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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놀자

by 강지영

(사진출처:픽사베이)


학급당 70만 원의 자치비가 있다. 학급 운영을 하면서 필요한 곳에 사용하면 된다. 놀이기구, 학용품, 간식 등을 사줄 수 있다. 올해에 우리 반은 사방치기 매트, 공기놀이, 제기 등을 샀다. 학용품으로는 독서록을 구매하였다. 작은 독서록인데, 보통 공책 크기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라 손에 잘 잡히고 가방 속에 부담 없이 넣어가지고 다닐만하다. 몇몇의 학생들은 꽤 그럴듯한 독후감을 쓰기도 한다. 또 몇몇은 아직도 독서록에 무엇을 쓰는지 감을 못 잡은 듯하다. 그래도 쓰는 시늉은 한다. 책제목도 한 번 살펴보고, 작가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출판사가 무슨 뜻인지 정도는 아는 것 같다.


내가 어릴 적에는 땅에 사금파리나 나무막대로 사방치기 놀이판을 그려놓고 놀았다. 산그림자가 내려올 때까지 놀던 기억도 난다. 배고픔도 잊고 참 잘도 놀았다. 동네 언니들, 또래 친구들. 여자아이들이 주로 하는 놀이이다. 요즘에야 어디 아이들이 놀 땅이 있는가. 운동장마저도 인공잔디로 포장해 놓은 학교도 있는 판이다. 요즘 아이들은 사방치기 매트를 교실에 깔아놓고 논다. 남자 여자 모두 어울려서 잘 논다.


공기놀이는 또 어떤가 예전에는 매끄러운 작은 돌멩이를 고르고 골라서 다섯 알로 공기놀이를 했는데, 요즘은 돌멩이 구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러니 플라스틱으로 만든 공기알로 놀이를 한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즐겨했던 공기놀이는 '많이 공기'였다. 수백 개의 돌멩이 공기알을 가지고 노는 것인데, 공기알 수백 개를 펼쳐 놓고, 자기의 깜냥대로 공기알을 따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공부 시간이 되면, 담벼락 가까이에 몰아넣고 흙으로 덮어서 위장시켜 놓고 교실로 들어갔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또 모여서 공기놀이를 하곤 했다. 참 재미있게 놀았다. 공기놀이는 눈과 손의 협응을 요하는 놀이이다. 소근육발달 놀이로 관심 가질 만하다. 요즘 아이들이 한두 번 해보고 터득할 수 있는 놀이는 아니다. 우리 반 26명 중에 한 명 남자아이가 제법 공기놀이를 한다. 집에서 엄마랑 가끔 한단다. 하긴 그 남학생은 줄넘기의 여러 동작도 세련되게 한다. 운동 신경이 잘 발달된 아이다.


제기차기도 요즘 아이들에게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전통놀이를 가르쳐주기 위해 구입한 것인데, 처음에는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더니 지금은 심드렁해졌다.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옛날의 놀이는 혼자서는 하지 못한다. 최소한 두 명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이 즐겨하는 놀이는 혼자서도 재미있게 한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하는 게임은 나 홀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놀이가 되었다.


오늘은 학교 인근의 노인회관에서 어르신들이 오셔서 전통놀이를 가르쳐 주셨다. 일곱 분이 오셔서 놀이 진행을 맡아주셨다. 오늘의 주제는 '비석치기'이다. 열과 성을 다해서 준비해 주셨는데, 두 학생은 놀이를 하다가 시시해졌는지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자기 모둠을 위해서 좀 더 힘을 내보자고 달랬는데도 하고 싶지 않단다. 그래서 그냥 앉아서 구경하라고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참여를 하긴 하는데, 아이들보다도 어르신들의 열기가 더 뜨거웠다. 아마도 엣 시절이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한 분이 말씀하셨다.

"얘들아, 함께 놀자!"

아이들은 꿈쩍도 않고, 바라보기만 한다. 너무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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