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이파리를 쓸면 그 자리에 또 다른 잎이 쌓인다. 떨구어진 잎을 아이들은 재미로 밟고 찢으며 웃는다. 다른 잎보다 미리 떨어진 잎도 있고 끝까지 안떨어지다 나중에 떨궈지는 잎도 있다. 같은 나무에서 나왔지만 이파리 하나하나는 각각 사정이 다를것이다. 햇빛은 점점 약해지는데다가 물이 증발을 막기위해 일찌감치 자기 몸의 영양공장이었던 잎을 버리는 나무. 광합성을 하여 얻는 에너지보다 잎을 통해 잃어버릴 수분이 더 귀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몇억년에 걸쳐 체득한 지혜로 과감히 자신의 밥줄을 바닥에 떨군다. 길고긴 6개월의 보존의 시절동안 나무는 몸을 움추리고 그 다음해를 준비한다.
낙엽을 만들기 훨씬 전부터 나뭇잎은 빛이 어느정도 들어오는지, 낮이 얼마나 긴지 감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에 못미치는 빛이 들어올 때, 더이상 광합성이 어려울 그때, 엽록소를 분해 파괴한 후, 나뭇잎에 남아있던 영양소를 마지막으로 흡수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무는 나뭇잎에서 들어오는 영양분의 길을 차단한다. 그러면 그 잎은 색깔이 바래기 시작한다. 결국 바닥으로 떨궈진다.
붉고 노랗게 달려있을때는 고풍스러움을 은은히 드러내지만, 떨어지면 그만큼 애잔하다. 새싹의 씩씩함에서 시작하여 진한 녹색이 되도록 쑥쑥 성장해왔다. 그러던 잎은 결국 자신의 역할을 다하였음을 색으로 드러내고 결국 바닥으로 향한다. 흙과 함께 썩어서 또다른 나무의 양분이 되는 이 선순환. 절제되고, 묵묵한 생존의 무게가 느껴진다. 낙엽을 보며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동안 너의 몫을 충분히 다하느라 수고가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