 상대의 공간을 이해해주고 존중해 준다는 것이 아마도 하나 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꼭 근사한 곳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
상대의 공간도 존중해 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