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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Nov 13. 2024

두 정거장 먼저

어쩌다 마주친 그대

또 다시 가을이다.


늘 이맘때 비슷한 풍경이지만
언제나처럼 마음은 싱숭생숭
한 시간 정도되는 출근길을
무작정 걷고 싶었다.
느닷없는 두통과 흐린 감기기운에

금새 항복하고 말았지만

냉큼 버스를 잡아탔다.
 창밖으로
자꾸만 나를 부르며 따라오는 가을풍경에 

두 정거장 먼저 내리고 말았다.
 

소복소복 쌓이는 낙엽에
흔날리며 내려오는 낙엽엔딩.
하마터면 놓칠뻔 했다.

알록달록 부풀어 오른 가을풍경을

타박타박 걷던 딱딱한 길이
바스락 바스락 낙엽길이 되었다.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걸을 수 있어서
흔날리는 가을의 끝이라도 밟을 수 있어서
와자작 부서지는 잎파리의 작은 비명소리가
처연한 작별 인사로 들리는 건
지난 여름 무더웠던 기억때문일까

30분 남짓 걷는 길 내내
푸르렀던 나무의 흔적을 홀연히 기억해내고는
한껏 깊은 가을 안에서
나 홀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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