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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a Mar 02. 2024

옛 일기를 읽어보니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꼿꼿이 마주하겠다.

결혼 하면서부터 쓴 일기가 있다. 첫임신의 신비와 출산, 첫아기에 대한 놀라움, 기쁨들이 적혀있다. 젊은 나의 이야기다.

60세를 넘은 지금에서야 그 일기들을 읽을 여유가 생겼다. 지금까지는 내 인생을 관조할만한 너그러움이 없었나보다. 관조한다고 하면서도 읽고싶지 않은 부분은 있다. 그때의 내 결정들이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고, 그러지 말았어야 할 이야기들이 적혀있다. 그러나 더 많은 날수의 일기에는 새댁의 순진함과 젊은 엄마의 건강함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예쁜것만 골라내야겠다. 치부를 보이지 않는다고 누가 뭐라 할것도 아닌데 굳이 잠들어 있는 슬픈 기억들을 쿡 찔러 깨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잘 엮어서 내 딸들에게 즐거운 선물로 주어야겠다.


이 책을 만드는 동안만 아프지만 과거의 나를 마주해야겠다. 비장하게 맞서 냉정하게 나를 질책할 것이다. 물론 그럴수 밖에 없었던 미숙한 나를 위로도 할 것이며 따뜻하게 안아도 주겠다. 행복한 이야기만 골라서 책을 만들고 난 후에는 그 일기들을 몽땅 태워버리겠다. 비겁하게 과거로부터 도망치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위선으로 포장하지도 않으며 바보처럼 멍하니 흘려보내지도 않겠다. 조금 살아봤다 싶은 이 나이에 딱 어울리는 작업이다. 즐거운 책 한권 쿨하게 등뒤로 던지고 또 살아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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