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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ka Oct 02. 2020

나의 바다, 나의 크루즈

20. 아빠, 태국에 살고 싶어요

외로워 하지 말기

너무 사랑하지 말기

나만.. 생각하기

 “인천 행 KE 668편, 저희 항공기 문을 닫겠습니다”

대한 항공 승무원의 또박또박한 안내 방송이 나오고, 비행기는 이륙 준비로 분주했다.

안돼 !

나는 자리를 박차고 비행기 밖으로 뛰쳐 나오고 싶었다.

나를 공항 까지 데려다 줬던 그는 아직 밖에 있을텐데..


‘발리에서 생긴 일’ 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여행지에 가면 일이 생긴다. 없던 일도 생긴다.

영화배우보다 잘 생긴 그가 만나지고

그에게 에스코트를 받아 호텔 까지 와서

그를 보내기 전 달콤한 짧은 입맞춤.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아직도 여운은 좀처럼 가시지 않아

몸만 돌아왔을 뿐, 마음은 그곳에 아직 그대로 있는데..

그곳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아침에 우리나라에 도착한 나는 비행기 안에서 뜻밖의 행운으로 해 뜨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은 너무 좋았거나,

혹은 아주 나빴거나,

혹은 다 처음 이었다.

그래서 .. 후유증이 길 것 같다.

길을 걷다 문득 울컥 하는 첫사랑의 추억처럼

그 작렬하는 태양이, 습기찬 공기가, 그 거리의 유쾌한 소리가, 한약 같이 쓰디쓴 그곳의 커피 한 모금 까지도..

가끔 기억 날 것 같다.

행복했던, 하지만 아팠던,

그 사랑이 다시 보고 싶은 것처럼

3만 9천 피트의 상공에서

나는..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한달 살기’를 해보겠다며 그 좋아하는 방콕도 뒤로하고 이 곳 치앙마이에 왔다.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는 이 곳엔 일단 뭐든 없었다. 휴양지의 그 흔한 바다도, 최고 번화가와 중심지에 나가봐도 샤넬도, 프라다도 없었다.

치앙마이에서는 아무것도 대단한건 볼 수 없었다.

그저 온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이 빚어낸 그림자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치앙마이에 굳이 ‘살아보러’ 오는 이유들은 무엇일까.

내가 그토록 사모해 마지않는 옛 가수 등려군의 체취가 남아 있는 이 도시에서 나는 무엇을 하면서 한 달을 보내면 좋을까.


 

치앙마이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레스토랑. Good View Vill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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