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수일투족을 평가하고 평가받는 사회
현대사회는 무수히 많은 매체를 통해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바다 시대다. 아니 정보의 바다도 이제 옛말이고 손가락 하나 까딱이면 내가 찾고 싶은 정보든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든 곧바로 내 시각을 통해 뇌에 입력된다. 때문에 몇십년 전이었다면 어떤 분야에 종사하거나 전문적으로 관련이 있어야 접할 수 있던 정보나 자료들을 요즘은 클릭 몇번이면 아무 관련 없는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유명인들의 삶도 가감없이 일반 대중들에게 노출이 되고 만다. 이는 굉장한 편리함과 정보의 불균형 해소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사생활 침해, 지나친 악플 등 현대사회의 고질적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농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에 르브론의 LA lakers가 우승을 하면서 NBA의 GOAT는 누구인가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되었다. 30대 중반의, 전성기가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금강불괴의 신체능력을 과시하며 (비록 AD의 도움이 있었지만) 당당하게 우승을 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상대가 누구인가. 농구의 ㄴ자도 모르는 사람도 농구하면 떠올리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다. 나도 라이브로 중계되는 그의 플레이는 본 적 없지만 여러 매체들을 통해 영상으로 접한 그의 플레이는 과연 농구황제라는 말이 나오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그의 플레이를 못봤더라도 쓰리핏 2번과 수차례의 파이널 mvp 등 화려한 그의 커리어가 농구황제라는 수식어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논란이 되기 시작했는가? 바로 처음에 말했던 현대사회에 들어 아무나 접근가능해진 기록들 때문이다. 시작은 한 커뮤니티에서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논란거리를 만들고 토론을 하기 위함에서 시작되었던거 같다. 누가 조던의 야투율이나 득점 효율지표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현대농구적으로 분석을 한 것이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신격화 되던 것에 비해서는 평범한 기록이었다. 물론 실제 경기에서 영향력이나 이런 것들은 기록에는 드러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누적기록이 갖는 의미는 무시할 수는 없는 법. 더 나아가 최근에는 조던이 노쇠화 한 후 쓰리핏을 했을 때 풀경기 영상들이 올라오고 여기서 나오는 조던은 우리가 알던 농구황제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턴오버 후 백코트를 포기해버리는 모습, 효율이 좋지 않은 야투율, 무리한 돌파 후 실패, 자기 마크맨을 놓치거나 박스아웃을 안하는 안일한 모습 등 한순간의 모습이라기엔 이런 모습이 한 경기 내에 몇번이나 반복되었다. 물론 조던은 중간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다시 농구를 하는 등 범인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도전을 하고 왔기 때문에 이 영향이 꽤 크게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현대에, 이렇게 매체가 많이 발달되었던 시기에 저런 모습을 보였다면?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짤로 박제되어서 조리돌림을 당했을 것이며 농구황제라는 칭호까지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즉, 조던이 농구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그의 압도적인 실력과 쇼맨쉽, 장악력 등이 기본적으로 뒷받침 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 밖에 그 당시의 현대에 비하면 빈약한 대중매체로 인해 어찌보면 만들어진 부분도 작지 않다는 것이다. 쉽게 중계권이나 시즌패스 등을 팔지 않던 시기 였기 때문에 조던의 매 경기를 직접 라이브로 모두 보기는 힘들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잘한 것만 모아진 하이라이트로, 말 그대로 어두운 면은 밝은 면에 모두 가려져 버린 채 탄생한게 농구황제 GOAT 조던이 아닐까..?
그렇다고 이제 르브론이 조던을 훨씬 뛰어넘는 GOAT라는게 아니다. 그들이 쌓은 금자탑들의 이면에 모두 디시젼쇼, 적절치 못한 언행이나 인터뷰 등이 가려져 있다. 하지만 조던은 그러한 이면이 시대적 상황 때문에 덜 부각되었다는 것 뿐을 말하고 싶다.
과연 농구에서만 이러한 일이 생길까?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스타들도 현대의 수많은 매체들에서 다뤄지고 분석되었다면 우리가 알던 스타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시대를 잘 타고나야한다는 것일까? 요즘 같이 유명인이 조금만 틈을 보이면 수많은 하이에나들이 달려들어 나락으로 보내는 무서운 정보의 범람 시대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다른 방향으로의 발전이 있을까? 조던으로 시작해 요즘 사회를 생각해보게 되는 하루다.
30대가 된 나의 사족)
르브론은 아직도 놀랍게도 아주 잘 뛰고 있다. 심지어는 자신의 아들과 함께 경기를 뛰는 전대미문의 모습까지 보여 주었다. 자기관리 측면에서는 GOAT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그리고 사이버렉카 문화는 최근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에는 흑백요리사에서 뛰어난 실력과 깔끔한 외모로 스타가 된 트리플스타가, 얼마 전에는 학폭 피해자 쉴드로 논란이 된 곽튜브가 대중들의 단두대에 오르내렸다. 이외에도 수많은 유명인들이 대중의 단두대에서 심판을 받았다. '유명인이나 공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논란이 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대중의 공격을 받고 지위나 직업을 박탈하려는 캠페인의 대상이 되는 현상' 인 캔슬컬쳐가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큰 부와 명예를 얻는 유명인들 이기에 그 무게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요즘 세태는 혐오를 위한 논란을 만들어내는 경지까지 이르러 그 정도가 너무 심해진 것 같다.
가장 좋은 것은 조용하게 크게 알려지지 않으면서 경제적 자유를 얻고,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부자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내가 막상 부를 얻게 된다면 경제적인 측면 이외 자아실현을 위해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도 들 것 같다.
일단 부를 먼저 얻고 보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