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우주 동화
폭신폭신한 구름은 요정들이 살기 좋았어요. 구름에 사는 요정들은 특별했어요. 그들은 땅에 사는 동물들을 위해 마음을 빚었어요. 그리고 여러 모양으로 완성한 마음들을 동물들의 우체통에 넣었어요.
요정들이 만든 마음은 모양이 다양했어요. 그리고 다양한 모양만큼 다양한 마음이 생겨났죠. 동그라미는 행복, 세모는 부끄러움, 빗방울 무늬는 슬픔, 네모는 혼란스러움, 화살표 모양은 분노를 담고 있었어요. 그 외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마음들이 있었어요.
처음에 요정들은 마음의 모양을 온 맘 다해 빚었어요. 그래서 마음을 받은 동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구분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동물들의 우체통으로 전달된 마음들이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배달되지 않겠어요? 이게 도통 무슨 모양인지 알 수 없게요. 왜냐면 요정들이 소문난 잠꾸러기였거든요. 졸면서 마음을 빚으니 모양이 딱 떨어지지 않았던 거예요.
마음이 울퉁불퉁하게 배달되자 동물들은 오늘의 감정이 뭔지 너무 헷갈렸어요. 딱따구리는 당황하는 마음을 받았는데, 화를 내버리기도 했어요. 코뿔소는 의기소침한 마음인데 되려 잘난 척을 하기도 했고요.
동물 중에는 느리게 사는 나무늘보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나무늘보도 울퉁불퉁한 마음을 받긴 했지만, 다른 동물들과 달리 자기 마음을 오랫동안 느리게 지켜보았어요. 처음에는 이게 세모 같이 보이기도 하고, 네모 같이 보이기도 했어요. 오래 보니 동그라미 같기도 했고요. 근데 정말 느리게 자세히 보니 오늘의 감정이 보였어요.
“이건 세모네! 부끄러움이구나!”
마음을 발견한 나무늘보는 자신의 마음을 안아주었어요. 그리고 부끄러움을 잘 느끼기 위해 조금 더 숨어있기로 했어요. 숨어있다 생각해보니 부끄러움이라는 마음의 모양이 조금 귀여운 것 같았어요. 피식! 웃음이 났죠. 마음을 알게 된 나무늘보는 그다음의 마음을 선택할 수 있던 거예요. 나무늘보는 세모를 동그라미로 만들어 행복하기로 결정했던 거죠.
사람들의 감정도 잠꾸러기인 요정들이 빚는 건 아닐까? 우리의 기분이 오늘 어떤지 정확하게 알 때도 있지만, 정말 수수께끼 같을 때가 더 많잖아. 그럴 때는 나무늘보가 되어보자. 마음의 모양을 오래 지긋하게 지켜보는 거야.
나무늘보는 마음의 모양을 발견한 것뿐인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마음의 모양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무늘보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안아주고, 충분한 시간 동안 느낄 수 있었어. 그만큼 내 감정을 제대로 아는 건 중요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