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선생님, 저는 진짜 안 봤거든요!"
"뭔 말이야, 나와 눈이 마주쳤잖아!"
두 학생이 목에 힘줄을 세워가며 소리친다. 작은 몸의 피가 위로 다 끌어올려졌는지 얼굴까지 발갛게 달아오른다. 안 봤다는 학생은 여자이고, 자기와 눈이 마주쳤다고 주장하는 학생은 남자다. 내 앞에 와서까지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걸 보면, 간단한 문제는 아닌 듯하다.
"아니, 그러니까 뭘 봤다는 거야?"
두 학생에게 내가 물었다. 다른 아이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서 빙 둘러서서 지켜보는 중이다.
"쟤가요, 분명히 남자화장실을 들여다봤다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지나가다가 고개를 돌린 것뿐이에요. 보고 싶어서 본 건 아니고요."
"oo아, 일부러 본 게 아니라잖아. 사람이 걸어가다 보면 무심코 시선이 갈 수도 있는 거지. 안 그래? 어떻게 고개도 움직이지 않고 앞만 보고 가냐? 너도 복도에서 여기저기 쳐다보며 걷잖아. 서로 이해하자."
아이들은 심각한데, 나는 자꾸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참느라 나도 힘들었다.
화장실 출입문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자꾸만 문 가지고 장난을 쳐서 아예 출입문을 열어 놓은 것이 사달이 난 거다. 여자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남자 화장실을 거쳐가야 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남자의 소변기는 칸막이가 없어서 소변을 보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칠 수 있다. 공공장소의 거의 모든 화장실이 그렇다. 예전에 어느 대학병원을 갔는데, 거기는 남자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아예 층을 달리하거나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것을 봤다. 불필요한 오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엔가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남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중인데 옆에 있던 아이가 자기의 '소중이'를 봤다는 거다. 그 아이는 또래에 비해 키가 큰 편이다. 키 큰 아이가 자기의 소중한 신체부위를 넘겨다 보았다고 난리난리를 친 적이 있다. 불러서 확인해 보니, 그냥 봤다는 것이다. 고개를 돌린 것뿐이라고 한다. 다른 아이들은 변태라고 놀렸다. 아니라고 항변하며 울먹이는 아이를 달래느라 한참 애를 먹었다. 그날 화장실 사용에 관한 공공예절을 가르친 적이 있다. 오해 살 일도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비난만 하지 말자고 하며 일을 마무리지었다.
모두가 화장실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용변을 보는 내 모습은 누구나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런데 남자 화장실의 경우, 구조상 그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니, 남자 화장실에도 여자 화장실처럼 소변기마다 칸막이와 문을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
학교에서는 늘 이렇게 크고 작은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누구의 마음에도 상처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 주의하고 조심해야 한다. 억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다 집에 가고 나야 안심을 한다. 휴, 하루가 무사히 갔구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