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번아웃이 와버린 세대
노력안해본 사람은 없다?
누구나 한번쯤 인생에서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죽어라 노력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게 어린시절이었든, 20대였든 아니면 황혼기였든 상관없이, 남들이 보기에는 또는 지나고 돌이켜보면 별 볼일 없는 노력처럼 생각될지라도 그 당시 내 자신은 그 목표를 위해 간절히 노력했을 것이다. 이미 지나가버렸거나 제3자의 시선이기에 그 순간의 절실함이나 절박함이 옅어져 보였을 뿐.
이처럼 사람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동물이다. 즉 옛날 글에서 말했던 보상심리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큰 원동력 중 하나이다. 수험생은 목표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죽어라 노력을 할 것이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좋은 직장을 얻거나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또는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기 위해. 부자들도 다를 것이 없다. 금전적으로 여유 넘치는 부자라고 해서 삶의 목표 없이 살까? 절대 아니다. 그러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유투브 등에서 소위 말하는 flex 하는 금수저들도 나름 자신들의 꿈이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다. 즉 객관적 시각으로 보면 그 노력의 정도와 목표의 가치 등이 천차만별로 달라 보일 수 있지만 개개인의 입장에서 지금 당장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정도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만큼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인생은 끝없는 퀘스트의 연속
나 또한 어릴 때부터 내가 원한 목표나 부모님의 외압으로 세워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결실로 지금 의대를 다니고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좋은 과를 가기 위한 목표 등등 새로운, 더 거창하고 복잡해지는 목표들이 계속해서 퀘스트처럼 생겨나고 그 것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하게 된다. 이렇게 끊임없이 목표가 설정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적응을 해버리기 시작한다.
반복, 적응, 그리고 번아웃
번아웃. Burnout Syndrome. 한자어로 소진(消盡). 어떤 직무를 맡는 도중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의 통칭이다. 사람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것은 그 목표를 이뤘을 때의 성취감과 그 과정에서 내 삶이 좀 더 윤택해지기 때문이다. 목표를 이룬 성취감을 맛보면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혹독해도 다시금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성취감은 달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놀라운 적응의 동물이자 욕심많은 동물이다.
당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인고의 노력 끝에 원하던 바를 성취했을 때를 떠올려 보아라. 아직도 그 성공과 성취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성취의 달콤함이 덜해질 수 밖에 없고, 점점 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수없이 반복해왔던 노력, 성취의 과정에 적응을 해버린 나머지 앞으로 할 노력, 성취의 과정도 대충 예상이 되고 그 기쁨도 어느정도일지 대충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결말을 다 아는 소설을 읽는 것처럼 인생에 흥미가 갑자기 떨어지고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떨어질 것이다. 아니면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성취감으로는 만족을 못하고 점점 더 큰 성취감을 원해 내 자신을 더 혹독하게 채찍질하다가 무리해서 탈진해버리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사회적, 세대적 번아웃..?
이는 집단으로 확장해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먼저 내가 속한 의사집단을 보자. 의사집단은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엘리트 집단으로, 대부분은 어려서부터 끊임없는 노력, 성취의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익숙해졌을 집단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집단에도 번아웃이 오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자리를 모두 잡고 열심히 돈을 벌고 있거나 이미 많이 번 세대들과 이제 막 의사면허, 전문의 면허를 따고 나오는 세대들의 가치관이나 마음가짐 등을 비교해보면 확 느낄 수 있다.
인턴 1년 (과거엔 2년), 레지던트 4년 (내,외과는 3년)의 지옥의 수련기간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은 이를 모두 마치고 나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지위, 금전적 이득이었다. 일 또한 예전에는 전산시스템 등이 체계적으로 잡히지 않아 윗세대 들의 일이 더 허드렛일스럽고 효율적이지 않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전공의 세대들에서는 최대한 일을 덜하고 삶의 질을 매우 중요시하는게 보편화되어있다. 하루 몇시간씩만 쪽잠을 자가면서 일을 해도 선배들이 얻을 수 있었던 성취는 이미 간접적으로라도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에 노력과 성취의 크기를 저울질 하게 되고 점점 집단의 사회적 입지도 좁아지면서 그 노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벼렸기 떄문이다.
비단 의사집단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현재 20,30대의 마인드가 전반적으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휘황창란한 발전의 시대였다. 말그대로 과거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의 성취감을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계속해서 쟁취할 수 있었고 이와 함께 무궁무진한 발전을 해나갔다. 하지만 요즘은 성장도 둔화되었고 보이지않는 계층간의 갭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물론 지금도 노력을 죽어라 한다면 옛날만큼의 성취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이미 우리들은 어느정도 노력을 하면 어느정도 성취를 했는지를 부모님 세대를 보며 대충 체감했고 마찬가지로 저울질하며 그 성취감을 얻으려고 내 인생을 갈아넣을바엔 순간의 즐거움을 즐기자는 주의로 가는 것이다. 즉 사회적 번아웃이 왔다고 생각을 한다.
인생에서 번아웃이 온다면 잠시 모든걸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서서히 치료가 되어간다. 하지만 사회에서 번아웃이 오고 모두가 순간만을 즐긴다면 그 사회는 도태되어버리지 않을까? 아니면 인생과 마찬가지로 잠시 휴지기를 가진뒤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나를 포함한 20,30 세대의 귀추가 주목된다.
30대가 된 나의 사족)
5년 전에 비해서 의사 사회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회 상황이 더 많이 심각해진 거 같다. 과장을 보태자면 온 나라가 거대한 폰지사기와 같다. 나라의 성장동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져가고 있고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옴에 따라 기형적 인구구조로 인한 기형적 부양시스템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당장 국민연금 부터 시작해 의료보험 그리고 부동산 문제 등 농담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가 어두컴컴하다. 그리고 그 미래를 가장 피부로 잘 느끼며 헤쳐나가야할 세대는 우리 세대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는가. 인구감소로 인해 많은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게 되겠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기형적인 인구 구조의 선두주자로서 여러 기회들이 생길 수 도 있다. 예를 들어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므로 AI 나 더 나아가 휴머노이드 들을 더 일찍 받아들이는 사회가 될 수도 있고, 한반도 역사 상 최초로 동남아권의 다양한 인종을 받아들여 미국과 같은 다문화 사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
모든 건 마음가짐에 달렸다.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해서 함께 아무것도 안해보고 침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항상 위기는 기회다 라는 글귀를 돼새기면서 살아남기를 바란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