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산동 2층집. 2001년
우리 집 한겨울 평균 도시가스 요금이다.
이 엄청난 가스비로 훈훈하게 사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새벽녘에 조금, 오후에 조금, 잠자기 전에 돌리는 보일러의 온기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안방의 큰 창에 두꺼운 커튼을 쳤는데도 외풍이 있어 그 안에다 비닐을 덧대었다. (예쁜 이 층집 커튼 안에 비닐이 쳐져 있을 거라고는 누가 와도 아무도 모른다.)
거실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옆에 멋 부리느라 만들어진 둥근 창이 있는데 유리로 냉기가 그대로 전달이 되길래 그곳도 비닐을 쳤다.(정말 폼 안 나게 산다.) 캐비닛히터도 하나 사용하는데 그러고서도 아이들은 이불을 말고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나는 솜 들은 몸빼바지에 파카를 입고 컴퓨터작업을 한다.(실내온도 평균 17도)
겨울만 되면 정말 모든 게 엉망이다. 외투 속에 반팔 입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요즘 볼 터지는 애들은 우리 집 애들밖에 없나 보다. 유난히 잘 트는 둘째 손을 보면 70년대 내 어릴 적 모습이다. 그런데도 따뜻한 아파트인 친정에 가서 하루종일 있기라도 하면 우리 아이들은 난리가 난다. 내복바람으로 앉아서도 답답하고 덥다고 빨리 집에 가자고 난리다. 온도에 적응이 안 되나 보다. 썰렁한 우리 집에 들어와서야 시원해서 좋다고 편안해하며 따뜻한 방바닥에 차가운 윗공기가 좋단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애들은 감기를 1년에 한 번밖에 안 앓는다. 감기에 걸렸다 해도 병원은 필요 없고 포카리스웨트 한 병이면 그냥 낫는다. (하룻밤 열나고 이틀간 코 좀 풀고......)
지금, 보일러 돌리고 있는데 시간 잘 봐서 얼른 꺼야겠다. 그리고 친구들 중에 시집올 때 해온 목화솜이불 무거워서 안 덮는 집 있으면 두어 채 더 얻어와야겠다. 오줌 마려운데도 추워서 일어나기 싫은 김에 실례를 해 버리는 놈들이 있어 1년에 하나씩은 버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