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시골도 웬만하면 집 주위는 다 시멘트 포장을 하고 사는데 우리 집 주변은 그냥 맨흙이다.
그러니 풀씨들이 날아와 자리를 잡으면 그대로 풀밭이 되고 만다.
이 풀밭을 낭만적으로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으나 다듬으며 키우는 잔디와는 달리 억센 잡초들이라 금세라도 마당을 수풀로 만들 기세로 자란다.
차가 드나드는 바퀴자국 두줄과 이리저리 차를 돌리는 뒷마당, 늘 밟는 앞마당은 그냥 맨흙인데 그로 인해 가장 표시가 나는 곳이 자동차 안이다.
온통 흙을 묻혀 들이니 먼지도 많아 시트를 팡팡 털어보면 과연 저곳을 시트라고 불러야 할지 의심스럽다.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면 차 안은 항상 전쟁터가 된다. 서로 앞자리에 앉기 위해 뛰어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리 치고 저리 박고...
손, 발, 엉덩이를 잠시도 가만히 놓아두질 않는다. 그 많은 먼지는 누구 입으로 가는지 모르겠다.
권고성 나무람은 통하지도 않고 소리를 지르며 몽땅 내리라는 협박을 받은 후에야 조금 조용해지는데 그때부터는 각자 뒤틀기다. 거꾸로 누워 발을 등받이에 올리는 놈, 앞 좌석 헤드에 발을 올리고 퉁퉁거리는 놈, 옆으로 다리 뻗어 밀어내기, 힘없는 놈은 의자 아래로 떨어진다.
그렇게 외출하고 나서 돌아오면 바깥의 먼지 때문이 아니라 차 안의 먼지 때문에 샤워를 해야 한다.
아이들이 많으니까 여기저기서 옷이나 신발들을 많이 준다.
그러나 아무리 예뻐도 쓰지 못할 것들이 있는데 하얀 드레스류와 검정 쎄무구두다.
아이들뿐 아니라 나도 정장용 신발은 박스에 넣어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 목적지에 가서야 갈아 신는다.
앞마당의 파라솔 밑에서 차를 마신다.
발목을 간질이는 풀들과 그 사이를 다니는 무수한 벌레들.....
사람들이 깨끗하다는 기준을 정해놓고 사는데 포장되지 않은 이 마당은 지저분한 곳일까?
곰곰 생각해 보면 가장 자연스러운 접촉인 듯하다.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갈 것인데 사는 것도 그냥 흙에서 살지 뭐. 돌아다니기 불편하니 풀이나 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