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엔 아름다운 길들이 많다. 자전거로 해변을 따라 달리는 길이 있다. 이스트코스트파크. 말그대로 싱가포르의 남쪽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8키로미터 뻗어있는 해변도로다. 동쪽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오른쪽은 말레이시아쪽 바다, 왼쪽은 숲이다. 그런데 일반 관광객이 모르는 길이 여기에 있다. 바로 이스트코스트파크 서쪽편에서 마리나베리지로 연결되는 자전거 도로다. 아름다운 전경을 보며 자전거를 탈 생각에 기대가 차올랐다. 그리고 이제 자전거 오래 탈 체력이 되는 아들도 함께 하기로 했다. 땡볕에 자전거는 너무 힘들다. 그래서 5시 반 정도에 도착하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했다.
이스트코스트파크는 대중교통이 좋지 않다. 물론 구글맵에서 알려주는대로 버스를 탈 수는 있다. 하지만 버스노선이 별로 없어서 어느지점에 내리더라도 상당히 돌아서 가야한다. 전에도 민간 아파트 단지내에 내렸다. 주민들이 처다보자 마치 관광객이 아닌척하고 열심히 뺑뺑 걸어가야 했다. 어차피 난 이스트코스트파크에서 자전거 타고 마리나베이를 가는게 목적이었다. 그래서 이스트코스트파크에서 가장 마리나베이에 가까운 자전가 대여점을 검색했더니 바로 Area B Bike shop이 나왔다. Area B Bike shop까지 가기 위해 그랩택시 목적지를 Katong park로 가달라고 했다. 그리고 걸어서 자전거 대여점에 도착했다. 가장 만만하고 튼튼해보이는 자전거를 빌렸다. 1시간에 S12$로 좀 비싼 느낌이었다. 서울시내 따릉이 가격을 생각하면 폭리였다. 자전거빌려주는 아저씨는 왜 빌리면서 표정이 저럴까 하는 눈빛이었다. ‘그래 아름다운 전경이 이 가격을 보상해 줄거야 하는 마음’으로 자전거에 탔다. 옆에 아들도 같이 있기 때문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되었다. 이제 출발이다. 마리나베이샌즈 방향으로 달리면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러닝으로 마리나베이쪽으로 향하고 있다.
처음엔 숲길이 나왔다. 그 숲길을 지나고 지나면 양옆에 녹지를 끼고 주욱 달리게 되었다. 내가 가는 길이 맞나? 하는 의구심으로 중간중간에 구글맵을 봤다. 한 1km 정도 가니 마리나베이 골프클럽이 나온다. 그곳을 지나면 드디어 저 멀리 마리나베이센즈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들 따라서 더 패달을 밟았다. 이윽고 스케일 넘치는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수직,수평선의 건물에 익숙해져버린 눈이 정화된다. 수백가지 식물을 머금은 가든스바이더베이의 플라워돔과 클라우드돔. 그옆에 부드러운 곡선의 마리나베이샌즈호텔과 손가락 모양의 아트사이언스뮤지엄. 그리고 싱가폴 플라이어까지. 모던함의 극치인 전경이다. 밋밋하지 않고 질리지 않으며 볼때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시선은 멀리 마리나베리지쪽 바다로 이어진다. 이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니, 즐겁지 않을수가 없다. 연신 아들내미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찍어줬다. 자기도 좋은 배경에 사진찍히는줄 아는 것 같다. 나름 폼을 잡는다.
내가 달리는 곳을 지도로 보니 Bay East garden이다. 가든스바이더베이의 형제 정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깅, 싸이클링을 하고 있다. 약 2km 더 바다를 향해 가다보니 Marina bridge가 나온다. 이 다리는 바다와 강을 연결하는 일종의 댐이다. 이 댐이 싱가폴 생활용수를 어느정도 공급한다고 한다. 이 다리밑이 이 마리나강의 바다와 만나는 최종 하류지점이다. 다리를 건너면 가든스바이더베이쪽으로 연결된다. 다리 한가운데서 마리나베이센즈쪽을 바라본다. 또 다른 각도의 전경이 펼쳐진다.
반대쪽을 보면 바다위에 수많은 무역선이 여기저기 떠 있다. 시원한 바람을 잠시 느끼며 사진을 찍었다. 조금더 가면 꽈배기 모양의 마리나베리지 건물이 있다. 이 건물위에 초록색 잔디를 심은 루프가든 공원이 있다. 사람들이 갖가지 연을 하늘에 날리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이 위에서 돗자리를 깔고 쉬어도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다시 돌아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5.5km 정도. 한 20분은 온 샘이다. 다시 자전거 반납을 하러 돌아갈까 했다. 하지만 아들이 좀더 가보자고 한다. 다시 가든스바이더베이의 길을 타고 북쪽으로 달렸다. 오른쪽으로 호수를 끼고 달리니 더 쾌청하다. 이윽고 가든스바이더베이 플라워돔, 클라우드돔을 지나 아트사이언스뮤지엄, 그리고 마리나센즈호텔앞까지 도착했다. 강가에 앉아서 미리 싸가지고 갔던 물과 과자를 먹으며 강을 보며 쉬었다. 돌아가는 길은 갈때보다 좀더 힘들었다. 하지만 해질녘 불을 밝히는 마천루 건물과 붉은 빛 때문에 그리 지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