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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 불어오는 곳 Nov 09. 2020

나는 육아휴직을 독일에서 보냈다 5

2. 헉! 이런 게 문화충격!

  1) 열쇠로 여는 문

  독일의 문화와 습관에 대해서 잘 모르니 맨 땅에 헤딩한 기억만 많이 남는다. 독일의 집들은 문에 도어락 키가 거의 없다. 독일사람 집에 많이 가보았지만 어디에도 도어락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집도 아파트 형태이지만 도어락은 없고 현관열쇠를 5개 주었다. 이 열쇠 하나로 우리집 현관, 쓰레기장, 공용 현관, 창고, 주차장 등 몇 군데를 열수 있다. 집 열쇠를 주면서 관리자가 하는 말이 “이 열쇠 중 하나라도 잃어 버리면 공용으로 사용하는 모든 곳을 바꾸어야 하고 매우 비쌉니다. 그러니 절대 잃어 버리지 마세요”였다. 

내가 온지 몇 주 후 토요일에 아이들을 너무 집 안에만 두는 것 같아 아내에게 아이들과 같이 밖에 나가자고 했다. 집 현관문을 열고 닫은 후 열쇠로 잠그려 했는데 열쇠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알고 보니 현관문 안 쪽의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아 둔 것이다. 안쪽에서 열쇠를 꽂아 두면 바깥 쪽에서는 열쇠가 아예 움직이지 않게끔 만들어져 있는 구조이다. 헉... 열쇠가 돌아가지 않으니 현관문을 뜯어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주말에 기술자를 불러 일을 시키면 할증이 붙어 비용이 약500유로(65만원)이상 들어간다고 했다. 그래도 집에 들어가야 하니 아내가 집 관리자에게 전화를 걸기도 하고, 집 근처에 붙어 있는 열쇠공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도 감감이다. 아예 전화를 안 받는다. 그래서 아이들을 돌봐 주셨던 이모님의 남편인 독일 할아버지께 연락을 드렸더니 연장통을 가지고 와 주셨다. 하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넓적하고 큼지막한 플라스틱 카드 같은 얇은 판으로 문틈을 많이 쑤셔 보았지만 열리지 않았는데, 마지막 내가 간절한 마음으로 도전하여 쑤시다 보니 덜컹하고 열렸다. 그 때의 희열이란!! 아저씨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500유로 벌었다고 가족이 모두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플라스틱 카드는 하나를 받아 주차장에 보관했는데 그 이후로 열쇠를 안 가져 나갔다가 문이 잠긴 것을 그 카드로 열었던 것이 3번이 넘는다. 최소한 우리집 현관문은 열쇠 없이도 잘 열수 있게 되었다. 


 2) 식당에서 사먹는 물, 돈 주고 가는 화장실

 독일을 비롯해 내가 가본 모든 유럽국가에서는 물을 돈을 내고 사먹는다. 미국만 해도 물은 공짜로 주는데 한국에서 공짜로 먹던 물을 여기서 돈을 내고 사먹으려니 왠지 아까웠다. 또 물이 맥주보다 비싼 경우도 많았다. 여기서 지내면서 여러 친구와 친지들이 우리집에 놀러 왔는데, 모두 한결 같이 이야기 하는 것이 식당에서 물을 주문하는 것이 아깝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의 정서상 여전히 물을 돈 내고 사먹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나 보다. 

 또 유럽 많은 국가에서 화장실을 갈 때 돈을 내야 한다. 보통 50센트를 내곤 하는데 이것 또한 큰 금액은 아니지만 아깝기 그지 없다. 한국에서는 고속도록 휴게소에 들리면 깨끗한 화장실을 마음껏 이용하곤 했는데, 여기서는 화장실 앞에 게이트가 있던지 접시를 앞에 둔 청소원이 문 앞을 지키고 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화장실 이용시 비용을 내야 되는데 독일이 그나마 적은 금액으로 가능하다.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불필요하게 많은 금액을 화장실 이용료로 받았다. 관광객에게 직원의 월급을 모두 전가시키는 듯 했다.

 이런 팁문화를 당연히 여겨야 될 수 도 있지만 40년 넘게 한국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화장실에서 돈을 낸다는 것은 이해하기 싫은 일 중 하나이다. 팁을 받고 운영하는 화장실이기에 대부분 깨끗했다. 종종 찾아오는 한국 분들에게 여쭈어 보면 돈을 내고서라도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시기도 했다. 사람마다 취향과 선호가 다른가 보다. 


 3) 남녀 탈의실이 한곳에

 아이들과 독일 뮌헨 근처에 에르딩(Therme Erding)이라는 워터파크에 많이 놀러 갔었다. 그런데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워터파크에 입장을 하고 탈의실을 들어갔는데 남녀가 같은 장소를 이용 하는 것이다. 남자 탈의실인줄 알고 들어갔는데 여자들이 비키니만 입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잘못 들어온 줄 알로 나왔는데 탈의실은 남녀가 공유하는 것이었다. 물론 작은 칸막이방이 있어 거기서 각자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까 크게 문제되는 것은 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옷 갈아 입는 곳에 여자들도 있다는 생각에 어색하고 이상했다. 하지만, 계속 경험하다 보니 오히려 아내 없이 딸아이를 데리고 간 날에도 내가 딸아이를 챙겨 줄 수 있으니 좋았다. 샤워실도 가족실이 있어 어린 딸을 내가 돌볼 수 있었다. 딸을 아빠가, 아들을 엄마가 데리고 갔을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애매한 상황에 놓인다. 따로 탈의실에 들어가야 하는데 어린 아이는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 나이가 적당히 든 아이는 데리고 들어갈 수도 없으니 낭패이다. 샤워는 별도로 하되 탈의실을 같이 쓰는 것은 괜찮은 방법 같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남자들도 레시가드를 입고 수영을 하면서 남녀 모두 맨몸의 노출을 최소화하는데 이곳은 남자는 바지만, 여자는 거의 모두 비키니를 입고 수영을 했다. 처음에는 민망하기도 했는데 점차 자연스러워 졌다.  

 뮌헨 중심에는 이자르강이 흐른다. 강이라고는 하지만 한강보다는 훨씬 작은 하천이다. 뮌헨 시내 중심을 흐르는 강인데도 매우 깨끗하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들어가 수영을 했다. 그리고 강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햇빛 아래 누워서 썬텐을 하고 있다. 종종 여자 중에 갑자기 옷을 벗고 팬티만 입고 강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지 본인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도 동요가 없다. 막내딸만 내게 와서 속삭인다. “아빠! 대박! 저기 봐!!”

 독일 사람들은 남녀의 신체적 차이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동서양의 문화차이가 있어 너무 과도한 노출은 삼가야겠지만, 남녀공용 탈의실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 도입해도 괜찮은 방법 같다. 아빠 엄마가 성별이 다른 어린 자녀를 잘 돌봐 줄 수 있으니 말이다.


4) 안전의식이 생각보단

독일인이 안전에 대해 철저하다고 얘기하지만 수영장이나 다른 곳에서는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안전하게 통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영장에서 놀이기구를 탈 때 안전요원이 통제를 하며 앞사람이 내려간 것을 확인하고 다음 사람이 내려가게 한다. 하지만 독일은 안전요원이 매우 드물었다. 미끄럼틀에서는 그냥 줄을 서서 마구잡이로 내려간다. 앞사람에 부딪치기도 하고 머리를 벽에 부딪치기도 하는데 별다른 제재나 안내가 없었다. 그래서 줄서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사람 수 자체도 적다. 

스키장에서는 슬로프 좌우에 안전망이 없다. 그래서 잘못타면 옆에 있는 계곡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단다. 스키장이 워낙 크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안전망을 설치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전반적으로 질서를 잘 지켜서 그렇게 안전요원이나 안전장비가 필요가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대비 안전에 대해 안이한 것 같았다. 하여간 우리나라의 안전의식이 생각만큼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곳 독일 생활하면서 곳곳에서 체감하였다. 

다만, 지내다 보니 독일인들 스스로가 안전을 위한 약속에 익숙해져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교통신호를 최대한 준수하는 것이나, 워터파크 미끄럼틀도 순서대로 타고 주변사람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며 일면 성숙한 안전의식이 별도의 안전시설이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드는 구나 싶기도 했다.


 5) 허그하기

 서양사람들은 인사 할 때 서로 허그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허그라는 것이 한국인인 나에게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한번은 첫째 녀석이 베이가드라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고 친하게 지냈다. 노르웨이 사람이었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다가 왔다. 아이들이 같이 놀기 위해 연락을 주고 받으며 그 어머니를 알게 되고 종종 학교에서 오고가며 만났다. 어느 날 아내랑 같이 학교 앞을 걷다가 베이가드 어머니를 만났는데 반갑다며 아내와 허그 하더니 옆에 있던 나까지 허그를 한다. 갑자기 당황한 나는 얼굴을 어느 쪽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문화이긴 하련마는 왜 가만 있는 나를 끌어 안는가? 베이가드 어머니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겠지만 나는 잠시 충격에 빠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학교에서나 길에서나 지나가는 사람들끼리 남녀 상관없이 허그를 하고 뺨을 맞대는 것이 당연했다. 한국사람들도 외국인과 만나면 허그를 했지만, 한국인끼리는 문화상 그러는 경우가 없었다. 한번은 아이 친구 어머니인 스페인 분이 있었는데,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중에 학교에서 보고 괜찮냐고 물어보며 손을 내밀었는데 물어봐 줘서 고맙다며 나를 끌어안기에 급당황한 적이 있었다. 남들끼리 허그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았는데, 나 자신에게는 너무도 어색한 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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