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햇살 가득한 하루에요."
빨랫줄
온 동네의 숨소리가 고스란히 들리는 곳,
저는 바로 그 옥탑방에 살고 있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자리를 고이 지키고 있답니다.
당신은요,
햇볕이 쨍쨍한 날이면
게으른 기지개와 함께 문을 열고 나와요.
그리고 제 몸에 알록달록 무지개 옷을 입혀주죠.
제 존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에요.
앗, 오늘 오후엔 비 소식이 있던데
혹시 알고 계신가요?
이럴 때마다 저는 혼자 조마조마하며
속으로 발을 동동 굴러요.
부디 그 전에,
제 옷을 벗겨 주시길 간절히 바라죠.
비에 젖으면 옷도 옷이지만,
제가 너무 무거워지거든요.
아참,
어젯밤엔 사랑하는 분이
놀러 오셨더라고요?
둘이 오붓하게 탁상 마루에 앉아
무슨 얘기를 그리 하시던지…
그런데 문득 걱정이 되더라고요.
큰소리 몇 마디가 오가더니
그분이 뛰쳐나가셨잖아요.
외로이 혼자 남아 밤하늘을 바라보던
당신의 뒷모습이, 참 쓸쓸했답니다.
그런데요.
제가 좋은 소식 하나 알려드릴까요?
오늘 그분이요,
조용히 오셔서 작은 화분 하나를
놓고 가셨어요.
하얀 편지지와 함께 말이죠.
이거, 화해의 신호 맞는 거죠?
당신이 얼른 집에 돌아와
그 선물을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당신의 그늘진 얼굴에
햇살이 펴지는 모습을
조용히 상상하고 있을게요.
조심히 오세요.
이따 봐요.