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두 번째 이야기

열 번째 우주 동화

by 참참



땅은 오랜 시간이 걸려도 이전의 하얀 얼굴을 되찾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땅의 숨결은 사랑하는 동물과 식물들 그리고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해 주었어요. 땅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땅은 사랑하는 것들도 자신을 상처 입힐 수 있고, 자신의 색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려고 작은 분노들을 눈 감았다가 오히려 땅을 삼키는 파도를 만나기도 했었죠.


땅은 생각했어요.



작은 분노들을 생각하는 땅



‘하마터면 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었어.

이제는 작은 분노들을 무시하지 않을 거야.

작은 분노들도 동물과 식물만큼 내게 소중해.’








땅이 그동안 숨을 많이 불어넣은 덕에 땅 위에는 더 다양한 동물들이 태어났어요. 느릿느릿 나무늘보, 까슬까슬 고슴도치, 요리조리 미어캣, 동동 수달도 땅 위에 살게 되었죠. 모두 각자만의 아름다움을 가진 친구들이 생긴 거예요. 그런데 다양한 아름다움이 생기자 동물들은 서로 다투기 시작했어요. 서로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옳다는 거였어요.



시끄러운 소리가 끝이 없자 땅 안에서 작은 분노들이 말랑말랑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땅은 살랑이는 동그란 분노를 동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슴을 훅! 들이밀었어요. 땅이 가슴을 들이민 곳은 유난히 올록볼록했는데 동물들은 그것을 이라 불렀어요. 산은 동물들이 사는 곳을 나눴고, 시끄러운 싸움은 줄어들었어요. 작은 분노가 예쁘게 꺼내놓은 산은 보기 좋았어요.



작은 분노들이 만들 산





땅은 사람들도 다시 만났어요. 사람들은 똑똑했고 땅에 재빠르게 적응했어요. 사람들은 처음에 땅에서 나는 만큼 먹고, 그래서 일할만큼만 일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다시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더 많이 먹고 누리기 위해 땅을 더 많이 긁었어요.


땅은 아픔을 본 작은 분노들이 또 말랑거리기 시작했어요. 작은 분노들은 땅을 울게 만들어, 땅 위에 물 웅덩이가 고이게 했어요. 물 웅덩이는 바다와는 다른 고요함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보며 일을 잠시 멈췄어요.



작은 분노들이 만든 호수


땅은 작은 분노들 덕에 오히려 자신의 새로운 모습들을 만들게 됐어요. 땅에 사는 동물과 식물들, 그리고 사람들은 새롭게 생긴 땅의 모습들이 좋았어요. 물론 땅도 마찬가지였어요.














우주에게


엄마는 한참 동안 화가 나는 게 나쁘다고 생각했었어. 화를 내면 누군가가 상처를 받기도 하고, 분위기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어색해지기도 했거든. 근데 화를 숨겨서 잠시 얻는 편안함은 엄청 얇은 이불을 덮어놓은 느낌이었어. 그 밑에 깔려 있는 짙은 스트레스가 얇은 이불 아래 숨길 수 없이 비치고, 결국에는 이불을 걷어 차고 더 큰 분노를 보이기도 했지.


나쁜 감정은 없고, 화도 마찬가지야. 이번 이야기에 나오는 땅처럼 분노를 적당한 온도로 현명하게 내보일 줄 안다면, 오히려 화는 우리를 지켜줄 거야. 그리고 오히려 네가 알지 못했던 너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수도 있고. 엄마는 우주가 너의 가치를 지키는 작은 분노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 손에 기댄 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