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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 불어오는 곳 Sep 29. 2020

나는 육아휴직을 독일에서 보냈다 3

Chapter 3. 독일 생활 적응기

1. 먹고는 살아야지

  1) 슈타른베르그에 정착하다

나는 외국생활이 처음이었다. 회사에서 2주 정도 해외출장을 나가는 것을 제외 하고는 외국에 긴 시간 체류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독일 생활의 처음 목표를 최소한 먹고 자는데 불편함은 없게 하자라고 세웠다.

 아내는 집을 구하기 위해 16년 11월에 먼저 독일에 왔었다. 그 때 아내가 집을 알아봤다고 연락이 왔고, 앞으로 가족이 거주할 집인지라 걱정도 되어 나도 한국에서 휴가를 내고 갔었다. 아이들이 다닐 학교 위치를 고려하여 아내는 본인 직장과는 멀리 떨어진 슈타른베르그(Strarnberg)라는 곳에 집을 구했다. 막상 집을 구하려 하니 우리나라처럼 집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거의 없었다. 월세로 나온 집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부동산을 찾아봐 주던 에이젼시도 ‘집이 없으니 어느 집이든 나오면 가급적 그 집으로 해야한다’고 했다. 이렇게 아내와 나는 선택권도 없는 상태에서 하나 나온 집을 보았고 그냥 그 집으로 결정을 했다. 5인 가족을 위해서는 최소한 방이 3개 있어야 된다고 했다. 좀 더 작은 집을 원해도 집주인이 5인 가족을 받아 주질 않는다는 것이다. 비싼 월세(2백5십만원)를 내기로 그 집을 계약했다. 그런데 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가구도, 등도 없어서 “왜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느냐?”고 집주인에게 물었더니 “임차인은 모든 가구와 등을 스스로 달고 나갈 때는 지금처럼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대답을 했다.

독일에서는 집을 구할 때 집주인이 갑의 위치에 있다. 임차인을 몇 명 불러 놓고 면접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집 계약이 되면 임차인이 칼자루를 잡는다. 임대인이 마음대로 임차인을 쫓아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주인들은 임차인을 구할 때 이 사람이 월세를 잘 낼수 있는지, 가족들은 조용한지, 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임차인을 결정한다. 우리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합격했다.

 하여튼 그렇게 계약을 하고 휴가 1주일 동안 아내와 근처 이케아에 가서 등을 사고 가구를 사서 집에 와서 전등을 달고 가구를 조립해서 세워 놓았다. 아직도 독일인들은 왜 그렇게 전등조차 없는 휑한 집에서 시작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주변의 다른 유럽국가 사람들도 독일의 시스템이 이상하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것이 독일의 주거문화인 것이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를 이해하지 못하듯 말이다. 1주일 동안 전등과 가구 몇 개를 설치해 놓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1년 후 다시 독일로 왔을 때는 시간 때문에 내가 설치하지 못했던 전등은 여전히 그런 모양으로 있었고 가구는 몇 개가 더 들어와 있었다. 물론 한국에서 이사하며 가져온 가구 등으로 제법 집의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또 이케아에서 가구를 구입할 때 조립비용을 추가하면 직원들이 나와서 조립을 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가구 몇 개를 설치해 놓은 상태였다. 물론 추가비용이 소요되지만 1년 전에 그 서비스를 이용했더라면 밤새도록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가구를 조립하는 수고는 덜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은 복층의 아파트였다. 이층에 올라가 보면 앞에 펼쳐진 슈타른베르그 호수가 눈에 들어오는 제법 전망 좋은 집이었다.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이 많다. 독일은 면적이 한반도의 1.5배가 되고 유럽평원에 위치한 덕에 집을 짓기 위한 땅이 평지가 많다. 그래서 위로 솟는 아파트 보다는 옆으로 퍼진 단독주택이 많고 또 선호 한다. 그러다 보니 위치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파트는 보통 저소득층이 사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여튼 우리는 이 곳 슈타른베르그에 있는 위치 좋고 전망이 그럴 듯한 아파트에 거주했다.

 처음에는 우리집의 위치가 시내 중심 근처인데도 어둡고 음침해서 낯설었는데, 살다 보니 나름 전철역에서 가까운 역세권이고 슈타른베르그 시내에 있어 편의시설이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곳을 읍내라고 칭하며 웃곤 했다. 마치 한국의 면사무소 소재지 같은 읍내 분위기였다.                                             

슈타른베르그 시내

 독일 사람들은 절약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밤이 되면 피부로 느껴졌다. 우리 가족은 어두운 것이 싫어 가급적 전등도 밝게 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의 형광등 같은 것은 없어서 주광색 전구를 여러 개 설치했다. 그래도 한국 대비 많이 어둡고 침침했다. 한국에서 방문 온 사람들은 우리집 실내가 너무 어둡다고 이야기 했지만, 사실 우리집이 이 동네에서 가장 밝은 집 중 하나였다. 밤에 옆집을 보면 사람이 있기는 있는데 스탠드등 하나 켜 놓고 전등 앞에서 책도 보고 무슨 일도 한다. 등 하나 키고 밤을 보내는 것이다. 독일인은 절약이 몸에 배여 있었다.

집에서 바라본 슈타른베르그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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