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니까, 나답게 인테리어 하기
어린 시절 작은 마당과 아담한 화단이 있었던 우리 집엔 화초가 유난히도 많았다.
어렴풋이지만 어릴 적 그 기억을 떠올리면 우리 집 마당 밖 담장 밑으론 부서진 연탄재와 그 사이로 담장을 타고 올라간 나팔꽃이 뒤엉켜 피어있었고, 마당 안 넓지 않은 화단에는 수국과 분꽃, 봉숭아, 사루비어 등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이 흩어져 꽃들이 피어있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이렇게... 수국이 낭만적이고 고급스러운 꽃이었는지를, 봉숭아가 추억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 꽃이었는지를 어른이 돼서야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꽃에 대한 기억이 그렇다.
나의 식물에 대한 기억은 어릴 적 우리 집에서 보아왔던 화초에서부터 시작된다.
정도 많고 이웃 간 왕래도 많고 화초도 많았던 그 시절.
그 당시 우리 집은 응팔(응답하라 1988)의 정환이네 집을 떠올린다면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응팔이 워낙 인기 드라마여서)
그 시절엔 정말 그랬다.
집집마다 다니며 밥도 먹고, 그땐 또 왜 그렇게 이웃 자녀들도 나이들이 비슷했는지... 또래도 꽤 많았다.
지금 이웃들과 비교해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어린 시절 낯가림이 많고 내성적이어서 조용한 것을 좋아하던 나였지만 동네 아줌마들의 잦은 방문과 조금은 수다스러운 대화 소리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었다.
당시 우리 집은 정환이네처럼 동네에서 조금은 큰 집에 속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줌마들은 유난히도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셨고 화초 얘기를 늘 빼놓지 않으셨다.
거실이든 방이든 화초는 곳곳에 있었다.
"어머 이거 뭐예요? 이거 xxx 아니에요? 이게 어떻게 이렇게 컸지."
"그러게. 우리 집은 그게 잘 되네. 사람들이 하도 달라고 해서 새끼 많이 쳐놨는데 하나 줄까요?"
"어머 정말요? "
겨울이 되면 우리 집 안은 더더욱 화초들로 가득했다.
마당과 테라스에 있는 화초들을 모두 안으로 들여왔기 때문에 따뜻한 실내에서의 아줌마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볼거리와 대화거리였다.
어린 내 눈엔 여기저기 놓여 있는 화초들이 정신없어 보이기만 했지만, 좋아하는 것 외엔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나의 성향으로는 내 방에만 두지 않으면 됐다.
다행히도 내방엔 아빠가 식목일 기념으로 사주신 딱 하나의 작은 화초뿐이었다.
그렇다.
어린 나에게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많은 양의 잘 자라나는, 그래서 동네 아줌마들의 관심거리였던 싱싱하고 풍성한 화초들 보단 의미 있는 딱 하나의 내 방에 있는 작고 여려 보이는 초록이가 훨씬 좋았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식물을 이야기하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
어느새 10년 지기가 된 로즈메리이다.
아무래도 실내에선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해서인지 잎이 풍성하게 자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나만의 수형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거였다.
한자리에서만 두고 그대로 바라보고 있으니 로즈메리는 빛을 향해서 한 방향으로만 뻗어나갔다.
빛을 따라가며 이야기하는 로즈메리가 자연스러워 보여 계속 그렇게 키우게 된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로즈메리를 다른 방법으로도 이야기하고 싶어 가지치기한 것을 물꽂이로 뿌리를 내어 얻어낸 아이이다.
이 아이도 무언가 기다리고 있는 듯 몇 년째 저 모습으로 아주 조금씩 자라고 있다.
이렇게 내 방식으로 식물을 이야기하며 화초 키우는 것에 취미를 갖게 되었다.
이제 이 아이들은 나의 반려 식물이 되었다.
나와 초록이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며 살아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