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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Sep 18. 2024

세대통합 명절놀이법

팅커벨 퀴즈대회

요즘은 차례도 제사도 안 지내는 가족이 많다. 예전보다 먹거리도 풍부하고 명절음식도 배달이나 외식으로 대체하기도 하고. 실컷 먹고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아니면 어른끼리 혹은 아이들끼리, 끼리끼리 논다. 그 마저도 힘들면 각자 휴대폰 삼매경. 음식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으니 가족끼리 뭔가 같이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이번에도 먹고 또 먹고 앉아만 있다 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가족퀴즈대회하자!

만만한 친정집 모임부터 변화를 시도한다. 일단 우리 집서 모이자고 통보를 하고 각자 먹을 건 사 오거나 해오는 걸로 한다. 나중에 안거지만 음식보다 청소가 더 힘들어서 모임 일주일 전부터 그간 하지도 않던 대청소를 하느라 집안 식구들은 동분서주했다. 그래봐야 티도 안 나지만 청소는 손님초대의 기본이니까. 아무튼 딸넷의 단톡방에 다들 자신들 가족에 대한 퀴즈를 2~3개 준비하라고  공지한다. 모임전날까지 모아진 퀴즈를 요즘 시대에 맞게 에듀테크를 이용해 편집하고 준비한다.


퀴즈의 꽃, 상금 뽑기

퀴즈를 그냥 맞추기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상금 뽑기함도 준비한다. 총 20문제를 준비하고 5문제씩 낸다. 그리고 더 많이 맞힌 팀에게 먼저 상금 뽑을 기회를 준다. 은행에 가서 돈을 인출하고 마트에 가서 잔돈도 바꾸어 둔다. 동생들이 쏙쏙 도착하고 상금 뽑기함에 기부금도 모금한다. 천 원, 오천 원, 만원 짜리를 잔뜩 넣고 Shake it! Shake it!


자, 이제 게임시작!

중학생 세 명을 조장으로 임명하고 미리 아르바이트비도 챙겨준다. 유아, 초등, 중등, 성인 골고루 섞어 2팀으로 나눈다. 게임이 시작되고 승패가 갈린다. 거의 막상막하. 상금 뽑기 지폐의 금액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언니, 오빠들을 따라 대답하고 손을 들고 손뼉 치고 환호하고 틀리면 잠깐 실망했다가 이내 힘을 내서 다시 퀴즈에 집중한다.

열광적인 퀴즈대회


노래도 춤도 자동으로 계속

퀴즈가 끝나자 자동으로 장기자랑 타임으로 이어졌다. 상금 뽑기 함에 돈이 남아있으니, 계속해서 프로그램이 돌아간다. 장기자랑하고 돈이 또 남아서 큰 이모인 나와 가위, 바위, 보해서 이기면 상금 뽑기를 할 기회를 준다. 상자의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자꾸 천 원만 나와.

퀴즈에 이겨도 장기자랑을 해도 자꾸만 천 원만 뽑히니, 초1 조카는 골이 잔뜩 났다. 퀴즈에 이겨서 한 번은 만원, 또 한 번은 오천 원,  그러고 나서는 계속 천 원만 나온다. 장기자랑을 세 번이나 더 했는데도 계속 천 원만 나왔다. 급기야 소리친다.


천 원 싫어. 미워. 천 원 버릴 거야.


뽑기 기회를 더 얻겠다고 노래도 하고 춤도 췄는데 자꾸만 천 원만 나오니 속상할만하다. 조카는 화가 나 죽겠는데 보는 사람들은 웃겨 죽겠다. 천 원이 열개 모이면 만원이 된다고 어르고 달래 본다. 가위,바위,보까지 했는데도 다섯 번 연속 천 원만 나오자, 대실망한 눈치다. 울먹울먹해하는 조카에게 얼른 말한다. ". 벌써 오천 원됐네!" 엄마한테 오천 원짜리 지폐하나로 바꾸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친척이지만 모르는 게 더 많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결혼하신 나이가 언제인지, 이모, 이모부의 나이가 몇 살인지, 사촌의 태명이 뭐였는지, 세례명이 뭐였는지 퀴즈로 묻고 맞추니 금방 알게 되었다. 별 것 아닌 게임으로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 묻게 되고 모두가 같이 즐길 수 있게 되니 더욱 좋다. 아이들은 게임에서 얻은 돈으로 편의점 투어를 나갔다. 바깥놀이도 하고 이모네 동네 구경도 하고, 그동안에 어른들은 잠시 쉬고. 얼마 안 되는 용돈 넣고 다들 잘 놀았다. 실컷 놀고먹다가 다 떠나고 네 자매 카톡방엔 다음엔 캠핑장 빌려 야외서 놀자고 벌써부터 의기충천이다. 다음엔 가을 운동회로 시원해서 준비해 볼까나. 초1 조카는 집에 가려다 말고 다시 들어와 내게 조용히 말한다.


이모, 다음에는 이 상자에 오만 원만 넣어주세요!

 오~~ 노!  고객님. 너무 빡쎈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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