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일어나 부엌 싱크대정리를 한다. 씻어서 엎어둔 그릇을 찬장에 정리해 올리고 음식물 쓰레기도 탈탈 털어서 전용쓰레기통에 모아 담는다. 꽉 찬 통을 가지고 1층 현관을 나서자 다리가 찌릿, 걸을 수가 없다. 멈추고 기다린다. 통증이 지나갈 때까지. 어기적어기적 조심조심 통을 단지 음식물수거함에 넣고 다시 돌아온다. 집 앞 현관에서 또통증이 시작된다... 왜 이러지...
다리를 펴고 눕는다.
내 몸이 나를 잘 안다. 조금이라도 무리를 하면 당장 쉬라고 신호를 보낸다. 학기말 쏟아지는 업무를 하나씩 격파하듯 처리해 내고 에너지가 다 되었나 보다. 겨우 밥상을 차려내고 한의원 가서 침을 맞는다. 다리에 허리에 어깨와 팔에, 목까지 꼼꼼히 챙겨 맞고 다시 살아났다.갑자기 추워지는 날에는 조심해야 한다. 추위에 몸이 오그라들고 근육이 긴장하고 힘이 들어가면서 자칫하면 큰일이 나고 만다.
하루 끝!
퇴근을 하고 저녁을 하고 운동까지 끝냈다. 싸구려 마사지기계를 켜고 다리 마사지를 한다. 50년 동안 수고한 내 몸, 내 다리, 소중히 다뤄야 한다. 가끔 욕조에 뜨끈한 물을 받아 반신욕도 한다. 향기로운 입욕제도 풀어넣고 긴장된 몸의 피로도 푼다.
애썼다. 나의 몸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할게. 고마워~
건강한 마음에 건강한 몸이
쌓인 일거리에 번호를 매긴다. 한 번에 다할 수 없으니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좋다. 수행평가 채점에, 기말고사 시험 출제에, 학교 평가 보고서에 , 연말 예산 집행 마무리까지. 순서대로 하나씩 하고. 동료들과 협의할 일이 있으면 그때그때 처리해 둔다. 괜스레 고집은 피우지 않고 무조건 순리대로. 좋은 의견은 받아들이고 실수는 즉각 인정, 잘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만 기억한다. 주말에는 일거리를 싸 오지 않고 휴식과 치료에만 집중. 욕심과 걱정은 마음을 해치고 결국 건강도 해친다는 걸 잊지말아야 한다. 아이들도 그냥 둔다. 최대한 서로 힘들지 않게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잔소리는 넣어두고. 짜증과 화가 튀어나오려 하면 마법의 주문을 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