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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ka Sep 23. 2020

나의 바다, 나의 크루즈

1. 승무원이 되다

나는 크루즈 승무원 입니다.
“승무원”앞에 조금 수식어를 붙이자면 “키가 작은” 승무원 입니다. 키가 150cm 밖에 안 되는 아이가 스튜어디스가 되고싶다는 말을 했을땐 공감이나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 보다는 피식 웃어넘기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스튜어디스는 저의 어릴 적 유일한 꿈이었습니다.

사회 초년생이던 24살의 막바지, 감사하게도 인천 국제 공항에 취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초단위, 분단위로 이착륙을 하는 비행기들의 스케쥴을 담담하게 감당해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꿈의 무대에 입성하게 된 저는 그 크고 막연한 꿈을 가슴 한켠에 묻고 지냈습니다.

오가는 수많은 승무원들을 보며, 훤칠한 키와 롱다리, 그리고 연예인 같은 외모에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특히 아에로 플롯 러시아 항공사 언니들은 정말 카 레이싱 모델들 처럼 조각 몸매에 걸어다니는 인형들이었어요), ‘그래 저들이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어’ 라고 생각 하며 착실히 준비를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맘에 들었던 몇 몇 항공사에 도전 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굴지의 외항사를 비롯(외항사는 키를 안 본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에 자신감을 얻어), 국내 기업의 저가 항공사에서도(기체가 작으니 키가 작아도 될꺼야 라는 말도 안되는 계산에 눈이 멀어) 구인 소식이 들려오면 도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하이힐을 신고 가서 애를 쓰며 팔을 뻗어도 번번히 신체검사에서는 떨어지고 맙니다.
승무원 준비를 하던 친구, 동료들이 차례대로 원하던 항공사에 취직이 되어 하나둘씩 빠져나가는 빈 공간을 볼 때 마다 많은 고배와 상실감은 느끼고 저는 3년간 몸담았던 사랑하는 직장 인천공항을 뒤로합니다.

멀리가면 잊고 살만할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낯설고 먼 곳에 가서도 그 꿈만큼은 쉽게 포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여전히.. 하늘을 날고 싶었습니다.

호주 시드니는 예나 지금이나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로 날마다 항구가 정신없이 부지런 합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들어오는 초호화 크루즈 선과 요트, 페리의 일정으로 숨 쉴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입니다.

그 곳에서 저는 크루즈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눈 뜨게 되고 지금의 회사 로얄 캐리비안을 만나게 됩니다. 하늘을 날고 싶었던 제가 이제는 전 세계 바다를 통해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일하듯이 여행하고 또 여행하듯이 일하며 삽니다. 하늘을 날지는 못했지만 바다에 길이 있었고, 하고 싶었던 서비스 업종을 계속 할 수 있어 너무 신이 났습니다.

일본에서 온 꼬마 손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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