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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모씨 Nov 15. 2024

05. 수험기록(1)_불가능한 계획표를 마주하는 자세

개념강의는 완강했지만 문제는 안 풀리지


학교 오후수업을 마치고,

셔틀버스를 타고 대학가로 내려왔다.



집에 곧장 가서 잠깐만 누워있다가 나오고 싶지만,

이미 어제 그렇게 누웠다가 영영 나오지 못했다.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머리를 비운채 집앞 스터디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스터디 카페 문 앞 키오스크에서 오늘의 공부를 책임질 좌석을 선택한다.

이 자리는 너무 문 앞이라 추울 것 같고...
이 자리는 너무 둘러싸여 있어서 답답할 것 같고…



심사숙고 끝에 자리를 골라 앉고 플래너를 편다.



나는 매 주말마다 다음 주에 공부할 양을 일자별로 할당하여 플래너에 적어둔다.


오늘의 나에게는 주어진 임무는 개념강좌 8개를 듣고 어제 공부한 것을 복습하는것이다. 이 계획을 세우던 당시 나는 과연 제정신이었을까, 의심하며 노트북을 켠다. 어제의 공부내용을 복습하려면 어제의 내가 미룬 것까지 해야하므로, 오늘의 나는 도합 12강의 개념강좌를 들어야 한다.


벌써 오후 5시, 시간이 없다. 강의를 재생한다.

인강으로 늦게 시작한 내가 다른 현강생들의 진도를 따라잡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백몇십개의 강의를 2.25배속으로 허겁치겁 먹어치우는 수 밖에는.


랩퍼에 빙의하신 강사님은 칠판의 양 끝단을 날아다니시고, 이어폰 너머로 쏟아지는 개념들이 내 머릿속에 저장이 되고있긴 한건지.. 모르겠지만 어쩔수 없다.

중간에 잠깐 졸았지만, 앞으로 가서 다시 들을 시간이 없다.

그래야 계획을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시간 반 길이의 강의를 하루에 거진 10강씩 흡수한 결과, 총 150강의 개념강좌를 3주안에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다음 문제풀이 강좌에서 보자’는 강사님의 말을 끝으로 강의창을 닫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문제풀이 강좌를 수강신청하며 교재를 주문한다.



드디어 도착한 교재를 펼치고 기분좋게 문제를 풀었는데, 1번부터 막힌다. 어라..?

별 수 없이 해설강의를 재생한다.

강사님의 말에 의하면 ‘개념강좌에서 배운 요 내용을 적용하여’ 푸는 것이라고 한다.


아하… 이게 그렇게 쓰이는 개념이었구나.


내 귀로 듣고, 심지어 필기까지 했건만 그대로 흘러나갔던 개념을 드디어 문제 위에 붙잡는 순간이다.

다소 한심해 보이지만 이렇게 깨달음을 반복하며 구멍을 매워야 비로소 개념이 단단해 진다는 것을 알기에,

또 다른 구멍난 개념을 발견하기 위해 문제를 풀어나간다.


오늘의 할당량은 ‘문제풀이 강의 다섯강좌 풀고 + 두 단원 복습하기’이다.

역시나 현실성 없는 계획이지만, 오늘도 펜을 휘두르며 뚜벅뚜벅 쓰러뜨려나가야지 별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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